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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세기소년 Jan 11. 2023

우리가 '마틴 로즈'를 좋아하는 이유.

지구 TMI


 안녕! 오랜만에 돌아온 지구 TMI! - #마틴로즈 #martinrose



올해부터는 매거진 글을 자주 쓰려고 해... 무엇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파고 보고 관찰하고 또 진솔한 걸 쓰려고 한다.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면 어떻게든 결과가 따라온다고 했거든. 이 에티튜드는 오늘의 주인공 Martin Rose 누나의 인생 모토야. 가장 나 다운 것이 특별함과 대중성이라고.  좋은 빌드업


미소가 아름다운 디자이너, 마틴 로즈  (L: Google image / R : Martin Rose 공식 홈페이지)


 내가 Martin Rose를 알게 된 건 2017년도였어. 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놈 중에 영국대학에서 패션 공부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것저것 알려줬거든. '멋'에 대한 호기심이 만만치 않았던 나는 본격적으로 친구가 공부하는 유럽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보고  또 입어보고 어느새 패션 사춘기에 접어들 쯤이었어.


 물론 지금도 여전히 패션을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예쁘도 특이한 옷을 좋아하는 회사원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지만, 패션 취향은 점점 확고해지더라고. 그중에서도 특히 Martin Rose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야. 유독 나같이 마틴 로즈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거 왜 그럴까?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 브랜드, 확실히 뭔가 있다.


섹시한 로고,



 오늘은 그 핫하고 핫한 인류학자와도 같은 디자이너, 고지식한 것을 뒤엎는 디자이너, 과감하지만 납득이 가는 디자이너! Martin Rose (마틴 로즈)를 알아보는 시간이야. 이 핫한, 그리고 더 핫 해질 브랜드가 찬양받는 (지극히 개인적인) 몇 가지 근거들을 적어보려 해.


출근할 때 입었던 마틴로즈 21ss 데님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 마틴로즈.


 이름이 무려 마틴 로즈라니! 이름부터 그저 낭만 가득하다. 마틴과 로즈라니, 너무 멋진 영어 이름이지? 막연한 문화 사대주의가 나를 사로잡은 걸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던 찰나, 그녀를 알아보고 나서 오히려 그 이름이 더 멋있게 느껴졌어.


 마틴 로즈, 1980년 11월 24일생이고 영국 사람이셔. 영국인과 자메이카인 사이에 태어났지. 로즈 누님은 어려서부터 레게, 댄스, 펑크, 등 이외에도 여러 하위문화를 접하면서 자랐다고 해. 이 서브 컬처들은 훗날 그녀의 패션 철학에 있어 엄청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지. 이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누님은 2007년 마침내 "마틴 로즈"를 론칭했대.


 이 누나를 알아볼수록 느낀 건데 참 사람이 둥글둥글하고, 톤이 진하고, 또 사람에 대한 사랑이나 정이 있는 사람 같더라고. 물론 나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 누나 분명 편견 없고 밝은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히 알 수 있던 건, 진짜 미친 듯이 '솔직한'사람이라는 거였어.


좋아하는 마틴 로즈의 사진 (이미지 출처: GQ 코리아)




하위문화와 마틴 로즈.


 특히 문화에 있어서, 비정상적이고, 마이너 한 것들은 늘 인간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나 봐. 아마 그것들이 '모순'이라는 매력을 갖고 있어서겠지? 난 그렇게 생각해.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우리는 늘 비정상적이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을 시도하고, 그 딴것들을 통해 우습게도 일종의 짜릿함이나 해방감을 느끼곤 해.


 청소년 시절의 껄렁거림, 젊음의 방황, 개성의 존중, 인간의 모순성, 반항 심리, 유스 컬처, 레트로, 그리고 사랑, 등등 오그라들지만 살면서 모두들 한 번쯤 겪어 볼만한 키워드잖아? 난 마틴 로즈 누나가 이러한 마이너 한 것들, 나아가 이런 감정들을 디자인에 잘 녹여낸다고 생각해. 아마 나 같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 이유겠지! 뭐랄까 불량하지만 낭만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달까.


마틴로즈 인스타그램


 위에서 말했듯이 마틴 로즈는 영국의 서브 컬처, 레이브, 클러빙(클럽 문화), 밤문화 등에 영감을 받았다고 해. 다른 건 다 알겠는데 레이브가 뭐냐고? 모를 수 있어. 나도 몰랐거든. 음, 그러니까 여러 사람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노는 형태를 의미해. 흔히 '레이브 파티'라고도 부르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었다고! 다음 참고 영상을 보면 어떤 건지 한 번에 이해가 갈 거야.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레이브 파티 (이미지 출처 | Lunacy)


*레이브 파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8G8cdbPmp8


 마약을 했는지 환각 상태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 실제로 '레이브'는 마약에 노출되어 있는 파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어. 물론 부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건 아니야. 레이브 파티의 초기에는 이들의 정신을 나타낸 표어로 'PLUR'이 자주 언급되었는데, 이는 Peace, Love, Unity and Respect를 의미했지. 자유, 사랑, 통일, 그리고 존중 즉, 국경과 인종을 넘어선 초월적인 인간애를 상징하기도 했대. 약을 빤 인류애? 랄까, 뭔가 1960-70년대 히피문화와 비슷하지?



마틴로즈 스모킹 진, 제임스 딘이 생각난다. (네이버 이미지)


 내가 이 '하위문화'와 '마틴 로즈'간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말이야, 그건 바로 '솔직함'이야. 자신의 쾌락에 지나치게 솔직한 청년들의 문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항상 타협 없이 솔직한 마틴 로즈! 바로 이 '솔직함'이라는 키워드가 둘을 연결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모두 마틴 로즈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말 그대로야. 딱히 누가 입어야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 브랜드야. 그렇다고 누가 안어울릴지도, 또 월등하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도 딱히 생각이 나질 않아.


 마틴 로즈는 실제로 연령대를 설정하지 않아. 다 열어둬. 누구든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그게 노인이든, 성인이든, 학생이든, 남자든, 여자든, 성별이 모호하든 말이야. 남성복이라는 명목아래.


특히, 내 눈을 사로잡았던 마틴 로즈의 모델들! 

마틴 로즈 모델 (출처: 마틴로즈 공식 홈페이지)
마틴 로즈 인스타그램 : @martine_rose


 사실 가끔씩 일반인이나 훈련받지 않은 모델들을 파격적으로 모델로 세우는 콘셉을 본 적은 있는데, 나 같은 패알못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럴 때마다 드는 어색함은 어쩔 수 없더라고. 뭐랄까, 어색함을 감지하고 '아, 콘셉'이구나 하게 되거든.


 근데 마틴 로즈는 정말이지 동네 아저씨를 데려다 "여기만 쳐다보세요. 찍습니다."라고 말하고 모델을 쓰는 것 같아.


 노동자, 중년, 혹은 성별이 모호해 보이는 사람들의 피팅이 인상적이지. 보통의 이런 일반인들은 내가 생각하는 어떤 형태의 이미지나 모습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었거든. 하지만 우리 머리 안에 자리 잡은 선입견의 잔상을 색다르게 바꿔주지.


 아빠, 엄마, 누나, 언니, 동생, 형, 오빠부터 자주 마주치는 옆집 주민, 편의점 알바, 학교 선생님, 교수님, 헬스장 아저씨, 혹은 강아지 산책시키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마틴 로즈의 모델이 될 수 있어. 단순히 컬렉션의 콘셉이 아니라 진짜 일반 서민들의 일상을 옮겨다 놓지.


 나아가 마틴 로즈는 다양한 인물들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그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느낌이 들어. 그런데 전혀 이질적이지 않아. 일반 서민들의 삶에 스며들고, 어느새 그들의 다른 점과 개성을 연결 짓고 있어. 게다가 그 안에서 묘하게 ‘인간’이라는 소속감과 통일성도 느껴지거든.


마틴 로즈 공식 홈페이지 Archive -> Autumn/Winter 2021 영상 스크린샷
마틴 로즈 공식 홈페이지 Archive -> Autumn/Winter 2021 영상 스크린샷

https://martine-rose.com/archive/aw-2021 


 방식이 참 친근하고 세련됐어. 정말 누구나 입어도 각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같아.




어려운 패션도 쉽게 납득시키는 마틴 로즈


 난해한 패션 세계를 나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기준은 아마 "내가 이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이겠지?


극단적인 예시이긴 한데,

Rick Owens 릭 오웬스 ss16 파리 패션쇼 런웨이


 위 사진은 릭 오웬스의 ss16 파리 런웨이 사진이야. 릭 오웬스는 '여성의 순환성'을 표현했다고 했지. 나는 디자이너들의 기상천외함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정말 존경해. 하지만 뭐랄까 한 번에 공감이 잘 가지 않더라고. 특히 '옷'이라는 것은 시각적인 부분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난 패션에 있어서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게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또 표현했든, 대중들은 한 번에 알 수 없거든! 하지만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해. 적어도 디자이너의 '진정성'은.  


 물론 마틴 로즈의 컬렉션 역시 누군가에게는 난해할 수 있는데, 나는 그녀의 시도들을 처음 보았을 때, 편했어. 납득이 되고 조화롭다는 생각도 들었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옷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 부담 없이 편해.


구두 굽과 나이키 운동화가 만났을 때, 운동할 때 전혀 실용적이지 않을 것 같은 트레이닝 복, 속옷 부분을 레이어드 뚫려있어 레이어드 해야 하는 이상한 바지, 마틴 로즈는 그동안 옷이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부분에 있어 경계나 기준이 없어. 절대 트렌드를 타지 않아.


마틴 로즈 x 나이키 운동화. 에어가 묘하게 하이힐을 연상케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마틴로즈 풋볼 유니폼. 사선 디자인이 마치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상태 같다. (출처: 구글 이미지)
(마틴 로즈x타미 힐피거 22FW) 레이어드 바지. 왠지 만나는 사람마다 레이어드 디자인이라고 강조해야 할 듯. (출처: https://martine-rose.com)
젠더리스를 돋보이게 하는 나이키 x 마틴로즈 풋볼 유니폼 (출처: 공식 홈페이지 Archive Autumn&Winter 2021 필름 중..)


 마틴 로즈는 물론 섹슈얼리티를 강조할때도 많고, 특이한 시도도 많지만 뭐랄까, 억지스럽거나 과하다는 느낌이 덜해. 개성 있는 디자인속에도 단단함과 밸런스가 잘 잡혀있지. 아마 그건 인간 군상이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We like to subvert very familiar things to take them into a completely other space” says Martine Rose.

마틴 로즈는 말합니다. "우리는 아주 친숙한 것들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가져가기 위해 전복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틴 로즈의 솔직함, 진정성.


 마틴 로즈가 인터뷰 중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한 말을 공유해볼까 해! 이건 비단 젊은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말 같더라고. 토씨하나 안 떼고 그대로 전달해 볼게.


Q. Any advice for up and coming desginers?

    새로운 디자이너들에게 해줄 조언은?


"I would, I think, you have to be really really honest. Anyone you can design, you can create, anyting copying, anything else you can try to be on trend but trends change you know so that's a shacky ground to start on. It's the longer route, all the route that I choose, I think in the end it really pays off. You have to be really really authentic with who you are, and what you like, and I think that is timeless. you do has to be about really real."


"저는, 제 생각에, 당신이 정말로 정말로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고,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고, 유행에 따르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트렌드가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시작하기에 족쇄적인 분야입니다. 제가 선택한 모든 경로가 더 긴 경로이고, 결국에는 정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로 진실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시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정말 진실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출처: Finley Markez 유튜브 채널.


 "나에게 솔직해져라" 쉽지만 울림이 있는 말이지. 계속 로즈 누나는 진실 진실하는데 솔직히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추구해야 되는지 모르고 굳이 그걸 찾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잖아. 왜, 나는 주변에 이런 사람들 꽤나  만나본 것 같아.


“난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좋아하는 게 없어. 그리고 취미니, 부캐니, 뭐니 그런 거 강요되는 것도 싫어.” 


  물론 그게 절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굳이 지금도 무척이나 피곤한데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기도 해 맞아. 하지만 인생에서 꼭 무엇을 "해야 한다"와 별개로 말이야, 한 번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왜 그런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건 상당히 의미있는 것 같아. 나를 잘 알고, 또 그만큼 나에게 솔직해진다면 계속 색다른 세계가 열릴 테니깐. 그렇다면 아마 우리도 마틴 로즈처럼 꽤 매력적이고, 꽉 차있는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물론 너희 모두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길 바랄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로즈의 멋지고 좋은 말 같이 보고 가자. 그럼 안녕,





“제게 없는 것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었죠. 그것이 힘으로 바뀔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솔직히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한 가지 룩만 선보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Vogue 인터뷰 중,





공홈에서 TOMMY x MARTINE ROSE 티를 두 장 주문했어. 그리고 색감이 마음에 들어 찍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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