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안. 노쇠한 노인은 창가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천천히 돌렸다. 창밖의 회색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바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낡은 나무 의자는 삐걱거렸다. 노인은 가끔씩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며 시간을 견뎠다.
방 안에는 오래된 벽시계가 규칙적인 소리를 냈고, 그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은 멈춘 듯 천천히 흘렀다. 노인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땀과 세월이 뒤섞인 자국이 손수건에 남았다. 그는 몇 초간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걸음걸이는 느렸고, 몸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그는 조심스레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낡은 소파에 앉았다가 몸을 돌려 방 한구석에 걸린 가족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손녀. 하지만 그 웃음은 먼 기억 속 어느 장면 같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말을 내뱉는 대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소파 팔걸이에 손을 올려 놓았다가 다시 천천히 떨어뜨렸다. 그 사이 방문이 열렸다.
요양보호사가 조용히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표정 없이 노인의 옷깃을 살펴보고, 약 봉지를 꺼내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을 잠시 훑어보다 노인을 쳐다보지 않고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가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호사의 발걸음 소리는 곧 멀어졌고, 다시 방 안은 적막이 흘렀다. 노인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 그는 창틀 위에 손을 얹고 먼 하늘을 응시했다.
바람 한 점 없이 정적만 감돌았다. 노인은 속으로 물었다. ‘내가 잘못 살았던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먼지를 털어내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바닥에 쌓인 먼지들이 흩어졌다.
그는 천천히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오래된 편지 더미를 집어 들었다. 누렇게 바랜 편지지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를 냈다. 글씨는 흐릿했지만, 그 글자들에는 과거의 숨결이 담겨 있었다.
요양보호사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무심하게 물 한 컵과 약을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손을 내밀어 물을 받았지만,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금세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며 방을 나갔다.
노인은 혼자 남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지만, 오직 고독뿐이었다. 다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뭔가 쥐어짜내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노인은 손끝으로 사진을 만졌다. 손끝이 떨렸다. 그가 낡은 사진틀을 내려놓자마자 요양보호사가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짧은 말 한마디 없이 그의 옷자락을 정돈하고 약을 챙겼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방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노인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쳐다보다가 머리를 들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빛 한 점 없었다.
‘내가 정말 잘못 살았던 걸까.’
그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한 채 공허하게 울렸다. 그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어깨를 떨었다. 숨소리는 점점 느려졌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