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천석지기
최근 여의도에 무려 천석지기 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만석지기면 대지주이고 천석지기도 부농이다. 다만 거기에 쌀농사를 짓는 대신, 책 농사를 짓는 도서관이 생겨났을 뿐, 무엇을 길러내는 것은 같은 것이다. 지주도 영등포구 공공이라고 하니 이 도서관의 이용 소작료는 무료이다.
아파트
그런데 그 위에는 아파트가 있다. 지하에 도서관 있는 아파트라니! 이것은 윤수일의 아파트에도,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에도 시큰둥했던 내가 드디어 관심을 가질 만한 아파트이다. 당장 버킷리스트에 집어넣는다. 이왕지사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아래에 안정적으로 있는 것도, 책의 무게를 고려한 균형을 생각할 때 나쁘지 않다.
구매할 결심
그래서 당장 이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도서관을 보러 임장을 나서기로 한다. 나 브런치문인협회 공식 영리치 작가, 그동안 쓴 글이 얼만데 글 몇 개만 당근에 헐값으로 팔아도 아파트 하나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즘 글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새는 것이 집필 환경이 쾌적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특히 층간 소음으로 집중력이 흩으러 지며, 위층 없는 펜트하우스를 물색하고 있는데, 도서관이 자리한 지하의 책들을 깔고 앉아 있는 아파트에서라면, 풍수지리 상 흔들림 없이 글이 훨훨 잘 써질 것 같다고 확신한다. 그동안 책이 출간되지 못한 것은 순전히 풍수지리 탓이다.
명랑 보다 눈물
그런데 돈이 아주 조금 모자란다. 많이는 아니고 새발의 모이 정도이다. 대출은 물론 소득이 없으므로 디티아이 인가 아이브 아이돌인가, 엘티브이인가, 로보트 태권브이인가에 걸려서 0원이라고 친절히 로보트가 알려주었다. 아니 그렇게 글을 써댔는데 지금까지 응원금이 들어온 게 1원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인가? 누가 다 빼내갔나? (브런치에) 문의했더니 들어온 게 애초에 없단다. 그럴 리 없다고 계좌가 막혀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너의 깡통 계좌는 네가 깡통 작가라서 그렇다며 웃긴 얘기 말고 좀 울긴 얘기를 써 볼 것을 권유했다. 명랑 핫도그보다는 눈물 짬뽕이 수익성이 좋다라나. 돈 때문에 명랑대첩을 포기할 순 없다고 이순신 장군은 짜장이라 말했다.
막장 응원
그러나 걱정은 (마이너스) -1도 할 필요가 없다. 지구 최대의 부자, 곧 우주 최소의 부자가 될, 머스크가 몰래 내 브런치를 팔로우하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자서전을 읽고 내가 쓴 글에 충격을 받고 나를 감시 중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를 "두유 노 '막장'?"이라고 지구인 최초로 놀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몰래 구독한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에게는 막창의 지방 고소함만도 안 되는 대놓고 응원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상화폐 괜찮고 도지코인, 스페이스 X 주식도 괜찮다. 환율이 변동이 심하니 감안해서 넉넉하게.
서로 응원
그냥 받기는 뭐 하니까 나중에 책이 나오면 그에게 보내주기로 한다. 아 그리고 홍보용 티셔츠도 동봉하겠다. 원래 '하루키'에게만 주기로 한 것인데, 머스크를 위해 특별히 한벌 더 찍는 것이고, 이것은 꽤 래어 아이템이 될 것은 테슬라 초기 주식만큼 자명한 일이다. "뭐? 하루키 보다 먼저걸로 달라고?" "안다스탠드" 하루키에게는 처음걸 주겠다고는 안 했으므로 그의 '막장' 성격을 고려해 그 정도 성의는 보이도록 한다. '프랜 리보위츠(리보씨)'가 그러던데 화성 미생물이 될 것이라는데, 미물이 되기 전에 거물 응원 한번 해 주고 가라. 뭐? 응원은 너만 모르지 서로 응원이라고?
도매로 떼로
그런데 이 도서관 도떼기시장이다.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작가들이 죄다 집을 보러 왔는지 자리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천석자리였던 것은 착각이었고 천평정도 되나 보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는 아파트는 전혀 필요가 없으므로 일단 일론에게 고맙지만 응원금을 안 보내도 된다는 메시지를 이 글을 통해 보낸다. 바쁘지만 매일 좋아요 중독 중인 머스크는 금방 알아듣고 송금을 취소할 것이다. 필자의 명랑한 사연을 듣고 혹시 몰래 눈시울을 적셨을 착한 독자 역시 응원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추길 바란다. 이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을 것 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과 좋은 집의 상관관계
비록 도서관이 지하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버킷 리스트는 지웠지만 이토록 도서관이 꽉 차도록 책을 읽는 것이 호황이라는 것에 놀랐다. 하기야 '무엇을 읽냐'보다 '어디서 읽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내가 읽은 것' 보다 '누가 읽었다더라'가 더 중요하니까. '무엇을 썼냐'보다 '어디서 썼냐'가 중요할 수 있다. 굳이 글을 도서관이 지하에 있는 펜트하우스 꼭대기에서 쓸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독자는 좋은 집을, 그리고 좋은 집에서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을, 분명 좋은 집에 모셔놓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