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확히는 19년만이다.
그새 너도 나도 많이 변했겠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 또렷한 눈매에 짙은 눈썹. 약간 짧은 엄지 손톱까지. 넌 어쩜 그대로니
그럼에도 다가가 인사하지 못한건 그 긴 시간동안에 변해 버린 내 모습을 네가 기억해내지 못할까봐,
네 곁에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궁색하게 내 신상을 늘어놓아 빈 인사를 들어야 할까봐.
넌 그대로야. 너와 친한 친구에게 네가 이 도시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지 않았다면 나도 반신반의 했겠지만...
실제로 널보고 네 발치의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묘한 기분이 들었어
20년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꿈을 꾸던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타인이 되었구나. 그래도 조금은 친근한, 내면으로나마 반가워 할 수 있을 만한. 혼자서 인사를 건네.
넌 잘 살고 있구나. 왠지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잊고 있던 내 과거의 한 조각이 떠올랐지. 더불어 아주 오래전 그 공간이...,
나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 존재들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세상 곳곳에서 잘 살고 있구나. 작은 위안이 되었어. 마치 민들레 씨앗이 따로따로 퍼져 뿌리을 내린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그간 우리가 싫어하던 담임선생님은 세상을 떠났고, 탄 것을 먹어도 절대 암에 안 걸린다던 생물선생님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지.
왜인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실려오던 그 곳의 이야기들을 안타까워하며 내가 더 이상 그 이야기에 큰 마음을 쓰지 않는 무심한 어른이 된 사실을 조금은 증오하며 살았어.
네 삶도 내게는 다른 세계와 같아.
그리고 이렇게 잠깐의 스침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는 것을 너는 모르겠지만
반가웠어
잘 지내렴. 나의 학창시절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