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찬란했던 석기시대

feat 트럼프

by Emile
석기시대(Stone Age)


최근 미국-이란 전쟁 중, 트럼프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We’re going to bring them back to the Stone Age)"라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원시인 같은 소리를 많이 하였지만 나에게는 오직 이 문장 하나만이 그나마 단 하나 쓸 수 있는 창조적이고 '문학적' 표현으로 들렸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가 처음 한 말도 아니어서 또 한 번 실망했다. 이 표현의 원조는 아트 뷰크월드(Art Buchwald)라는 칼럼니스트가 베트남전 당시에 “베트남을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만들겠다”라는 뉘앙스로 쓴 것이 처음인 듯한데(1967년), 이후 몇몇 전쟁광들의 강력한 수사로 차용되었고, 걸프전이나 이라크전 때도 반복되었다고 한다.


구석기인가 신석기인가?


그러나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은 우리로서는 "그래서 석기시대가 '구석기시대'인가?, '신석기시대'인가?"라고 자동으로 구분해서 묻지 아니할 수 없다. 구석기시대는 약 250만 년~300만 년, 신석기시대는 대략 1만~1만 2천 년 정도나 지속되었기에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콕 집어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타깃과 폭격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석기시대'는 '뗀석기 시대'와 '간석기 시대'도 얼핏 존재하였음이 기억나기에 더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혼란의 시대를 뒤로하고 조용히 타임머신을 타고 가봤더니, 돌을 깨서 날을 만들었던 뗀석기를 구석기로, 돌을 갈아서 다듬었던 간석기를 신석기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서 더 이상 문제는 없었다.


청동기와 철기


그리고 다시 부탁할 수 있다. "이왕 되돌려 주는 것 조금만 늦춰서 '청동기 시대'나 '철기 시대'면 안 되겠니?"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이런 시대가 있었는지 잘 아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청동기'나 '철기' 정도 되어야, 최근 트럼프가 철강, 구리 등의 제품에, 기존 제품 내 함량 기준에서, 전체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변경 부과한 방식이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석기시대'가 되면 아무리 '구석기'와 '신석기', '뗀석기'와 '간석기'까지 구분한다고 하여도 철강'과 '구리'가 아니어서 트럼프는 아무 관세 수입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의 석기시대


기억을 가만히 더듬어 보니 나에게도 '석기시대'가 있었다. 그것도 의외로 '찬란한 석기시대'였간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유는 바로 석기, 즉 돌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래 시대' 즉 실리콘 반도체의 시대에 컴퓨터를 가지고 놀고 있는 MZ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정말 '돌'을 마음껏 가지고 놀던 때가 있었다. 기껏해야 고무 찰흙이거나 놀이터 모래 놀이 정도 아니었냐고? '석기시대'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모래 시대'인들은 의아해하겠지만 불과 얼마 전에 우리에게도 정말 장대한 고인돌 스케일의 '석기시대'가 존재했었다고!


석기시대 놀이


그때는 정말 장엄한 것이 땅을 파기만 하어디서나 돌들이 나왔고, 지천에 돌도 꽤 흔했던 것 같다. 납작하고 반반한 돌로는 주로 '비석 치기'나 돌 맞추기 놀이를 하였었고, 단단하고 큰 돌로는 누구 돌이 더 강한가 '돌 깨기' 승부를 벌였다. 그 밖에도 돌을 던지거나 돌을 맞추기 위한 여러 놀이도 심심치 않게 하였던 것 같고, 새총으로 돌을 날렸다. 요즘에도 전래되서 드라마에 가끔 등장하는 '물수제비 뜨기' 놀이는 돌과 물이 결합된 놀이였다. 공기놀이도 원래 실리콘 조합물이 아닌 조약돌로 하던 놀이였고, 나중에 일이었지만 문방구에서는 믿거나 말거나 '돌사탕'도 팔고 있었다.


석기시대 노래


심지어 이 석기시대에는 돌로 된 노래도 유행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은 조약돌' 이라든지 '나는 갯바위'라든지, 자신의 마음을 돌로 표현하는 노래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처럼 석기시대는 점점 돌이 모래가 되도록 닳거나 깨져서 결국 '모래시계' 세대를 거치며 결국 '모래 시대'를 맞게 된다. 모래처럼 흩어져 돌 따위 가지고 같이 놀지 않는, 실리콘 반도체의 시대로, 돌은 빠르게 돌가루, 모래성이 되고 말았다. 땅을 파도 더 이상 돌이 나오지 않았고, 팔 만한 땅이나 흙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 흔하던 돌은 다 어디로 갔을까? 비싼 빌딩과 아파트 지었나? 귀한 희토류가 되었나?


찬란한 석기시대


찬란했던 '석기시대' 돌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요즘 누가 과연 그 귀한 돌을 가지고 그렇게 마음껏 던지고, 부수고 놀 수 있단 말인가? 돌을 가지고 놀던 시대는 투박했으나 재미있었고, 돌은 지천에 널려있어 흔하디 흔한 보석 같았다. 깨지면 버리고 새로 주워서 놀면 그만이었고, 놀 때를 빼놓고는 누가 돌에 욕심을 내거나 무거운 돌을 이고지고 가지도 않았다. 내 마음은 조약돌 같이 둥글었으며, 내 몸은 갯바위처럼 아직 단단하고 강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돌들이 놀면서 서로 부딪혀 기쁜 함성의 돌소리를 내던 시절, 그 '찬란했던 석기시대'가 나는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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