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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바이지은 Oct 14. 2022

만학도의 대학 수시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법

생기부가 빈약하더라도 겁먹지 말 것!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서 독자분으로부터 종종 연락을 받는다. [서른여섯 살 애엄마의 수능 도전기] 브런치 글을 읽은 독자분들이다. 주로 평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꿈을 다시 한번 펼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내용들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내용이 있다. 80년 대생들도 수시로 대학 입학이 가능한 지 몰랐는데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돼서 기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학생부가 요즘 생기부 같지 않은데 정말 괜찮은가, 빈약한 생기부 내용은 무엇으로 만회하는가, 자기소개서 질문이 까마득한 고등학교 생활로 채워져 있는데 늦깎이 지원자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이다. 이분들의 걱정에 깊이 공감하며 이 부분에 대해 따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1. 2007년 이전의 수우미양가 학교생활기록부도 학생부 종합전형 수시 입시에 쓸 수 있다.

필자는 1982년생으로 본래 2001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여 요즘처럼 등급제인 입학 전형과는 사뭇 다른 입시제도 하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나, 전설의 수우미양가 학교생활기록부로 2018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과하였다. 보통 2007년 이전에 졸업한 만학도들은 요즘 생기부와 그때의 생기부가 다르기 때문에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생각지도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나의 합격 사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2. 예전 학생부로 인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빈약한 요소는 자기소개서로 만회할 수 있다.

대학입시 자기소개서를 보면, 질문의 대부분이 '고등학교 생활 중'으로 제한되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십수 년이 지난 만학도들에겐 세상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이제는 어제 일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까마득한 고등학교 생활 일화라니!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린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명상의 타임머신을 타고 나를 고등학교 교실로 이끌어보자. 그때 내가 좋아했던 것, 특히 어려웠던 일,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추억, 참여했던 학교 행사나 내가 유독 잘 해내어 칭찬을 받았던 일 또는 스스로 성취감을 느꼈던 일들. 찬찬히 끄집어내다 보면 각각의 질문 중 필요한 답을 한두 개쯤은 찾아낼 수 있다.


3. 만학도의 자기소개서는 달라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면 절대로 안된다. 기억하자.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언제인지, 아마도 20년 전쯤, 아니면 10년 전쯤인지 말이다. 이것은 나도 알고 면접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서에서 고등학교 생활만 질문했다고 해서, 진짜 고등학교 생활만 적고 끝내면 정말 망한 거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미 많이 늙어버린 생김새만큼) 다른 사람이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 고등학교 생활 일화가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이 내가 지금 지원하는 학과 공부에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을지, 유연하게 연계해서 쓰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러한 경험이, 전적 대학생활 또는 이전 직장생활에 이러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 이렇게 원서를 쓰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영향을 주었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되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강하다. 있는 사실을 과장하거나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보다, 별거 아닌 일화더라도 그 안에 충분한 진심이 있고 설득력이 있으면 통한다. 고등학교 생활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까지의 삶을 꿰뚫을 수 있게 꼭 연계해서 쓸 것!


4.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동기'다.

면접도 얇은 생기부를 만회할 중요한 요소이다. 면접관들이 만학도 지원자에게 가장 궁금해할 만한 게 뭘까. 면접관이 나라면 뭐가 제일 궁금할까 생각해봤다. 아니 저 사람은 나이도 많고, 다른 경력이나 학위도 있는데, 대체 뭐하자고, 굳이, 왜, 하필, 여기 앉아있는 거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동기다. 그리고 지원동기는 솔직해야 한다. 거창한 사명감 같은 이야기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다. 내 안을 들여다보고 진솔한 지원동기를 준비하면 면접관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와 연관된 문이과 적합성이나 관련 공부,  기타 경험 등은 필수요소가 아니다.

물론 관련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서른여섯 살에 한약학과에 지원에 합격한 필자는 문과였고, 예술대학을 나왔으며, 전직은 방송작가였다. 한약 관련 활동은커녕 한자 과목 점수도 낮았다. 심지어 학생부에 장래희망이 방송작가라고 적혀있었고 실제 방송작가가 된, 어쩌면 꿈을 이룬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도 한약학과 입시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쫄지 말자. 


6. 학생부 성적이 좋다면 교과전형을 노려보자.

교과전형은 말 그대로 학생부 성적만 반영하는 수시 전형이다. 다른 요소들은 평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이 좋은 만학도들은 교과전형을 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학교를 다녀보면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거나, 좋은 회사를 다니던 만학도 학우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분들은 나이는 많지만 워낙 좋은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기에 현역 학생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7. 수시전형이라도 수능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수시전형이라 해서 수능점수가 아예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능 최저 등급이라는 게 있다. 보통 한 과목당 2-3등급 이내로 들어와야 안전하다.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한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합격에 넉넉한 점수를 받았더라도 탈락한다. 따라서 수능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문제 푸는 스킬을 어느 정도는 익혀야 한다. 나의 경우 오랜만에 수능 문제를 풀려니까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더 맞힐 수 있을 것 같은데, 늘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기출문제로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어보면서 나만의 오답 패턴을 확인했다. 확실한 문제는 확실히 맞히고, 아무리 해도 틀리는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는 방법을 썼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꼭 최저 등급을 맞추자. 수능 준비를 잘해서 점수가 잘 나온다면 수시전형에 실패하더라도 정시전형에 지원해볼 수 있다.


8. 열심히 준비했다면, 나머지는 운에 맡기자!

주민등록증이 반딱반딱한 어린 친구들에 비해, 신분증 재발급이 시급한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가! 체력도, 기억력도 한참 딸리는 만학도의 강점이라면, 인생사 운빨이라는 걸 깨우쳤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인생이란 게 학창시절 성적처럼 열심히 한만큼 적당히 결과가 나와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다는 걸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는 알고 있다. 나 역시 기를 쓰고 열심히 도전한 일에 여러번의 실패를 겪었다. 어쩌면 이렇게나 안풀릴 수 있는지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약학과 합격은 어떠했냐면, 이전의 노력에 비하면 작은 노력을 들이고도 합격이라는 기쁨을 얻었다. 그 발판은 실패를 했을지언정, 기를 쓰고 열심히 한 내 과거의 피,땀, 눈물이었다. 그러니 할만큼 했다면 결과는 운에 맡기자! 내가 합격할 운이라면 합격할 것이다. 떨이지면, 내 운이 아닌 것이다. 너무 좌절할 필요 없다. 다만, 도전하지 않으면 어떤 운도 오지 않는다. 후회보다는 실패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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