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쫓기는 자, 쫓는 자

by 신성규

그는 늘 그래왔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방을 빙글빙글 돌고, 창문을 열어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이번엔 될까.’

경매 알림이 뜰 때마다,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집.’


그는 오래된 반지하에서 살고 있었다.

벽지는 눅눅했고, 아이는 매일 밤 기침을 했다.

장판은 갈라졌고, 창문은 고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고, 나머지로는 생활비와 유치원비, 그리고 빚을 갚았다.

꿈은 단 하나였다.

“내 집.”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이길 바랐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그날, 그는 법원에서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붉은 도장이 찍힌 ‘낙찰확정서’였다.

심장이 두근댔다.

그 종이가 ‘가족을 구할 열쇠’처럼 느껴졌다.


그 집은 예상보다 낡았다.

하지만 채광이 좋았고, 골목이 조용했다.

무엇보다 아이 방이 있었다.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문은 닫힌 채였다.

안에서는 느릿한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낮고 쉴 새 없는 기침소리.

잠시 뒤, 문틈으로 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누구요.”


“그, 저… 경매로 이 집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조만간 정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 말이 없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안쪽은 다시 정적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명도 통보서를 꺼냈다.

창문에 조심스레 붙이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길.

자신의 발끝이 너무 가벼워서 두려웠다.

마치 자신이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밀어낸 사람처럼.


며칠이 지나도 그 사람은 나가지 않았다.

전화는 받지 않았고, 창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그는 다시 통보서를 붙이고, 다시 돌아섰다.

아내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아이의 물어뜯은 연필은 매일 짧아졌고, 식탁에는 계산서가 늘어났다.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2개월 이내 입주가 안 되면 대출 조건이 변경됩니다.”

정중한 말투 속엔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고, 통화를 끊자마자 조용히 책상을 쳤다.


그도 쫓기고 있었다.



그는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의 작은 손이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문 앞에서 그는 평생 처음으로 화를 냈다.

“여기서 밀리면, 저는 끝입니다. 저도… 저도 사람이에요. 이 집은 제 전부예요.”


문 안쪽에서 한참 동안 기침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대답은 없었다.


다음날, 그는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강제집행일 아침, 그는 경찰과 집행인을 따라 문을 열었다.

문 안에는 썩은 음식 냄새와 퀴퀴한 공기, 그리고 어지럽게 흩어진 종이들이 있었다.

욕실 문 앞에 슬리퍼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울엔 손끝으로 쓴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집은 내 마지막이었다.”


그는 말을 잃었고, 경찰도 입을 다물었다.

침묵은 아주 오랫동안 그 거실에 머물렀다.


그는 조용히 슬리퍼 옆에 앉아 눈을 감았다.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숨이 턱 막혔다.



그날 밤, 그는 가족과 함께 그 집에 들어왔다.

짐을 풀었고, 아이는 새 방에서 춤을 췄다.

아내는 말없이 식탁보를 깔았다.

그리고 그도 마침내 창문을 열었다.

낮게 깔린 바람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방의 공기엔 누군가의 체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느꼈다.

이 집은 자신이 얻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을 딛고 선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이의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그는 거울을 마주했다.

그곳에는 ‘주인’이 아니라,

어디서나 쫓기고, 어디서도 머물 수 없는

또 한 명의 소시민이 서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빠, 우리 왜 이 집에 왔어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여기 왔단다.”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의 마음 한켠에는 아직도 그가 남긴 그 쓸쓸한 흔적이 가득했다.


밤마다 그는 고민했다.

이 집을 자신의 집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집에 머무는 것이 죄악일까.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들어앉는 것 자체가 잘못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야 했다.

아이와 아내를 위해, 자신을 위해.

‘누구도 머무를 수 없는 집’에서 그는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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