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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Jun 22. 2020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유치원 개근중

나홀로 결석을 원하는 아이

엄마 아빠가 둘 다 일하는 덕분에 유치원 개근을 기록중이니 아들이 하루는 감정을 뺀 어투로 나에게 물었다.


“엄마, 친구들은 결석을 하는데 나는 출석만 해요. 나는 언제 결석해요?”


아들 녀석 유치원 수첩을 꺼내보니 정말 작년 2018년에 이어 2019년도 ALL 출석이다. 근데 이 사실이 묘하게도 칭찬이라는 느낌보다 마음이 아릿한 느낌이 더 크다. 방학기간에 여는 통합 보육도 출석률 100%를 보이는 우리 집 아이들. 게다가 억울하게도 너희는 내가 몸에 나쁜 음료수, 과자를 안 먹인 덕분인지 크게 아프지도 않다. 결석할 만큼 아프면 엄마가 회사를 뒤로하고 집에서 보살펴줄텐데, 너희는 내 입장에서는 감사하게 참 짱짱하다. 그런 너희가 유치원을 가지 않는 유일한 기간은 유치원이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여름 1주, 겨울 1주 총 2주다.     



그렇게 귀하고 귀한 유치원 안가는 진짜 방학의 첫날, 그러니까 유일무이한 아이들이 유치원 안가는 날. 

일곱살 아들이 나에게 확인하듯 물어본다.

“엄마, 이번 주 유치원 안가는 건 다른 애들도 안가는 거예요? 나만 결석하는 거예요?”

한국말 배우는 외국인이 보면 ‘결석’이 엄청 좋은 보석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유치원 결석하는 게 너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이렇게도 나홀로 결석을 원하는 걸까. 너만 쉬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똘똘한 아들은 금방 내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아낼 것이기에 솔직하게 말한다.

“유치원 전체가 쉬는 날이야. 너만 결석하는 거 아니고. 엄마도 회사 휴가 냈어. 우리 모두 쉬면서 즐겁게 놀자!”     

이렇게 아이가 고대하던 휴가. 무엇을 하면 아이에게 진정한 결석이 될까. 매일 유치원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의 평일. 무엇을 하면 평소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매일 유치원에서 흙놀이, 놀이터, 텃밭활동을 하던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을 하면 새롭게 다가올까? 



예전의 회사휴가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어서 어디서 조용히 쉬다올까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휴가의 정의가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더 신나는 하루를 보낼까로. 그래서 너희가 태어난 후로 나의 인생이 더욱 신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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