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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적 허영심 Feb 07. 2021

학자금 대출금을 갚고 싶었던 작가의 선택

20대 연재 노동자의 이야기

 # 뭘 해야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잡기사 기자

 누드모델

 웹툰작가

 글쓰기 교사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

 라디오 진행자이자 강연자


  위 활동들은 가진 것 없는 평범한 20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생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졸업과 동시에 2,500만원 학자금 대출을 갚는것이 최우선 목표였던 누군가의 투쟁 기록이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3.9%이고, 평균 1,500만원 정도의 규모이다.)


  대출금을 갚느라 투잡 쓰리잡은 기본으로 했다는 그는 이번엔 어떤 부업을 더 해볼까 고민하다 '구독형 글쓰기' 아이디어를 시도한다. '구독형 글쓰기'는 원고료를 받고 매체에 글을 게재하거나 책으로 엮어 판매수익을 얻는 방식이 아니다. 독자가 월 구독료 1만원으로 한 달에 20편의 글을 메일로 받아보자는 프로젝트이다. 그러니까 글 한 편에 500원. 이전까지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20대 작가 이슬아가 시도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의 순간을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이슬아 작가(좌)와 일간 이슬아 홍보 포스터(우)

  

  무명작가였던 그는 B급감성을 잘 살린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SNS로 구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구독자가 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연재로 번 돈으로 사회초년생에게 까마득한 보였던 그 빚을 다 갚았다. 이렇게 '일간 이슬아'는 시작되었다.

  이슬아의 프로젝트 이후 1년 만에 구독형 연재방식이 작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의 도전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것을 구독시장 자체가 커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 표현한다. 학자금을 갚고 생활비를 벌기 위한 노동을 하는 작가라는 뜻이다.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마찬가지다. 많은 회사에서 입사동기를 묻는데 원대한 목표는 거짓말에 가깝고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1순위 아닌가.


  이슬아가 구독형 글쓰기로 성공할 수 있었던 Insight 3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가 되기를 바라며.



Insight 1

#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과의 커뮤니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셀프 연재. 그러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글을 쓰는 형태는 이슬아가 번뜩이는 영감으로 혼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니다. 웹툰 작가로 함께 활동하던 동료 작가 '잇선'과의 커뮤니티 덕분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잇선은 후원형태의 연재를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독자들이 비용을 낼지 말지 직접 선택하고 그 액수도 자율적인 방식이다. 이슬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선 후원금 형태 보다는 구독료 형태의 연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2021년 현재 잇선도 구독료 형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잇선 인스타그램 참고)

  이슬아는 다른 창작자들도 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구독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한 영향력이 더욱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밀레니얼은 취업과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다들 혼자서 고민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못할 때 큰 실망감을 마주하게 된다. 이슬아처럼 혼자서 하는 노력과 동시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이 새로운 길을 찾는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혼자서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길을 쉽게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nsight 2

# 돈을 버는건 중요하지. 그런데 정해진 루트만이 답은 아니야.


  이슬아는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여러 플랫폼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재미있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억지로 했다고 한다. 그래야 생활비를 겨우 벌었으니까. 문득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내용으로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방법이지만 오히려 지금껏 아무도 안 했으니까 해보면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어떤 이유로 성공하고 실패한다면 어떤 이유로 실패할지 궁금했다고 한다.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은 아르바이트로 쉽게 갚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실패해도 크게 잃을 건 없으면서 잘 되면 크게 잘 될수 있는 걸 시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돈이 아니라 내가 글을 쓰는 그 시간만큼만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밀레니얼이었던 이슬아는 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찾아 냈다. 우리도 이런 분야를 찾아 과감하게 시도해보자. 그 길은 정형화된 커리어 루트보다 더 재미있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Insight 3

# 같은 일을 하더라도 디테일의 차이가 중요해.


  나는 일간 이슬아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건 단순히 구독경제라는 방식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이유는 독자와의 친밀감을 만들어낸 덕택이라 생각한다. 독자가 스스로 구독료를 낸다는 행위가 작가와 독자가 함께하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내가 내는 구독료로 글이 나온다는 연대감과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 글을 좋아했던 마음이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해가며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다.

  연재되는 글은 출판사 등 중간 매체를 통하지 않고 작가가 매일 독자들 메일로 직접 보내준다. 작가가 독자를 만나 직접 선물을 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메일이 오기도 하고, 글을 읽고 난 소감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는 등 독자들과 소통도 이뤄진다.

  이슬아는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글을 보낸다. 미리 글을 써두고 정해진 시간에 글을 보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작가의 감상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시점과의 시간적 딜레이가 거의 없게 된다. 독자가 받아 본 글은 작가가 방금 느낀 감상이다. 지금은 해외 축구경기도 밤잠 설쳐가며 실시간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세대다. 같은 경기를 보더라도 재방으로 보는 것과 근본적인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슬아의 글도 그렇다.




  이슬아 작가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며 그 안에서 인사이트들을 도출해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던 밀레니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평범했던 밀레니얼들의 성공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들을 전달하는 글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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