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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골 Dec 17. 2019

영국일기

3개월 동안 런던에서 봄학기를 다니면서 했던 생각의 공유

3월 29일 일기

      

여기에서 뜬금없이 요가에 빠졌다..


놀랍지 않을 수 없지.. 단 한 가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운동이 요가나 필라테스였는데.

요가 매트에 누워서 눈을 감고 혼자만의 동작에 집중하고 있으면 선생님이 계속해서 자기애에 대한 말씀을 해주신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 나 자신을 사랑하자. 특히, 타인과 교류하며 생활하면서도,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 있다는 말씀이 와닿았다. 우늘 마주친 누군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면,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는 것,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는 것. 그걸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정말이지 너무 편해진다. 나답지 않아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한 걸까 생각했다.     


여기 와서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깊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 스스로 의존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 자신을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에 두고 사랑해주는 건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요가를 하면 그 좋은 에너지를 다 받는 기분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배제하고 내 동작과 호흡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교회도 그렇다. 나는 항상 종교인이 되고 싶었고, 나름의 노력도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실패했다. 보이지 않는 걸 믿게 만드는 건, 나에게는 아주 큰 일이다. 다들 믿게 되는 데는 계기가 있다고 하던데, 여기 오면서 엄마랑 이곳에서 내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얘기를 했었다. 한가지의 계기가 있었던 거 같진 않지만, 이곳에서 교회를 간 이후로 은혜를 받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아직 내가 종교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배나 요가수업 등에서 사랑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받을 때 나는 의심을 하지 않고 믿게 되었다. 원래는 사랑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었었는데, 지금은 믿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것에 우선한다. 여러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결국 많은 긍정적인 단어들은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해야만 내가 가진 많은 의문점이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런던을 떠나던 날     


런던을 떠나기 이틀 전은 내 생일이었다. 4월 6일. 혼자 타지에서 쓸쓸히 생일을 맞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직접 만들어준 해리포터 케이크부터, 아기자기한 손편지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준비해준 선물까지. 마지막 런던에서의 밤은 참 소중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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