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은 명문가의 전통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업무를 보다가 7시만 되면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7시라는 것에서 모두가 추측할 수 있는 바로 그 이유, 가족과 식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CEO 짐 도널드도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업무를 중단하고 집으로 가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일이 많을 경우에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가족과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유명한 여성 경영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세릴 샌드버그의 책을 보면, 그녀도 아이가 어렸을 때 근무시간을 변형해 5시 30분에 퇴근했다. 성공한 여성은 육아에 등한시 할 거라는 나의 잘못된 편견을 날려버리며 그녀는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서 집에 일찍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일이 남아있으면 아이들이 잠들고 다시 컴퓨터를 켰다고 한다.
권력과 부와 명예까지 모두 가진 그들은 왜 가족과의 식사기간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했다. 더 솔직한 마음을 꺼내 적자면 일주일에 아니 한달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지 않기를 매우 고대하면서 매일 아이들과 식사를 했다. 당연히 함께 식사를 했고, 식사 준비를 매번 내가 해야했기 때문에 전혀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때로는 귀찮게 여기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가족과의 저녁 식사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라도 함께 하려고 할 만큼 소중하고 행복하고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셰릴 샌드버그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식사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제대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속으로 들어가 공기가 사라져봐야 숨쉴 때 공기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일 처럼 말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아이와의 식사 시간의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다.
여기서 부터 시작하자. 아이들과 오늘 내일 하루하루의 식사시간은 세상에서 제일 성공하고 바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귀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귀하디 귀하다는 것을 인식하면 우리는 절대 아이들이 밥 먹을 때 TV를 틀어주거나,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밥을 먹이는 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부모는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밥을 먹든, 나가서 밥을 먹든 그 시간에 대부분 스마트폰 영상이나 TV를 보여준다. 아이를 한 자리에 앉혀놓고 밥을 먹이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면 집에서 스마트폰 없이 밥을 먹더라도 우리는 그 시간이 귀한지 모르고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부질없는 대화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꼭꼭 씹어먹어. 밥풀 흘렸어. 골고루 먹어. 남기지 말고 싹싹 먹어.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지 키도 크고.”
셰릴 샌드버그가 새벽에 일을 시작해 5시 30분에 퇴근해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흘리지말고 먹으라고? 말할 때 입 벌리지 말라고? 누가 나랑 밥을 먹는데 이런 말만 계속 한다고 생각해보자. “00씨, 꼭꼭 씹어먹어요. 그래야 소화가 잘 돼요. 튼튼해지려면 그릇에 있는 밥 다 먹고 반찬도 같이 먹어요. 흘리지 말고! 밥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고.”
한 번도 아니고 밥을 먹을 때마다 무한반복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사람과 다시는 밥을 같이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라면 아주 크게 고함을 질러줄 것이다.
"그만하라고, 소화가 안되는것 같으니 그런 말 좀 집어치우라고!"
만 3세 유아의 최대 집중시간은 20분이다. 그리고 유아의 식사시간도 평균 약 20분으로 비슷하다.
그런데 위와 같이 따분한 말들만 식사시간에 듣는다면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피하고 싶은 시간' 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꾸 도망가고, 다른 곳으로 신경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먹기 싫은 밥을 매일 듣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먹어야 한다니.
최악의 조합이다!
실제로 가족과 식사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식사시간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날씨 이야기, 사업 이야기, 사회 이야기 등 주제에 한계가 없는 것이 식사시간의 매력이다.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니까.
앞서 소개한 前스타벅스 CEO 짐 도널드는 어머니와의 식사시간에서 세상을 배웠다고 늘 이야기 한다. 동네 마트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마트에서 가장 잘팔린 제품, 마트에서 만난 진상고객, 마트에서 진열을 바꾸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 마트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세상에 호기심을 가졌고, 가난한 집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국 명문가는 아니라도 아이와의 식사시간이 정말 감사하고도 중요한 시간이라 여기면서 다양한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고 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목표란 생각에 밥 먹을 때 반찬 이야기, 음식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습관화도 되었고, 명문가의 저녁 식사이야기를 알게 된 요즘은 그 주제를 더 다양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건 며칠 전에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이다.
“엄마 회사는 다양성을 매우 중요시 해. 그래서 LGBT에게도 채용 기회를 주고 있어. 그러니까 L은 레즈비언, G는 게이, B는 양성애자, T는 트랜스젠더를 말해.”
이렇게 회사 타운홀 미팅 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우리의 대화는 어디에서 끝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오늘 점심에 엄마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비누를 만들어서 파는 친구거든. 그런데 비누를 예쁘게 잘 만들었는데 안 팔려서 너무 걱정이래.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라는 나의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면 자기들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준다.
"지하철 앞에서 나누어 주는 광고지있잖아요. 그거 만들라고 해요. 그거 비싸요?" (만5세 아들)
"비누를 진짜 예쁘게 만들어요. 잘 모르면 선생님한테 물어봐서 더 예쁘게 만들면 되지 않아요?" (만3세 딸)
정말 명쾌한 해법이라 감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대화를 나눌 만큼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엄마 아빠는 즐겁게 수다를 떨어야 한다. 그냥 생각 나는 대로 아이 수준에 맞춰서 나에게 있었던 일을 즐겁게 이야기하면 된다.
“엄마가 아까 이 미역국 끓이는 거 봤어? 예전에 할머니가 미역국 끓여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아까 엄마가 할머니랑 통화한 거야. 할머니 생각이 나서. 너도 미역국 맛있게 먹고 나중에 미역국 먹을 때 엄마 생각 해줘. 그럼 엄마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리고 미역이 정말 몸에 좋아. 식이섬유, 아연 이런 영양소가 들어가서 몸이 엄청 좋아하는 음식이야.”
처음에는 별로 할 말이 없고, 말도 짧은데 하다보면 는다. 처음에는 벽 보고 말하는 느낌에 어색하지만 한두 번 하다보면 말이 점점 길어지고, 아이도 점점 잘 들어주어서 신이 날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다양한 대화에 익숙해지면 커서도 자리에 식탁 의자에 잘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자꾸만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내어준다. 우리 아이는 가만히 잘 못 앉아 있는다며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자꾸 보여준다.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서 아이들이 외출하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고 잘못된 믿음을 갖지 말기 바란다.
아 참! 설득력 있는 증거 하나! 하버드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서로 아이가 습득하는 단어가 평균 140개라면 가족 식사로 습득하는 단어는 평균 1000개라고 한다. 그러니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는 지적능력, 어휘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와의 식사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아이와 식사시간에 풍성한 대화를 나누어라. 어른의 역할은 아이의 생각과 경험을 풍성하게 해 주는 것임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