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안 쓰면 우리 애만 뒤처지지 않을까요?"

부모를 통해 듣는 세상 소식이 스마트폰 보다 더 즐거운 아이들

by 선샤인 연주리

최근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없이 놀기를 주제로 하는 부모와 자녀간의 수업이 성행하고 있다. 1회 코스가 아니라 일주일 동안 거의 Full time 으로 배우거나 아니면 1회에 6시간을 내리 배우는 장시간 코스가 계속 생기고 있다. 돈을 주고 아이와 소통하고 노는 법을 배운다는 게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건 곧 우리나라에도 생겨날 문화이다. 그리고 지금도 아동발달센터, 심리센터 등에 가면 일대일로 상담가에게 아이와 직접 대화하고 노는법을 배우려는 부모로 예약이 꽉 차있다.


"스마트폰이나 미디어를 너무 사용 안 하면 우리 아이만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요?"

내가 '스마트폰 없는 육아'를 주제로 강의를 다니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특히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5세 이상의 부모들이 자주 물어본다. 나의 대답은 모두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아니올시다.'


아이가 만 4세가 넘어가면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대부분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행동도 더 민첩해지고, 생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무엇인가를 알려주면 바로 흡수하는 스펀지 두뇌를 갖게 된다. 자연스레 바깥세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폭발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상을 향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채워주고 있다. 엄마 아빠 옆에 붙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는 마음을 부모는 애써 꺾으며, 대신 스마트폰으로 그 마음을 채워주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가 진짜 알고 싶은 게 영상 속 캐리언니의 장난감 이야기일까? 영상으로 보는 로봇의 대화와 싸움일까?


이 시기는 스마트폰이 아닌 부모와의 지적인 대화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적인 콘텐츠로 풀어서, 아이를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잘 활용하여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이해하고 넓은 시각을 가진 아이로 키울 것인가? 며칠 전에 아이들과 감자를 아침으로 먹었다. 밥을 먹기에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감자를 삶아서 한 개씩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껍질이 뜨겁다고 까달라고 해서 껍질을 까면서 갑자기 '뜨거운 감자'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뜨거운 감자' 라는 말이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일까?"

"지금처럼 뜨거운 감자요! 껍질을 깔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요. 빨리 먹고 싶은데, 너무 뜨거워요."

생각보다 창의적이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 뜨거운 감자는 뜨거운 감자지. 이어서 내가 말했다.

"근데 감자 껍질은 이렇게 얇아서 금방 식거든? 근데 안에는, 이것 봐.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뜨거워. 껍질만 보고 감자가 식은 줄 알고 한 입 베어먹으면 목이 깜짝 놀라. '아! 너무 뜨거워 어떡해~. 뱉지도 못하겠고 삼키지도 못하겠어. 이렇게 뜨거운지 몰랐다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그래서 뜨거운 감자라고 하면 입안의 뜨거운 감자처럼,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묘한 문제를 말하는 거야."



아이들과이야기.jpg 이야기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우주의 빅뱅 이론, 세계 제1차대전과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단어의 뜻만 말해주어도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 한다. 하늘에 별따기, 땅짚고 헤엄치니, 누워서 침뱉기 같이 우리가 자주 쓰는 재미있는 표현만 이야기 해도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눈에 불을 켜고 듣는다.


오늘부터 스마트폰이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는 부모가 되어보길. 나는 우리나라의 감자를 가지고 이야기하다가 뜨거운 감자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스마트폰 전자파 문제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뜨거운 감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몸에 해로운 전자파가 나오는 제품인데 사람들이 하루 종일 손에 꼭 들고 다니잖아. 예전에 송전탑 근처에 살던 사람들이 전자파 때문에 큰 병에 걸려서 사회적으로 전자파가 문제가 된 적도 있거든.그런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 2위야. 아이폰 만드는 미국의 애플(Apple)이라는 회사 다음으로 가장 스마트폰을 많이 파는 회사가 우리나라 기업이거든. 이미 모든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니까 전자파가 아주 중요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스마트폰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스마트폰 전자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묘한 문제인 거지."물론 우리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애플이 뭐예요?" "전자파가 뭐예요?" "왜 나빠요?" "사람이 왜 죽어요?"라고 질문하는 걸 보면 적어도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눈을 반짝거리면서 질문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세상 소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깊이 있게 사물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 생긴다.아이들의 호기심 덕분에 엄마가 성장하는 요즘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소식을 들려주기 위해서 신문 구독을 시작했고, 육아서가 아닌 역사서나 과학 서적을 매일 읽게 되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도 책을 펼쳐 읽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매일 엄마 아빠를 통해 하나씩 세상 소식을 듣고 이해력을 높이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 영상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채우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스마트폰의 유혹이 넘쳐나는 요즘, 스마트폰이 절대 줄 수 없는 세상 소식을 매력적으로 들려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면, 아이는 커서 스마트폰을 마주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세상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고 있기에 크게 스마트폰에 중독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는 데에만 신경을 쓰면, 주변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쉽게 중독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는 만큼 엄마 아빠가 소식통이 되어서 회사 이야기, 주변 친구들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역사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이는 주변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하나둘 사용하기 시작해도 쉽게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된 아이들은 식당, 기차, 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없이도 차분하게 잘 앉아 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시작은 엄마 아빠의 노력이다.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건네는 부모가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는 부모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섯살 지성이는 오늘 이런 질문을 하고 잠이 들었다."피사의 탑이 코딱지 만큼 매일 기울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럼 그건 언젠가 무너지는 거예요? 아니면 계소고 안무너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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