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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Jun 26. 2023

예상된 미국의 태세 전환

미중관계 회복을 통한 종전 독려 & 오갈 데 없어진 한국

우디르급 태세 전환

미중 외교부장관이 지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조우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6월 14일(이하 한국시간) 중국을 방문했다. 당초, 블링컨 장관은 연초에 부임 이후 처음으로 방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풍선(혹은 열기구) 문제로 인해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에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중국과 접촉할 의사를 최초로 내비쳤다. 당시 외교위원회는 대중 관계 설정을 위한 미 국무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블링컨 장관을 필두로 로이드 어스틴 국방부장관, 지나 레이먼도 상무부장관이 배석해 상원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이 때, 블링컨 장관은 물밑 접촉을 암시했으며, 이어 고위급 접촉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 열린 2023 G7 정상회담에서 서방 선진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중국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면서 미중 고위급이 본격적으로 접촉할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3기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의 왕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은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미 만난 바 있다. 양 측의 고위급이 처음 접촉한 것은 아니었다. 왕 주임과 설리번 보좌관은 주로 미중관계를 비롯해 러시아 침공으로 비롯된 전쟁 국면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의견을 공유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미중관계가 상당히 소원해져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블링컨 장관과 격이 맞는 중국측 인사와 언제 만날 지가 관건이었다. 그런 만큼, 중측의 실수로 야기된 풍선 문제로 인해 미중 외교 문제는 좀 떠 꼬인 국면에 치닫고 말았으며, 본격적인 고위급 접촉이 언제 야기될 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외교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우선 국무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했다. 다변화할 것이며, 위험요소를 줄이며, 탈동조에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경쟁 그리고 적대할 뜻을 내비친 것에 비하면 온도가 현격하게 조정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7 정상회담에서 이와 같은 단어가 등장했으며 중국의 역할을 오히려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 러시아가 물리적인 침공을 감행했고, 전쟁이 1년 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여가 여의치 않음을 알 수 있으며, 러시아가 미측을 얼마나 신뢰할 지 의문이다. 그 사이 중국의 시 주석은 러시아 국빈방문 당시 종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중측의 고위급이 우크라이나로 향해 의견 조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작 지난 2월 만 하더라도 블링컨 장관은 NATO의 옌스 스톨텐버그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을 주시하고 있다고 암시했다. 이로 인해 미중관계가 훨씬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이 전쟁 종식의 암묵적인 중재자로 역할을 한 것을 보고, 미국과 서방이 접근을 달리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연중에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부장관 회담에서도 지난해에 열린 NATO 정상회담과 달리 중국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이를 통해 중국의 역할론을 대두시키며 우선 종전이나 최소 휴전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미국도 중국을 (울며 겨자먹기로) 포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위 자리에서 제닛 옐런 재무부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미중 무역 규모가 지난 해에만 무려 역대 최대인 6,900억 달러에 이르렀기 때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에야 종전 25%에서 10%로 낮췄다. 그 결과, 양국의 무역이 다시 호황에 이를 것으로 여겨졌으며, 미 사회 기저에 필요한 물품들이 무역분쟁 이전만큼은 아니나 다시금 매매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 이로 인해 양국의 무역 규모는 역대 최고 규모에 이르렀으며, 해당 기조는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당연히 예상된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트럼프 정부 이후 처음으로 탈동조에 나서면 안 된다고 사실상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며, 외교위에서도 중국, 북한, 이란에 아주 공세적인 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반도체 분야와 안보에 직결되는 부분을 제외한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며, 미중 양국 교역이 이전에도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섣부른 관세 부과와 적대화가 얼마나 미 대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유럽연합(EU)이 중국과 접촉하는 것을 미국도 바라봐야 했다. 이는 미국이 유럽에 많은 양의 가스와 무기를 비싼 가격에 판매했고, 한국이 아주 모자라다는 이유로 본격적으로 갈취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쟁 발발로 인해 연료 가격 상승과 불경기 대응을 위한 중국의 투자와 다시금 무역 증진은 물론 유럽이 대중 무역 적자 해소가 필요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떨어져 (적어도 무역 분야에 있어서) 중국에 밀착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블링컨 장관과 미 국무부도 이를 목격했던 만큼, 온도 조절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현재 미국의 여력으로 동맹들을 온전히 자기 편으로 끌고 갈 여력이 없음이 확인된 만큼, 외교위에서 동맹과 파트너에게 미중 중 어느 한 쪽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얼마나 유효할 지 지켜봐야 한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장관고의 회담에서도 기자회견에서 한 곳을 선택하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첫 방중에서 친강 외교부장관과 미중 외교부장관 회담에 나섰으며, 자신과 실질적으로 같은 격인 왕 주임과도 조우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을 만나며 펜타닐 문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를 비롯한 여러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약식으로 열린 미중정상회담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훨씬 더 크다. 미중이 무역분쟁 이전처럼 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붉어졌던 민감한 사안을 뒤로하고 여러 산적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기 때문. 또한, 유럽이 중국과 접촉을 일찌감치 시작한 만큼, 미국도 이에 질세라 같은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도 충분하다. 궁극적으로 현재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에 중국이 서방의 편에 서야하는 안보적인 이익과 함께 이미 세계 최대 무역 국가인 중국이 서방 경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지난 1972년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첫 방중으로 죽의 장막이 깨지기 이전에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부장관이 방중한 것과 엇비슷해 보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중국은 경제적으로 아주 곤궁한 상황이지만, 지금의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지위를 넘보고 있으며 2030년에 세계 최대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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