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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Dec 04. 2023

실패가 당연했던 엑스포 유치

정세도 모르고, 장점도 못살린, 지는 판에 돈만 쓴 결과

예상됐던 실패에 관한 지나친 기대 망상

대한민국의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은 수년 전부터 우리 나라 최초로 공인 엑스포(World Expo) 유치를 위해 열을 올렸다. 연예인이 총망라된 시각 광고와 음성 광고는 물론 지하철과 버스까지 엑스포 관련 홍보로 도배를 하는 등 열을 올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일찌감치 패배가 예상됐으나 지나친 희망이 얼마나 백해무익한지 다시 보여줬다.


실패 이유는 뻔했다. 우선, 외교적인 이유가 있다. 외교적인 이유에서도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개최를 확정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금년 봄에 중국의 중재에 힘입어 이란과 국교 정상화에 성공했다. 2016년 이후 단교가 됐던 양국은 그간의 케케묵은 갈등을 뒤로 하고 외교 관계를 다시 수립하기로 했다. 그간 이는 미국이 하는 역할이었으나, 정작 중국이 나서 양국을 다시 잇기로 했다. 중국의 왕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이 직접 양 측 최교 외교관의 손을 잡고 베이징에서 성사를 알렸다. 이어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나 당시 친강 외교부장이 중동에서 양국의 대사관 교환이 확정됐음을 알렸다. 사우디는 최고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안보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우디도 더는 미국에 안보를 위탁하지 않을 뜻을 보이기도 했으며, 중측의 중재로 이란과 손을 잡으면서 대외 위협 요소를 현격하게 줄였다. 우리 정부는 이를 간과하면 안 됐다. 하지만 정부는 시원하게 넘긴 것으로 이해가 된다. 반대로, 한국은 북측과의 군사 긴장도를 끌어올리기 급급했다.


둘째,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지금의 대통령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반중 감정을 이용)를 통해 당선됐다고 봐야 한다. 그랬기에 그는 당연히 중측과 만날 의사를 거듭 보이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 같지도 않은 그가 취임할 때, 미국은 부통령의 배우자가 참석한 반면, 중국은 왕치산 당시 부주석이 직접 취임식을 찾았다. 왕 전 부주석은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만나 정상급 회담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적 2인자인 부주석을 보낸 것은 중국이 새로운 정부와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 표시를 한 것이다. 그러나 접촉은 없었으며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 경도되다 못해 따라가기 급급한 외교(라기 보다 굴종 행보)를 펼쳤다. 참고로 중국은 아프리카와 태평양 도서 국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즉, 중국의 동조를 받지 못하고 이번 투표에 참가한 것 만으로도 얼마나 질 수밖에 없었는 지 잘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개인도 이를 적극 우려해 주변 지인에게 설파했다(당연히 공염불에 그친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구촌에는 현재 대통령과 그 부인이 성공한 인생을 누리고 싶어 하기에 찾고 싶어 하는 몇 안 되는 서방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몇 십배는 더 많다. 이 정부는 그 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들어간 것이다. 하물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당시에도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중측과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현안이 없다고 했다. 지금 무역 적자가 얼마인데 현안이 없다고 하면 더 심각한 거다. 진심으로.


셋째, 다소 어리석게도 한국 정상은 국빈 방문을 받고 싶었나 보다. 이에 최근에야 영국과 프랑스로 향했다. 우리가 받아낼 수 있는 이해관계가 없었음에도 향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갔다면, 영국과 프랑스가 끌어 모을 수 있는 표를 확보하고자 했어야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전 식민지 국가 및 자치령 국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많진 않겠으나 이왕 갔더라면 표를 모으고자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기는 지나치게 늦었다. 즉, 이번 방문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및 투표 지지에 관한 행보는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지나치게 늦었을 뿐만 아니라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갈려면 일찍 갔어야 했다. 그러나 영 왕실의 대우를 그토록 받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가 되며, 이에 영국이 지정한 날짜에 향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은 부산을 위해 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불필요한 지원을 가하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얼어 붙었고, 이들을 통해 동원할 표도 시원하게 날려 먹었다(이미 러시아 내 교민들도 힘들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에 찬동하면서 아랍권이 모두 사우디를 찍는데 시원하게 일조했다. 이 무슨 엄청나게 훌륭한 자가당착인가.


이어,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첫째, 이번 홍보를 위해 부산을 위한 이야기를 얼마나 꾸몄는지, 구성했는지 의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지 않은 개인은 부산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부산은 조선 말엽에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 개항으로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나라가 전복되면서 일본의 전초기지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박살이 나있었으며, 독립 이후에 기반 시설을 통해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하물며 나라 경제가 온전치 않았기에 생산 활동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물며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피란수도로 역할을 했으며, 이 때 부산에서 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이처럼 가슴 아픈 이야기가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람을 갈아넣어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적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지금에 다다랐고, 부산도 궤를 같이 했다. 그 힘겨웠던 역사의 아픔을 뒤로 하고 한국 최고의 항구 도시이자 동북아 해양 수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는 부산의 성장 이면에 야기된 한 개인의 아픔과 시대적 실책이 모두 녹아있다. 그러나 부산시가 이를 활용해서 홍보를 했는지, 정부가 이를 얼마나 사용했는 지 의문이다.


둘째, 개인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는 이름난 명소가 사뭇 많다. 이름난 고찰이 두루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과 산새가 고루 안배되어 있는 도시다. 실제로 해운대, 광안리, 기장, 송정 등 해수욕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곳에는 산이 더 많다. 시내에 안착한 대학교 중 부경대학교 만 제외하고 모두 산새에 캠퍼스가 있을 정도로 산이 많다. 동북쪽의 금정산부터 남동쪽의 낙동강변까지 다양한 생태와 문화가 고루 어우러져 있다. 그럼에도 부산은 이를 알리고자 했던가. 가장 유명한 해동용궁사 외에도 금정산새에 자리하고 있는 범어사와 부산 중부에 있는 선암사 외에도 다양한 사찰이 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모일 만한 다소 오묘한 내음과 신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까지 요소요소에 숨어 있다. 그럼에도 영상을 본 이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와 관련한 정보와 문화적인 홍보에 나선 것을 보지 못했다고 들었다.


셋째, 연예인만이 판을 쳤다. 이는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산은 수년 전부터 가장 유명한 배우의 목소리를 따와 부산이 경이로운 도시라는 둥, 살고 싶은 도시라는 것을 에둘러 강조하며 부산이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린 연예인들 네 명을 모아 유치에 나서는 일종의 객원 조합을 만들기도 하는 등,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데 돈을 쏟아부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버스가 바뀐 것은 이미 거의 개최를 확정하다 못해 개표가 끝난 상황과 엇비슷했다. 대중교통 요소요소에 관련 광고가 지나치게 판을 쳤다. 즉, 정작 필요한 데 돈을 쓴게 아니다. 개최 이후 해도 늦지 않을 곳에 예산을 쏟아부었으며, 연예인만을 활용한 홍보가 전부였다. 아무리 이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이라지만, 연예인만을 활용해 시가 지난 역동적인 역사와 해양과 산과 강을 안은 부산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들어본 결과, 아주 안타깝게도, 마지막 발표 영상에서도 연예인만이 전부였다고 들었다.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끝으로, 최종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아주 훌륭한 이 나라의 언론이다. 무슨 정신으로 박빙을 예상했던가? 도대체가 어떻게 된 것인가? 이미 세계의 여느 언론을 보면 부산을 낙관한 곳이 많지 않았다. 잘 모르는 개인도 알고 있는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가? 아, 또 누구한테 잘 보여야 했기에. 아니면 이미 잘 보였기에 그리 보고 싶었던 건가? 꼭 개표 당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마치 부산이 유력한 개최지인 것처럼 알려져 있었다. 실상은 전혀 달랐음에도. 또, 근원적인 질문도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에 이와 같은 박람회 개최가 필요한가? 지구상에서 올림픽, 월드컵, 박람회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한국도 들어가고 싶을 테지. 그러나 이게 정녕 필요한가? 진영과 정당을 떠나 지나치게 이런 것만 보면 개최해야 마치 체급이 오를 것처럼 오도하는데, 한국은 이미 체급이 크다(또, 선진국이거나 강대국이라고 하면 이전 정부 사람인 것처럼 오도해 빨간딱지를 붙일려나?).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이 돈이면 힘들 게 사는 누군가 한테 적재적소에 쓰거나, 출산율 하락을 막는 정책에 투입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은가?


종합하면, 이미 결판이 나있었으나, 모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싶어한 결과, 지는 경기에 들어가 마치 우리가 잘 할 거라고 역설한 것과 다르지 않다. 즉, 지는 곳에 판돈을 지나치게 쓴 결과다. 사라진 예산은 어떻할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주 돈만 쓰고 신을 낸 지는 게임에 될 것처럼 환호하고 싶어하는 광경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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