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현실과 중국의 존재감
2023 G7 정상회담이 끝났다. 이번 회담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가 댔다. 히로시마는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역구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곳이다. 이를 통해 기시다 총리는 서방 정상들과 함께 헌화하면서 2차 대전 종식을 넘어서는 정상 국가화의 발돋움을 상징적으로 갈망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삼자협력에 앞서 일측에 사과한 것에 이어 만 10년이 지나 서방 정상들이 함께 하면서 다시금 일본의 존재감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이번 회담의 화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규탄과 전쟁에 대한 중국의 역할 증진을 바란다는 대목이 단연 눈에 띈다. 그간 G7 회담에서는 환경 문제를 비롯한 다각화된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침공 이후 연료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환경 문제보다는 자국 에너지 가격 안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일예로 독일은 사회당원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정국을 이끌고 있음에도 최근 석탄 개발을 용인했다. 이로 인해 많은 진보적인 독일인과 환경운동가들이 반대에 나섰으나 치솟은 연료값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기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단순 연료값만 오른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농산품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에 물가가 크게 치솟았다.
영국은 브렉시트 여파를 비로소 본격적으로 마주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식민지배했던 아일랜드의 엄청난 상승과 마주해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물가상승은 세계대전 이후 엄청난 수준에 다다랐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인 충격으로 인해 영국도 어수선한 상황이다. 경기 둔화를 넘어 장기 불황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는 외교를 통해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투자 증진과 함께 무역 유지를 바라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됐다. 숄츠 총리가 지난 해말에 베이징을 찾았으며,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방중에 나서 각각 양자, 삼자 회담에 나섰다. 가뜩이나 유럽은 미국이 연료를 비싸게 팔았기에 중국과의 협력 증진을 통해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미국은 부채 상한 조정에 처해 있으나 유럽에 엄청난 양의 무기와 셰일가스를 판매했다. 유럽이 전쟁에 빠진 사이 곳간을 확실하게 챙겼다. 개전 이전 시세가보다 약 네 배의 가격으로 가스를 팔았다. 유럽으로부터 엄청난 빈축을 샀으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안정되지 않았던 유가 조정을 위해 비축유를 풀었던 부분을 확실하게 채웠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 과정에서 유럽의 동맹들로부터 엄청난 빈축을 샀다. 이에 유럽이 화석 연료로 확실하게 선회했다.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하더라도 줄기차게 양반인 척하면서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에 목소리를 드높였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석 연료 사용과 함께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틈을 미국이 비집고 들어갔으며, 한국이 (아주 멍청해졌다는 이유로) 막대하는 것을 목도한 것은 물론 기존 동맹에게 무기와 연료를 비싸게 파는 것을 보고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지난 해에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중의 기치를 확실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모임 내 유럽 정상들은 자국으로 귀국한 후에 중국과 관계 유지는 물론 무역 유지를 바랐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중국과 교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유럽이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이에 회담 이후 온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1년 동안 미국의 압박(무기와 가스 판매)을 통해 미국의 참상을 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데로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도 현재 중국과 협력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만큼, 작년처럼 중국을 강하게 규탄하기 보다는 관계 개선에 나설 의사를 드러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G7 회담에 앞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발언을 통해 관계 개선을 시사한 것은 물론 완전한 탈동조가 아님을 언급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이후 위험 수위를 줄여 나가는 것은 물론 관계 다양하게 추진할 것이라 했다.
즉, 미국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중국과 교역이 필수적인 만큼, 관계 유지는 물론 전지구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과 부분 협력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의 현실적인 이유와 더는 미국을 무조건 믿을 수 없는 여건(한국을 대한 태도, 자국에 무기와 가스 판매)을 봤기에 중국과 협력 기조가 보다 더 강화됐다고 봐야 한다. 회담의 공동선언문을 보면, 러측을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중국이 종전 및 서방과 러시아의 중재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책임 있는 태도를 바란 것을 보면, (당연하지만) 현재 서방 진영에서 직접적으로 러측과 접촉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연초에 방러에서 러측과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나 전쟁 종식을 거듭 제안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 모두 현재 중국이 필요한 상황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두 경제적인 이유가 결정적이며 동시에 중국이 대국으로 이번 전쟁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중국을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불러들이기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시 주석의 방러 이후 특사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파견했으며, 이를 통해 중간자로 나서고 있다. 당연히 외교적인 체급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럽에 추후 영향력 증진을 위한 발판을 놓았다. 미국도 그간 잇속을 확실하게 챙겼고, 최근 유럽과 중국의 밀착을 바라봐야 했기에 미국으로서도 당장 현재 타개를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국도 이에 반응하고 있다. G7 회담 이후 베이징은 새로운 시에펑 미국주재 중국대사를 워싱턴으로 보냈다. 그는 단순 대사가 아니라 이번 미중 접촉을 위한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으로 향했다. 이에 앞서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블링컨 장관도 중국과 접촉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G7 회담 전후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다시금 증대된 것이 눈에 띄었으며, 러시아를 향한 규탄은 이어졌다. 동시에 G7 정상들은 각 지역의 세부 현안에 대한 입장도 당연히 내놓았다. 북한을 두고는 국제연합결의안을 연속적으로 위반한 것에 대해 압박하면서 한미일 삼자협력이 시도하는 대화를 받아들이길 바란다는 뜻을 강조했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이 일본이 들어간 삼자협력이 시도하는 대화를 받아들일 일은 없으며, 더군다나 한국 정상이 국방부장관이 발언해야 할 수준의 (하지도 못할 거면서 말만 앞세우는) 선제타격을 거론했던 만큼, 북한이 해당 접근을 받아들일 일은 없다. 그 외 이란, 예맨을 비롯한 서아시아는 물론 현재 내전 중인 수단과 여러 지역에 대한 입장 표명까지 담겨져 있다. 그러나 서방 선진국 모두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어 피상적인 언급에 그쳤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해당 내용처럼 적극 개입 및 중재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