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21세기 대군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왕을 굳이 세우려거든 고양이나 개로 하는 것이 낫다." 애정하고 환호하기 훨씬 더 편할뿐더러, 최악의 경우에도 정쟁을 일으키거나 왕실을 파멸로 이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혈통을 유지하기도 쉽고, 보위하여야 할 사람의 숫자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베개냐 동물이냐?
왕의 국가에서 저런 명언을 했을리는 없고, 단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왕은 불편한 베개다"라고 하여 왕의 자리가 편안함보다 부담과 불안을 뜻한다는 식으로 마치 베개회사, 또는 (에이스) 침대 회사 직원처럼 해석했다. 베개를 바꾸면, 즉 왕을 바꾸면 잠자리가 좀 더 편안해 질까? 침대는, 즉 왕은 정말 과학일까? 아니면 최악의 비과학일까?
21세기 냥군집사
'21세기 대군부인'이란 황망한 (그러나 아이유는 애정하는) 드라마 제목을 보고 "왕을 굳이 세우려거든 고양이나 개로 하는 것이 낫다"라는 명언을 떠올린다. 개인적으로는 개보다는 고양이를 강추한다. 개는 인간에게 꼬리를 흔들며 너무 충성하기에 왕으로 떠받들기에는 그 '맛'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는 그 도도함과 앙칼짐이 족히 왕의 위엄과 표상을 지녔다. 인간을 집사로 대하는 그 품성으로 볼 때 왕이 되어 인간을 내려보며 수많은 집사를 거느리며 추앙받기에 고양이는, 단언컨대, "네가 왕이 될 상이다!"
개와 고양이는 과학이다
왜 저런 왕정 사모의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지 생각한다. 오늘날 인간들은 왕이 뭔가 꼭 팔요한 존재라기 보다는, 불멸의 인기 스타로서의 판타지와 혈통의 신화를 원하는 것 같다. 정왕분리(정치와 왕의 분리, 입헌군주제) 이후 왕은 사실상 상징적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마침내 고양이와 개가 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상징적인 존재가 굳이 더 이상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건축물이나 나무, 심지어 코인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들은 살아있고 숭배할 만한 것에 더 집착이 가는 법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것 들 중, 인간 다음의 지위를 차지한 개와 고양이가 왕의 유력한 후보가 되는 것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말한 베개보다 훨씬 나은 과학이다.
냥종대왕과 개산군
더군다나 왕의 단점, 즉 현명한 군주가 태어날 수도 있지만, 잔혹한 미치광이가 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개와 고양이의 왕권신(견)묘설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한다. 냥종대왕과 개산군으로 대비되는 이 구도를 고양이와 개가 반복할 가능성은 완벽한 제로콜라다. 반정을 도모하여 왕을 바꾸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만일 왕이 광견병에 걸리거나, 지각과민 증후군(FHS)에 걸려 하악질을 일삼고 밥그릇을 뒤 업는다 해도, 인간 신하들을 덥석 물었다고 한들, 탄핵이나 민란, 시위, 사화 하나 없이 왕을 바꾸기는 얼마나 간단한 일이란 말인가. 심지어 전 국민의 사랑으로 반정을 도모하기 어렵다 해도, 개와 고양이의 수명을 고려할 때 국가가 혼란에 빠지는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
개민당과 냥주당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왕실이 정쟁에 휘말리는 불상사를 차단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 왕은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거나 탄압하지도 않을 것이며, 의회와 내각을 자신의 계파인 개와 고양이로 채우려고 하는 음모를 꾸미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개파와 고양이파로 나뉜 국민은 개민당과 냥주당을 창당하여 견쟁묘투를 벌일 위험이 있다. 그들은 고양이의 혈통을 부정하며 개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반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얼마나 귀엽지 아니한가? 최악의 경우 개와 고양이가 번갈아 가며 왕을 하는 평화적 제안도 헌법에 담을 수 있도록 협상해 보겠다.
왕자견과 공주냥
사람들은 왕의 귀여움으로 인해 그토록 원했던 심적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환호할 수 있는 우상이 생긴 것은 덤이다. 종교나, 연예인에 편중된 막무가내의 사랑이 이 절대 귀여움 군주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하루아침에 평정될 것이며, 왕실전용 인스타그램에 언제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왕의 개거수냥투족이 유튜브를 통해 24시간 생방송된다. 왕실의 허례허식을 유지하는 막대한 비용의 낭비 없이 단지 아담한 크기의 왕궁, 개킹엄 궁전이나 냥저 성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왕실의 유지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수 있다. 그 앙증맞은 궁전에서 왕자견과 공주냥이 태어났다고 상상해 보라. 언론은 일면에 이 국가의 축복을 대서특필하고, 세계는 이 나라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왕정 체제를 부러워하며 우리에게도 이러한 왕을 달라며 킹받는 킹독, 퀸캣 시위를 벌일 것이다. 왕궁 투어와 왕을 알현하려는 셀럽들, 왕이 그려진 굿즈를 사려는 관광객으로 말미암아 왕실의 권위와 부유함은 차고도 넘칠 것이다.
22세기 냥군백작
"왕을 굳이 세우려거든 고양이나 개로 하는 것이 낫다." 이 유명한 Emile 작가의 한마디로 인하여 위대한 왕정을 이루게 된 공로를 높이사, 대냥민국 제4대 냥종대왕은 그를 22세기 냥군백작이라는 작위를 부여하고 그에게 고양이가 새겨진 개목줄 훈장을 수여하였다. 그에게 영지로 여의도 고양이 공원을 하사하였으나, 그는 개도 고양이도 키우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사양하였다고 냥종실록은 전하고 있다. 그는 22세기 냥군백작이자, 작가로서 길이 킹 에밀레 될 것이다.
* 혹시 왕권신묘설을 지지하며 그림 출처가 궁금다면 아래 CAT ART 고양이로 그림으로 보는 미술사(야마모토 슈 지음 / 이준한 옮김)를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