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모멘트 : ( )展 회고
참여 작가에게 참가비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수익보다는 시도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시작했고
전시회 개최의 A to Z를 직접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과 좋은 사례 발굴을 목적으로 했다.
결과적으로 초기 목표로 했던 성과를 모두 만들지는 못했다. (작가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이번 첫 번째 시도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전시 활동에 대한 방향성을 일정 부분 잡을 수 있었다.
- 전체 기간 : 9.26 ~ 12.26 (총 3개월)
- 전시 기간 : 12.17~12.26 (10일)
- 참여 작가 : 9명
- 방문객 수 : 180명 ±
- 웹사이트 조회 수 : 254회
전시회에 대한 홍보와 방문 유도, 판매까지 짧은 시간동안 여러 방면에서 시도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큰 성과를 만들지 못해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예산 관리 측면에서도 초기 기획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비용이 들었고, 들인 비용에 비해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떤 질문들을 풀어가야 하는지는 명확해졌고, 하나씩 하나씩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하기 위해 시작했던 프로젝트지만 참여 작가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을 했는가, 스스로 물었을 때 대답이 명확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는 작가의 성장은 둘째치고 작가의 정체성과 조건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 소견으로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공개함으로써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중들의 문화예술의 소비는 영화에 대부분 치중되어 있고,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인구는 매우 적다. 작품을 개시한다면 미술 관람 인구가 더 많이 방문하는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작가 성장의 기본 조건이 된다. 그래서 연락이 닿는대로 갤러리 대표님들에게 대관을 부탁드리고 있다.
그럼 작품을 공개한 이후의 성장은?
많은 고민 끝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질문이 3가지 정도 생겼다.
1) 작가 고유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다 똑같은 작품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어떤 재료로 어떤 표현을 하면 머리 속 작품 세계를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2) 작가와 작품의 영향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문화예술은 대표적인 공급 과잉 시장이다. 남들과 다른 점, 더 뛰어난 점을 드러내고 잘 전달해야 전시 출품 소식 자체가 이슈가 되고, 직접 방문해 작품을 관람하고 구매하고 싶어진다. 전시 디스플레이나 모니터, 스마트폰 속 보여지는 디자인과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
3) 외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작가 10명 중 9명은 본업이 따로 있거나 겸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직장인 작가’, ‘주부 작가’, ‘취미 작가’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3가지 질문의 공통점은 외부의 자극과 피드백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현 시대의 작가로서의 성장이란 홀로 작업실에 고립된 채 반복하는 작품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
앞으로는 단체전 하나하나의 프로젝트 컨셉과 기대 효과를 더 명확히 정의하고, 작가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노하우가 쌓이는 굿즈 제작이나 작품 판매가 선정, 최근 유행하는 NFT에 대한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상의 모멘트 : ( )’전의 방문객은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총 200명-)
긍정적으로 보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만명에 달하거나 이미 큰 규모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작가님이 참여하지 않은 단체전에 방문객 수가 그렇게 적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방문의 양과 질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누구든지 한 명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갤러리에 상주하는 기간에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또는 작품의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5,000회의 미술 전시가 열린다.
국내 연간 미술 전시 방문객 수는 총 7백만명 수준으로, 전시회 한번에 평균 46명이 방문하는 셈이다.
이 중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을 제외한 국내 475개의 공식 갤러리/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는 평균 259명이 방문하고 있다.
※ 출처 : 2020 문예연감(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20 인구통계(행정안전부), 2020 미술시장 실태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물론 위 수치는 전시 공간의 규모와 참여 작가에 따라 편차가 심하고 수도권 지역 내 갤러리 대표님, 큐레이터님들과 인터뷰를 진행해본 결과 미술 전시공간에서의 전시에는 통상적으로 100명~20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전시 기간 1~2주 기준)
기간 내에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전시 준비 막바지 기간에 미술관에서 근무 중인 한 현직 큐레이터님의 재능 기부로 출품작들에 대한 판매가 컨설팅을 지원했다. 올해 진행됐던 아트페어의 출품작의 작품성이나 작가 약력, 작품 사이즈 등을 기준으로 작품별 가격 바운더리를 안내해드렸고, 참여 작가님들도 대부분 그 범위 내에서 가격을 선정하셨다.
미술 작품은 공산품이 아니고 하나하나가 작은 브랜드와 같다고 생각해(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가의 사유와 시행착오를 들여다보면 이 분야는 리스펙할 수밖에 없다) 전시 기간 동안 작품 구매를 과하게 유도하지 않았고, 작품 구매를 위한 단계를 3개의 depth로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적어도 두 가지 방향 중 하나에 집중해야 될 것 같다. 생애 처음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할 사람들을 설득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에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던 사람들을 찾아내 구매를 제안할 것인가.
총 9명의 작가가 일러스트와 사진부터 콜라주, 회화, 수묵, 스트릿아트까지 여러 분야의 작품을 출품했다.
긍정적으로는 일부 작가님들은 설치까지 함께 해 관람객 입장에서 다양한 색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시도였다. 반면 같은 이유로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색채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전시회의 파사드나 포스터 등 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하지 않았나, 작가 한명 한명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22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단체전들의 컨셉을 강화하고 일체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성과를 비교 검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의 퀄리티도 앞으로 점진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도록 작가 모집이나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을 바꿔보려고 한다.
한남동 이태원역 인근의 디자이너 골목에 위치한 갤러리를 대관했다.
참여 작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갤러리 대표님에게 간청을 드려 대관 논의를 시작했었고, 단체전 취지와 디렉터의 경험을 보고 전시 기회를 주셨던 것 같다.
갤러리는 건물 3층에 위치해있고 1층에는 의류샵, 2층에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어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존재하는 점, 그리고 수년간 전시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인스타그램 홍보도 진행하고 있던 점을 봤을 때 여러모로 전시를 진행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총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간 선정과 테마 선정, 작품 작업과 마감까지 모두 진행했다. 특히 참여 작가를 모집하던 시점에 전시 테마나 공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프로젝트가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3개월 동안 전시 디렉터, 참여 작가들과의 온/오프라인 미팅을 총 6차례 진행했다.
전시 테마는 참여하는 작가님들과 상의해 아이디에이션부터 함께 했고 전시 테마를 결정한 후부터 작품 기획과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상 작업 기간은 2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이 짧은 시간에 작품 기획부터 마감까지 모두 마치신 작가님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전시를 시작하는 날에는 오전부터 작가님들이 다 함께 갤러리에 방문해 설치를 시작했고, 저녁에는 오프닝 파티를 진행했다. 참여 작가님들의 지인 뿐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과 디자인, 아티스트 커뮤니티 분들이 함께 해 주셨다. (노쇼는 30% 정도, 타 행사에 비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단체전 소개를 위한 레터링과 포스터, 작품 캡션들의 인쇄비나 부착용 테이프 가격이 모아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이런 부분들은 갤러리에서 지원해주지 않고, 작가에게 부담을 주기에는 애매한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여러 작가님들이 참여하는 만큼 전시 종료 후 작가님들이 나누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했던 방명록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작성해주셨다.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만큼 안정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고 중간에 놓친 부분도 많았지만 감사히도 작가님들이 많은 부분을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4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을 두고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고, 공간과 테마 선정이 끝난 후부터 참여 작가를 조금 더 선별하여 모집함으로써 전시 경험에 일체감을 주려고 한다.
인쇄물(팜플렛, 도록, 현수막)
9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메인 작품을 별도 선정하지 않았던 만큼 인쇄물에 담아야 할 정보가 많았다.
결국 모든 작가의 작품을 다 함께 담거나 어느 작가의 작품도 담지 않는 방법 중 고민했고, 결과적으로는 8개의 대표작을 모두 포함시키는 디자인으로 제작하게 됐다.(작품 하나는 작가 2인 공동 작업)
디자인 자체는 무난하게 나왔지만 인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리플렛을 제작하는 종이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고 그렇게 많이 출력하면 안된다는 점을 배웠다.
반대로 소량으로만 인쇄했던 도록은 참여 작가님들을 위한 기념품(?)이 되었다. 앞으로는 같은 비용을 들일 거라면 전시를 함께 준비한 사람들을 위한 헌정보다는 방문객을 위한 굿즈를 제작해 방문을 유도하고 전시 방문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전시회 웹사이트 제작
웹사이트 하나를 개발하고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는 제작과 홍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
반면, 전시회는 1주일~ 1개월 정도 진행된다. 그리고 전시 기간이 끝나면 콘텐츠는 휘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회 콘텐츠만을 단독으로 담은 웹사이트는 통상적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갤러리는 보통 저녁 7시면 마감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 낮에 갤러리를 방문한다.
결국 10일의 전시 기간은 굉장히 짧고, 작품과 전시를 준비해온 과정이 스러지는 것이 아쉬웠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를 소개하고 작품 속 작가의 의도를 담은 웹사이트를 약식으로 만들었다. 웹사이트 링크
전시 기간 중 웹사이트 방문, 조회 수는 높지 않았지만 앞으로 재조명될 기회들을 만들어나가다보면 단순 아카이빙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 전시를 포함해 앞으로 참여 작가, 출품작에 관련된 콘텐츠들은 웹사이트에 새로운 탭을 추가해 아카이빙하고, 판매 모듈을 연동해두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인플루언서
전시회 방문 신청 이벤트 소재로 광고를 진행하고 외부 인플루언서와의 콜라보도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속 ‘전시회’ 콘텐츠는 광고의 클릭당 단가도 높지 않고 사람들도 좋아요를 많이 누른다.
하지만 매일같이 재미있는 소식과 영상이 생겨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스마트폰 속에서 예술 작품과 전시회에 대한 콘텐츠로 사람들이 시간을 쓰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실질적인 이벤트 참여나 전시회 방문, 작품 관람까지는(온라인 포함) 잘 이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SNS를 통한 홍보는 방문 예약으로 확실하게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와 함께 진행하거나, 아니면 SNS에서는 힘을 빼고 대신 전시 공간 입구 주변의 오프라인 홍보에 집중하는게 좋을 것 같다.
보도기사
이데일리를 통해 전시회 개최 소식에 대한 기사를 송출했다.
(보도기사 링크) 여덟시클럽, 부캐 작가들의 전시 '일상의 모멘트 : ( ) 展' 개최
조회 수를 직접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사람이 우연히 전시회 기사를 읽는다거나, 뉴스 기사를 읽고 전시회에 방문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기대일 것이다.
국민적 이슈가 될 사건, 사고나 반드시 알아야 하는 소식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전시회라는 콘텐츠는 종료, 철거 후 휘발된다는 성격을 가지는 만큼 이번 전시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두는 아카이빙에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타
할 수 있는 홍보는 모두 해보자는 취지에서 직접 발행 중인 작가 뉴스레터 여덟시뉴스에 전시 소식을 올렸고 디자이너, 작가들이 모여있는 단체채팅방 몇 곳에 전시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네이버와 문화포털에 전시회 정보를 업로드하는 부분을 뒤늦게 진행했다.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놓쳐서 민망하기도 하고, 참여 작가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앞으로는 전시 시작일로부터 7일 전에 꼭 챙겨할 체크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관람객,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시를 종종 관람해왔지만 개최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한 디렉터님, 작가님과 이야기하면서 나왔던 크고작은 아이디어들을 구현하는 재미도 있었고, 당연했던 부분을 놓쳐 실수했던 부분에서는 아쉬웠습니다.
저희는 내년에도 전시를 여러번 개최할 예정이며, 팝업스토어나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입니다.
작품 활동을 하시는 작가님들에게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여해주시고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진행할 전시에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정리하고,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님 또는 전시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과 나눌 수 있도록 지난 3개월의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담았습니다.
글을 읽어보시면서 궁금하신 점이 있는 분은 편하게 연락주세요. / twkim@eightclub.kr
※ 많은 파트너 분들이 여덟시클럽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사이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작가 문의, 능력자 분들의 재능 기부, 파트너 제안 등 모두 환영합니다.
여덟시클럽 김태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