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가녀장의 시대
불화설
이번 책은 한달여전 '브런치 독서 챌린지'를 통해 득템한 도서입니다. 하지만 '독서 챌린지'에서는 이 책을 다 주는건 아니고 추첨하여 줄 수도 있고 안줄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작품과의 조우는 사실 불투명하게 황사가 가득한 하늘 같았습니다. 그나마 재미있는 것은 챌린지의 낚시 밑밥으로 던진 이 책을 지은 작가의 사진이, 제 눈에 보기에는 어딘가 뾰로뚱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에 둘러진 작가의 사진은 지나치게 밝게 웃거나 느끼한 자태인데 비하여 건조한 무표정에 가까워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가 책을 브런치에 낚시밥으로 협찬하고 싶지 않은데 강요당했거나, 혹은 브런치에서 이 작가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섭외했기에 하필 그런 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즉 양측에는 이 뾰로뚱, '뾰료료의 불화설'이 있을 것이라고 혼자 소설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꽁으로 준다는데 무명의 작가지만 날로 먹지 않겠다는 도리를 다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애플파이
러닝 챌린지 아니고 독서 챌린지를 마치자, 안줄줄 알았는데 불투명 황사 작가의 책을 정말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이 득템은 마침내 운 좋게 책을 읽고 '뾰료료 불화설'의 소설을 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책의 표지 뒷면에 보니 작가는 아직 많지 않은 새빨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부지런 작가인 듯 보였습니다. "아이구 선배님 처음 뵙는데 몰라봐서 지송, 애플파이 드실래요?" 처음에는 무슨 펀딩을 하고 있어서 촉망받는 신예 작가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뾰로뚱, 뾰료료라니, 뽀로로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좋아서 짝퉁 그랬을 뿐입니다. 하여튼 책이 아니라 이렇게 작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책에서도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실명으로요. 책중에서도 직업이 작가거든요. 책과 저자의 사생활적 경계가 살짝 모호한 헷갈림입니다.
반반치킨
그래서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나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수권의 책을 펴낸 책 속의 이력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실명 부모님도 이 출판사의 직원으로 부리(고용)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거의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조금은 작위적이다 싶은 게 이 이야기는 현실과 허구의 반반치킨 소설임을 곧 눈치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허구 '뾰료료 불화설'도 아직 소설화의 가능성이 남을 수 있었지요.
가녀장
제목에 들어있는 '가녀장'은 무슨 여관이나 양념장이 아니라 '가부장'인 아버지를 대신해 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작가 자신을 뜻합니다. 혹시 가부장제를 강하게 '디스'하는 내용이나 '소녀 가장'의 눈물콧물 이야기는 아닐까 걱정반 의심반 했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고 가녀장보다는 오히려 능력 있는 사장이나 건물주에 가깝습니다.
빌런
처음에는 흥미로웠는데 점점 이야기의 양념장이 떨어지며 싱거워지는 이유는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이 이야기에는 "빌런이 등장하지 않아서"라고 나름의 진단을 내립니다. 가녀장은 여관인가 싶을 정도로 그리 폭력적이거나 불화적이지 않고 오히려 아늑 모드입니다. 그저 부모를 모부로 부르고, 녀모, 녀부 관계는 비록 사장과 직원의 관계이지만 이만하면 임금 체불 없고 야근 수당 확실한 모범 사장에 가깝습니다. 모친의 끼니는 맛있고, 부친과 맞담배도 오케이, 레즈비언 친구도, 노브라도 오케이, 모부 사이좋고, 이를 시기한 가부장적 빌런 장자 아들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역시 드라마에는 빌런이 등장해야 긴장감이 확 높아지고 히어로도 밥값을 하는 것이라는걸 새삼 일곱삼 깨닫습니다.
구간이 명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신간이 아니라 구간이 명간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미 22년도에 1판 1쇄를 찍고 이번 판은 2판 8쇄째나 되는 꽤나 명간, 베스트셀러로 보입니다. 신간을 펀딩하고 홍보하는 줄 알았는데 또 속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 작가와 책은 처음 들어보는 것일까요? 아마도 저자의 책은 대형서점보다는 독립서점에서 유통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서점과 마트에 갔었는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이슬아는 눈에 띄지 않고 참이슬만 보였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그렇게 밝히며 남해의 '아마도 책방' 지역서점을 아마도 후원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이상
그렇다면 브런치는 왜 이 작가와 책을 챌린지의 선물로 선택했을까요? 신예도 아니고 신간도 아니고 브런치 출신도 아닌데 도대체 왜! 왜? 말이에요. 그것은 추측건대 책의 내용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인지 소설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작가가 브런치 모두의 작가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사서 출판사 겸 집으로 사용하고 모부를 출판사의 관리인으로 고용하여 가녀장으로서의 수입과 지출을 감당하고 셀럽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에게 이상적이고 성공한 작가의 FOMO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봐봐봐 봐 브런치에서 글 열심히 쓰면 이슬아 작가처럼 될 수 있어!"
다시 불화설
작가는 이러한 브런치의 의도에 탐탁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먼저 그랬건, 브런치가 나중 저랬건 뾰로뚱 표정의 작가 홍보사진이 나갔을 수도 있겠지요. 막상 책 표지 뒷면에 나온 이슬아 작가의 사진 속 모습은 그것 과는 조금 다른 더 모델발랄한 자태입니다. 오히려 소설 속 모습과 일치하는 연출 같지요. 그래 책 속 이 사진을 쓰지 않은 것을 보니 더 의심이 갑니다. 이런 소설 '불화설'에도 불구하고 이슬아 작가와 브런치는 사실적으로는 전혀 뾰로뚱하지 않은 '샤랄라와 샤방방' 관계일 수 있도 있습니다. 양념도 먹고 후라이드도 먹는 반반치킨 관계지요. 그러나 이 글도 어디까지나 득템 기념책을 날로 먹지 않겠다는 뼈 없는 작가의 순살 반반 치킨입니다. 뼈가 없어 책으로는 어렵겠지만 먹기에는 살살 녹지요.
가녀장의 시대
한줄 서평 :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사실과 허구의 반반치킨 (2026.03)
내맘 $점 : $$$+
이슬아 지음 / 이야기 장수 (20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