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눈물

by 숙이

택배 상자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그 속엔 그 중에 하나가 들어있으니까.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것 때문이다.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상자는,

아들이 훈련소에 들어가서 보낸 옷가지가 든 상자.

귀여운 공군 캐릭터가 그려진 하얀 상자를 받는 순간 눈물이 줄줄 흘려 내렸었다.

훈련소에 내려주자 잔뜩 겁에 질린 아들은 살벌하게 깎은 뒷통수만 보여주며 사라져 버렸다.

차 안에서 남편은 왼쪽 창, 나는 오른쪽 창, 둘째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그땐 목만 콱 막혔는데.

집으로 배달된 공군훈련병 옷상자를 보니 두 눈에서 온수가 터져 나왔었다.


그리고

장손인 큰애가 들고 있던 하얀 유골함 상자.

남은 가족들은 눈물과 콧물을 닦으며 장손이 든 상자를 따라 갔었다.

몇년 전 부터 당신이 누울 좋은 자리를 자식들에게 부탁했었는데,

에이, 아버지는 아직 더 많이 사셔야죠. 쓸데없는 생각하시지 마세요. 라고 했었다.

결국 더 많이 못사시고 갑자기 가셔서 시립 납골당에 들어가셨다.

공기좋은 곳에 눕기를 원하시던 아버님은 바쁜 자식들 덕에 바람이 스며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자리하셨다.

늘 자식들 마음을 넓게 품던 아버님은,

여기도 괜찮지 뭐.

하셨을 것이다.


거실 귀퉁이에 며칠째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자 하나.

남편이 알아서 정리한다고 그냥 놔두라고 했지만

또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상자를 열어 보았다.

남편이 회사에서 쓰던 소품들과 다이어리와 사진들과 상패,

그 사이에서 작은 휴대용 키보드를 보았다.

많이 사용한 몇개의 키는 코팅이 벗겨져 있다.

남편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

그걸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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