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철학

by 신성규

《인사이드 르윈》은 선형적이지 않다.

그 시작과 끝은 똑같다.

공연에서 공연으로...


이건 단순한 플래시백이 아니라,

르윈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비극적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매번 같은 노래를 부르고,

매번 같은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나아가지 않는다.


이건 니체의 영원회귀이자,

실존이 고착된 무의미한 반복이다.


르윈이 잠시 머물던 교수 부부의 집에서,

그는 고양이를 놓친다.

이 고양이는 이름이 있다 — 율리시스

이 이름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이고,

이 고양이는 많은 걸 상징한다.


교수네 집 고양이는 집, 이름, 주인, 질서를 가진 존재다.

르윈은 그 고양이를 자신의 실수로 놓친다.

이는 ‘구조화된 세계로부터 이탈’한 자아의 상징이다.


그는 곧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며,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간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진짜 ‘율리시스’가 아니다.


이건 “르윈이 찾고 있는 자아는 항상 엇나가 있다”는 철학적 은유다.

그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고양이라는 ‘나 아닌 나’를 자꾸 잘못된 형태로 붙잡는다.


중반부, 르윈은 운전 중

도로 위에서 무엇인가를 친다.

그는 차를 멈추고 돌아보지만, 고양이가 죽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의 고양이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 고양이는 주인 없는 고양이,

즉 어떤 관계성도 형성하지 못한 가능성이다.


이 고양이는 더 이상 이름도, 집도, 주인도 없다.


이는 자아의 부재, 공동체로부터의 절연, 감정적 연결의 죽음을 상징한다.

고양이는 죽었고, 르윈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즉, 이 장면은 르윈 자신의 일부가 도로 위에서 죽어버렸지만, 그는 그 죽음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인간의 본능을 그려낸다.


영화의 후반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진짜 고양이 ‘율리시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이건 단순한 스토리 해소가 아니다.

“르윈은 똑같은 자아의 자리로 되돌아왔다”는 상징적 복귀다.


율리시스는 돌아왔다.

그러나 르윈은 떠나지도, 성장하지도, 달라지지도 않았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돌아왔지만,

르윈은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했다.

르윈의 내면은 끝없이 방황하고 있지만,

고양이만은 집을 찾아왔다.


“고양이는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침투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고양이는 자아의 외화된 일부이며,

르윈이 잃어버린 자아이자, 따라가려 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자아다.


고양이는 살아 있는 가능성의 잔해이며,

그 죽음은 그의 내면 세계가 마비되었음을 암시한다.

예술가로서의 감수성, 인간으로서의 연결, 관계, 의미감…

모두 무감각한 풍경 속에서 사라진다.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하는

Hang Me, Oh Hang Me.

이 곡은 영화의 철학을 관통한다.


이건 단순한 사형수의 노래가 아니다.

목을 매고 싶을 만큼 지친 삶에 대한 은유고,

반복되는 고통의 여정에 대한 자조다.


르윈은 자신을 죽이고 싶진 않지만,

이 삶은 살아있다는 감각조차 주지 않는다.

죽을 만큼 반복되고, 죽음처럼 무의미한 삶

노래는 예술이 아니라, 고통의 회상이다.


르윈이 무대에서 내려와 뒷문을 향해 걸을 때,

무대 위에 한 젊은 싱어가 등장한다.

그가 밥 딜런이다.

시대가 곧 바뀔 것이다.

포크는 더 이상 전통이 아닌 변혁의 상징이 된다.

예술이 다시 시대와 만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르윈은 그 무대를 지나간다.

그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 있고,

그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되, 참여하지 않는다.


밥 딜런은 가능성, 시대의 전환점, 새로운 정체성의 싹이다.

그러나 르윈은 그것을 놓친 자,

혹은 태어나기 너무 일렀던 예술가다.


《인사이드 르윈》은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 실패는 끝이 아니라 끝없이 되풀이되는 ‘멈출 수 없는 반복’이다.


그는 떠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단지 살아간다.

노래를 부르고, 또 다시 자기를 찾고,

죽은 고양이 위에 자기를 묻으며.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영화 Only Lovers Left Alive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