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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리 선생님이 아니라 지도를 좋아했었네

feat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by Emile
지리 선생님이 아니라 지도를 좋아했었네


생각해 보면 지도가 좋았습니다. 옛날에는 '사회과 부도'라는 이상한 교과서가 있었던게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세계와 대륙 그리고 각 국의 지도로 구성된 지리 교과서 부록책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책이 그렇게 맘에 들었지요. 어릴 적 외웠던 각 나라와 수도는 웬만해서는 전혀 가 볼 엄두조차 낼 수 없던 시대였지만, 지도를 통하면 각 나라와 도시 여기저기를 여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지리 선생님이 미인이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특히 이 선생님은 매 시험 때마다 지리 과목 만점을 맞으면 초콜릿을 선물로 내 걸었는데, 네! 이 과목만은 기를 쓰고 만점을 채웠었지요. 선생님이나 초콜릿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도가 정말 좋아서였다고요.


인간 지도 내비게이션


그 이후 지도는 운전하는데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웬 말인 무렵, 차가 있어도 지도가 없으면 아무데도 쉽게 갈 수 없는 시절이었지요. 그럴 때면 지도책을 놓고 열심히 공부하여 길을 머릿속에 입력하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눈과 머리가 인간 내비게이션이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 수동 내비는 기억 용량이 형편없어 자주 길을 잘 못 알려주고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 차를 세우고 지도책을 펴서 "여기가 어디? 나는 누구?"라고 열심히 재탐색을 실행시키고 있었습니다.


지구 밖 외계인과의 조우


그러나 언제부터 갑자기 "사회과 부도'에서나 보던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그것도 지도도 없이, 대신 구글맵과 같이 핸드폰에게 물어가며 찾아가는 시대를 나도 모르게 맞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도에서만 보던 그 머나먼 땅에 서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척 감격스러운 때가 있었지요. 그 흔한 외국은 그때는 마치 달이나, 화성, 멀리는 목성쯤에 도착해서 외계인 같은 외국인을 만나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돈의 지도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솔직히 이 책과 아무 관련 없는 아야기입니다. 단 하나 연관 지을 수 있는 매개체는 이 책도 '지도'책이라는 것이지요. 지도를 통해 수십 년 전 잊고 지낸 지리 선생님까지 소환해 낸 것입니다.(마침 오늘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고요.) 이제 지도도 발달하여 돈의 지도책까지 나옵니다. 역시 지도 위에 펼쳐진 이야기, 그것도 돈의 이야기인 만큼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지도를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미인 선생님 보다 지도가 좋았듯이, 오히려 돈 보다도 조금 더 그러한 것 같지요.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그리고 그 위에 어떤 흐름과 요소를 올려다 놓으면, 지도 위가 아니고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돈의 흐름도 지도를 놓고 보면 더 잘 보일 것이라는게 이 책의 요지입니다. 일을 할 때도 지도를 책처럼 그래픽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한때 각광을 받기도 했었지요. 그것이 부동산이건 돈이건 그 어떤 것이건, 지도 위에서 펼쳐놓고 움직임과 분포로 표시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다시 지도의 일부분이 되어 높낮이를 알려주고 길을 이야기해 주지요.


삶의 지도


삶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도는 필요합니다. 지금 길을 잃고 있는 것 같거나, 어디에 서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더욱더 지도를 펼쳐볼 일이지요. 이 삶의 지도는 결국 '경험'×'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은 자주 다니던 길인 만큼 지도에 그리기 쉽고 익숙하지요. 그러나 낯선 길이나, 변화하는 길은 결국 책을 통하여 지도에 표시하고 경험에 비추어 가늠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험과 책을 통해 기억 속의 골목골목까지 그려가며 길을 잃지 않는 나만의 내비게이션을 지도를 통하여 만들어 가는 것은 자신의 몫일 것이지요. 이 쓰고 있는 모든 글들도 삶의 지도의 어느 작은 한 부분이 아닐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한줄 서평 : 나 지도를 좋아했었네 (2025.04)

내맘 $점 : $$$$

제임스 체셔, 올리버 우버티 지음 / 윤종은 옮김 / 월북 (2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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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