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만든 냉면은 얼마나 맛있을까?

feat 냉무

by Emile

날씨가 더워지니 이제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이 날 수도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부부가 냉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지요.


남편 : "아 냉면 맛있겠다"


부인 : "내가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는 맛있어. 가서 냉면 해 줄게"


남편 : ...(냉무)


궁금해집니다. 저 부인은 과연 냉면계의 숨은 고수인지 말이지요. 얼마나 요리를 잘하면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 맛있을까요? 만들기 귀찮아서 그냥 사 먹자고 할 만도 할 텐데 요즘 부인 같지 않지요. 더군다나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 맛있다는데 손으로 만들면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요? 따라가서 "그 냉면 저도 한번 먹어보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냉면 줄기처럼 쫄깃하게 말아 올라가 입으로 나올만한 것을 겨우 참았지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남편의 대꾸 없는 냉무가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긍정의 표현이었을까요? 아니면 부정의 저항이었을까요? 더군다나 발로 만든다는 것에 조금 꺼려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발로 만든 냉면은 먹기가 좀 그렇습니다. 정말로 손이 아니라 발로 냉면을 해 줄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더 맛있으니까요. 남편은 이미 발로 만든 냉면을 맛보고 '아차 냉면 이야기를 괜히 꺼냈다' 싶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물가가 하도 올라 냉면 가격이 결코 냉면 위 계란 반숙처럼 착하지는 않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오히려 냉면은 고추냉이(와사비)처럼 사악해서 이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게 되었지요. 냉면 한 그릇이 좀 유명하다는 집에서는 이제 1만 6천 원이 넘어가는 시대입니다. 배부르지도 않은 것이 4인 가족이 만두라도 같이 시켜 배를 겨우 채우기 위해서는 10만 원을 각오해야 하는 고급 음식이지요. 예전에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god ; 어머님께)라고 하였지만 이제 어머님은 "냉면은 발로 만들어줄게"라고 하실지 모릅니다. 냉면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지요.


한편으로 발로 만든 냉면은 결국 인스턴트 '둥지 냉면'이 아닐까 의심이 들면서도 그래도 손으로 만든 '수제'만 붙으면 각광을 받는 시대에 '족제(足製)'가 붙었으니 얼마나 프리미엄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프리미엄 '족제냉면'이란 브랜드를 당장 특허 등록하고 어머님을 주방장으로 모셔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 맛있다는 냉면의 생산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지요.


"어머님 그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 맛있다는 냉면 저도 한 그릇 주세요. 하지만 꼭 손으로 만들어 주시고요. 이름은 제가 먼저 생각해 봤는데 프리미엄 '족제냉면' 어떨까요?"


어머님 : ...(냉무)



냉무


'냉무'는 '내용 없음'의 줄임말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서 제목만으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할 때 본문을 생략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9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00년대 초·중반에 특히 자주 쓰였지만 후반부터는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냉무'는 옛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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