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족보책
이 책은 읽다 보니 일종의 무한대 족보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작 페이지부터 월스트리트에서 내놓라 하는 투자은행을 일군 유대 가문의 가계도가 쫙 펼쳐져 있었고 그 족적의 역사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유대인도 아닌 내가 왜 남의 족보를 읽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는데 이들은 그냥 '유대인'이 아니라 '월스트리트'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돈 많은 유대인이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미국을 움직이는 배후에는 항상 찐부자 '유대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한 친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 음모론을 반박하거나, 혹 수긍하기 위해서라도, 혹은 유대인 투자은행의 돈버는 비법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이 '유대인'에 대하여 좀 알아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이 책이 눈에 띈 것이지요. 처음에는 책 두께와 무게에 살며시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집어 들기까지는 몇 주가 흘렀네요. 그만큼 읽어도 읽어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두껍고 방대한 남의 족보책이었습니다.
성경
유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들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역사가 성경의 구약성서에 아주 떡하니도 자세히 나와있어서, 혹 뭣 모르던 때 교회를 조금이라도 다녀봤으면, 유대인이 아니면서도 이 유대인의 역사에 대하여 자세히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대교도 아닌 다른 종교가 유대인의 역사를 신줏단지 모시듯 성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일찍부터 의문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남의 민족 족보를 배우고 익혀서 마치 이 종교와 신을 섬기면 마치 유대인이라도 될 수 있는 듯 행동하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가 기지 않는 일이었지요. 요즘에도 성경의 이야기를 단군시대 이야기처럼 들먹이거나,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마치 자신이 유대인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이들을 볼 수 있지만, "글쎄요?만만의 말씀 천만의 짬뽕" 아마 찐 유대인이 보기에는 이런 족보에도 없는 가짜 유대인은 마치 유대 방계 족보에도 없는 호로 '쌍놈'의 자식 정도로 여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대교가 경계를 불분명하게 넘나들어 개신교나 이슬람교도 되고, 심지어 이단 사이비까지의 뿌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유대인
이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은 한때 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핍박받는 무척 불쌍해 보이는 존재이면서도, 정말 신에게 불법 특혜 받은 족속이라도 되는 듯 천재성을 나타내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탈무드'의 교육법이니 뭐니 그런 책을 한 번은 읽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나치 독일에 맞서 끝까지 전범을 찾아내서 응징을 때리는 이야기나, 아랍 다국의 다구리에도 불구하고 승리하였던 역사는 그들을 동정과 함께 미화하기에 충분한 스토리였지요. 그런데 언제부터 보니까 그들이 오히려 상대방을 핍박하고 있었습니다. 못된 시어머니에게 당한 며느리가 더 혹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더니, 나치 저리가라 하게 나쁜 짓을 일삼고 있었고, 이제 힘 좀 세졌다고 다구리에 일진짓 세제곱 곱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학폭의 가해자 처럼 보였습니다. 이는 유대교뿐만 아니라 그에서 파생된 개신교의 공통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약자를 돕는 선의 이미지에서 이제 힘과 권력을 가지고 나니, 그 부정한 힘을 사락함으로 휘두르는 괴물로 돌변한 것과 맥락이 비슷합니다. 유대인만 아니면, 즉 우리만 아니면 죽어도 좋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은, 그들을 양의 탈을 쓰고 애처롭게 약자이던 척하던 사실은 피의 이빨과 발톱 늑대로 다시 보게 하지요.
월스트리트
'쿤로브', '골드만 삭스', '리먼 브라더스', '셀리그먼' 가문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독일계 유대인 투자은행 들은 처음부터 미국의 금융계를 뒤흔드는 명망 있는 인사들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독일에서 겨우 2등 시민 유대인으로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았고, 그 2등 시민으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미국으로 이주하여 보따리상부터 시작한 역시 눈칫밥 먹던 2등 시민이 그들의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따리상을 키워 점포를 갖고 전쟁 와중에 군수품 등을 납품하며 마침내 은행과 금융, 투자업으로 진출하여 막대한 부를 이루게 됩니다. 그 이면에는 골드만 삭스가 골드만 가문과 삭스 가문이 결혼을 통하여 확장한 것처럼 유대인 내의 혈연과 네트워크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항상 유대인라면 따라다니는 배척의 음모론과도 맞서야 했지만, 확실히 오직 유대인만을 위한 행동이 몸에 배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항상 인류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언제든지 그 내부 유대인만을 위해서는 나머지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그것은 이제 '아메리카(노) 퍼스트'와 같은 특정 국가(커피)와 그중에서도 백인계 남성이라는 특정 인종만을 위한 세계(트럼프)의 잘못된 표본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개신교도 이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심판
유대인을 선과 악으로 나눈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그것은 민족으로 뭉뚱그려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 그와 별개로 인간 개별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굳이 그들처럼 민족의 이익을 위해 나누어 본다면 유대인들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게 전비를 제공하여 일본의 제국주의를 도운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그들은 외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식민지의 비극으로 이어졌고 유대인은 우리 민족에게는 마땅히 사과해야 할 빚이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민족을 위하여 다른 민족의 비극쯤은 아무렇게도 아파하지 않는 음모론과 오해가 사실로 여겨지고 영원히 벋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이 핍박받고 어려울 때는 그 딱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탐욕으로 발현되거나 소수인 그들만의 유대가 어느 정도 이해 될 수 있다고도 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이 책의 원제목과 같이 '머니 킹(The Money Kings)'이라고 불릴 만큼 가진자고 힘 있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돈뿐만 아니라 무기와 힘에 있어서도 그들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닙니다. 그러한 그들이 이제 핍박받은 것보다 더하게 다른 이들을 핍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죽임을 당한 것보다 더 죽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무리라면, 그들의 민족을 끔찍히도 특별히 여기는 것에 비하여 다른 민족의 목숨을 짐승만큼 하찮게 여긴다면, 만약 신이 있다면 그런 그들에게 특권을 당연 취소하고 엄벌을 내릴 것이 분명하고 합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대인 못지않게 이 땅의 다른 개신교에도 해당됨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는 절대 그 유대인의 족보에 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족보에도 없을 뿐더러 딱 봐도 벌써 눈, 코, 입, 색깔이 확 다르다구요.
"너 딱 봐도 유대인 아니네!(오징어 게임) 탈락(지옥)"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한줄 서평 : 왜 유대인도 아닌 내가 왜 남의 족보를 읽고 있는 걸까
내맘 $점 : $$$
대니얼 술먼 지음 / 민태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