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쪽잠도 편히 못자고 검색만 하던 그 시절의 내게 건네고픈 이야기
아기가 낮잠을 자는 틈틈히 육아매뉴얼을 썼다.
출산 후 백일까지 궁금해할만한 질문들을 정리해 34가지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담았다.
눈꼽이 자꾸 끼는데 병원에 가야할까요?와 같이
지금 생각하면 웃음나지만 당시에는 걱정이었던 사소한 걱정까지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다.
초보엄마는 아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의문을 갖게 되니까 말이다.
어떻게 출판을 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글을 쓰고 정리했다.
전자책으로 판매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탈고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자기 몸도 돌보기 힘든 아기 엄마들이
크몽, 프립 같은 사이트에 들어와서 이 책을 찾아보고 구매할까?
그 시절의 나라면 당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탈고를 하면서도 "이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가 닿기는 할까??"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자
탈고 속도는 점점 떨어졌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는 아기를 데리고 낮잠시간에만 글을 쓰고 다듬었으니
이미 느려질대로 느려진 속도에, 내겐 해야할 다른 일들도 많았다.
그렇게 어느순간 탈고를 잊은채로 다른 일들을 해내며 바쁘게 몇 달을 살았다.
이미 아기가 돌이 지나고도 한참 된 시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전자책에 ISBN을 달고
교보문고, 밀리의 서재 등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찾아보다보니 전자책 뿐만 아니라 POD서비스라는 것을 이용하면
셀프로 종이책 출판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자책도 좋지만, 가끔은 옆에 두고 목차를 훑어 빠르게 필요한 정보만 골라보는 것이
유용할 때도 있음을 알고 있기에 두 가지 모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시 탈고를 시작했다.
또 3개월 여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나의 첫 책
<엄마도 잠 좀 자자고요? 나도 울고싶어서 우는 건 아니라고요!>가 세상에 나왔다.
글쓰기부터 탈고, 교정교열, 표지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진행했다.
전문 편집자가 붙어 출판하는 시중의 책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0부터 100까지 모두 내손으로 만들어낸 뿌듯한 첫 책이었다.
ISBN을 등록했기 때문에 네이버 책 검색에서 검색도 된다.
네이버 책에 내 이름이 나오다니.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보다 내 책이 네이버에 나온다는게
더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
지금까지도 이 책은 사실 큰 수익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처음 생각한대로 이 책이 필요한 분들은 한정되어있고,
그 와중에 책까지 찾아보실 수 있는 분은 더 적으실테다.
그렇지만, 가끔씩 나는 책 제목을 검색해보곤 한다.
그리고는 감사하게 올려주시는 몇 분의 후기를 읽어보면서
내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처음에는 그저 숨구멍을 찾아보자고 시작한 일이
세상에 도움도 되다니,
생산자의 삶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