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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Jun 24. 2020

관리고지서가 아이에게 미친 영향

경비비가 뭐예요?


숫자를 좋아하는 지성이에게 관리비 고지서는 늘 반가운 손님이다. 이번달에도 관리비고지서를 우편함에서 발견하자마자 나는 슥 한번 슬겨보고 바로 지성이에게 건넸다. 마치 내가 솜사탕을 건네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고지서를 받아드는 지성이를 나는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집 소파에 앉아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글씨와 숫자를 번갈아 보더니 또 아이만의 재미있는 질문을 한다. 이렇게 한참 무엇인가에 집중하다 질문을 하는 지성이는 언제나 호기롭고 천진난만하다.     



“엄마. 경비비가 두 번째로 많이 나와요. 얼마 내는 줄 알아요? 이만오천삼백삼십원 이예요. 우와... 우리가 아파트가 총 가구 수가 어떻게 돼요?”

“아 우리 단지가 600세대가 좀 넘지. 왜?

“그럼 모든 사람이 25330원을 내는 거예요? 경비 아저씨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요? 우와”     


아직 엄마 아빠의 월급이 얼마인지 근사치조차 모르는 지성이지만 얼추 2만5천원에 600을 곱하니 큰 숫자가 나와서 놀란 모양이다. 지성이에게 내가 아는 게 얼만큼 정확한지를 모르지만 아는 대로 알려주고 경비비에 대한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경비비 이야기를 할 때 소파에 앉아있던 챈의 이야기다.     




며칠 뒤 지성이가 유치원에서 생일을 맞이하여 장래희망에 대해서 적어가는 숙제를 받아왔다. 정성스레 지성이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적으면서 순전히 나의 호기심으로 채윤이에게도 꿈을 물어보았다.     


“채윤아, 채윤이 꿈은 뭐야?”

“음. 나는 경비아저씨. 경비아저씨 되고 싶어요.”

“채윤이 경비아저씨 되는 게 꿈이야? 왜?”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다 돈을 내잖아요. 그러니까 돈을 잘버니까 부자잖아요.”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경비아저씨가 되고 싶은거야?”     




지성이와 내가 나눈 관리고지서 속 경비비 이야기가 이렇게 따님의 귀에 가서 꽂혔을 줄이야. 며칠전 친구가 놀러와 채윤이 꿈을 물어보았는데 그때도 채윤이는 여전히 경비아가씨(아저씨에서 아가씨로 정정됨)가 되고 싶다고 답을 했다.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기에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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