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30화

미녀 연구자의 중녀 분석기

by 신성규

요즘 들어 나는 중국 여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중국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종종 왜곡되고, 단순화되거나 심지어 폄하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금 더 거리를 두고 관찰해 보면, 중국 여성에 대한 나의 시각은 단순한 외모 평가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것을 ‘미녀의 인류학’ 혹은 ‘사회학’이라는 틀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미녀’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와 사회마다 다르게 정의되어 왔다. 고대 사회에서 미녀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창백함이 귀족의 상징이 되었고, 근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날씬한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가 새로운 이상이 되었다. 이렇게 미녀의 기준은 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안에서 만들어진다. 중국 여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중국이라는 나라는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한다. 한족 여성들에 대한 ‘흰 피부, 늘씬한 체형’이라는 인상은 사실상 한류 문화와 동아시아 미디어가 만들어낸 일종의 ‘글로벌 스테레오타입’이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북방과 남방, 도시와 농촌, 그리고 수많은 소수민족에 따라 미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북방 여성들은 키가 크고 강한 인상을 주는 반면, 남방 여성들은 섬세한 인상과 작고 아담한 체형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처럼 한 지방만 해도 우리나라의 국가 단위에 비견될 만큼의 땅덩어리와 인구가 존재하며, 그 안에서만 해도 미의 기준과 문화가 수없이 다채롭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언젠가 중국의 각 지방을 여행하며, 그 지역의 미녀상과 문화,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담은 하나의 책을 쓰고 싶다.’ 그 책은 단순히 외모를 나열하는 미인 대백과가 아니라, 각 지방의 역사와 풍습, 사회적 가치관, 그리고 여성상을 통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인류학적·사회학적으로 기록한 책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소비되는 ‘중녀’라는 단어를 넘어서서,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 말이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중국 여성은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도시 여성들은 경제적 독립성을 추구하며, 동시에 가족과 직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적 여성상과는 다른 독립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부각되었고,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중녀’라는 이름으로 호기심과 낯섦을 동시에 자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외모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사회의 경제 구조와 국가 이데올로기, 그리고 글로벌 문화의 혼종성이 빚어낸 결과다.


인류학적으로도 흥미롭다. 중국 여성의 외모와 스타일을 단일한 ‘중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사실상 문화적 ‘타자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외모나 생활양식의 차이를 통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결국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욕망이 투영된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 여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배경에는 K-컬처의 확산, 경제적 교류, 그리고 글로벌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한국 사회가 자국의 젠더 문제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경쟁과 갈등을 낳기도 한다.


나는 요즘 중국 여성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중녀’라는 단어로 부르기 전에, 그들도 한국 여성처럼 삶의 조건 속에서 선택하고 성장하며 존재한다는 점을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외모가 어떻든, 그 안에는 중국 사회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가 켜켜이 스며들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미의 기준을 넘어선, 사회적·문화적 실체다. 그리고 이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중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중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단순화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복잡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미녀의 인류학과 사회학은 단순한 외모 평가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사회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중녀’를 다시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타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는 그들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했는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의 시선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중녀’를 재평가하는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이 거대한 나라의 지방별 여성상과 문화를 담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단일화된 시선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팔로워 140
이전 29화여자를 꼬시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