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H Jun 22. 2023

월 구독료 150만원

신약의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


이전에 최신 다이어트약인 GLP-1수용체 작용제(GLP-1 RA)에 대해 얘기 한 적이 있다.[아래 참조] 이들의 작용원리는  췌장, 간, 위장관에 GLP-1호르몬처럼 작용해 인슐린과 혈당이 어쩌고 저쩌고하며....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 먹으면 배가 안고프다 라는 결과는 확실하다.


위고비(Wegovy)는 노보노디스크사에서 개발한 일주 한번 피하주사하는 GLP-1 RA제제로 올해 5월 우리나라 식약처승인을 받았다. 유사약으로 같은 회사의 삭센다(하루한번 피하주사), 리벨서스(경구약)가 있고 게임체인저라 알려진 일라이릴리사의 마운자로도  곧 승인이 예정되어 있다.


확실한 약효 덕에 SNS를 타고 바이럴마케팅이 되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재고가 바닥 나 두번째로 공급량을 줄였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7%이상 상승했다. 흡사 화이자사가 코로나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를 시작하던 초기가 연상된다. 화이자 백신은 판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백신접종 의무화를 등에 업은 결과라지만 만성질환인 비만의 치료약이 어떻게 이런 메가 히트를 치는지 궁금해진다.

현재 진행중이인 최신 다이어트 약의 블록버스터급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에 대해 얘기 해보려한다. 늘 그렇듯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성급한 일반화와 음모론이 양념처럼 뒤섞여 있으니 재미삼아 읽어주시길 바란다.


그대는 진심으로 믿는가?

성공하는 마케팅은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한다. 상품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믿어야 북극에 살아도 냉장고를 살 수 있다. 냉장고의 냉각 기능이야 확실하겠지만 북극에서도 냉장고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이 더해져야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하는데 제품에 대한 기대심리(믿음)와 사회적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뉴욕타임즈에 무수한 다이어트에 실패한 후 위고비(Wegovy)를 사용해 처음으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아래 참조] 약이 효과 좋은 것은 이젠 뉴스도 아니다 싶었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이  약을 쓴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움츠러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글이었다. 즉 비만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인데 고혈압 당뇨처럼 치료제를 받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고 부끄러움이라는 불필요한 부작용을 이겨내라는 것이었다.


 비만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의학적 '질병'으로 정의하고 전문 '치료약'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설득하는 의학기사는 그 어떤 광고보다 강력하게 대중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이게 약쓸일인가 하며 고민하던 이들을 사회에서 용인하는 '환자'상태로 만들면 약에 대한 진입장벽이 확실하게 낮아진다.  필수 의료제로 비만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싶다는 진심어린 어필에 대중은 마음의 빗장을 풀수 밖에 없다. 이런 진심 마케팅이야 말로 제약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하면서 효과가 좋은 마케팅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비만이 당당하게 치료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도 식탐과 허기에 이겨본적이 별로 없어서 의지력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내 몸에 당당한 것과 비만약을 당당하게 사는 것은 묘하게 다른 말이다. 무엇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비만의 시작은 사람의 식탐이 아니라 식탐을 일으키는 음식이라 본다. 그런데 위고비 같은 GLP-1 RA들은 그 음식은 그대로 두고  솟구치는 배고픔만 지운다.  그래서 위고비가 비만을 완전히 해결하는 약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약의 기전은 니 생각보다 더 심오해'라며 반박하겠지만 약을 끊으면 허기는 다시 생기고 체중은 도로 복귀한다는 임상결과를 보면 내가 그다지 틀린거 같지 않다.  증상만 지우는 약은 원인이 지속되는 한 계속 먹어야 되는데 이들 약은 과연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 (제약사에서는 언제까지 먹으라는 기간은 설정해두지 않고 있다.) 우리가 그 약에 당당하냐 부끄러우냐가 따지기 전에 과연 이 약에 우리 몸을 맡겨도 될지부터 다시 평가해야 할거 같은데 말이다.


무궁무진한 어린이 시장을 열다

아이들은 스스로는 경제력이 없지만 부모의 지갑을 열리게 하는 중요 결정권자이다. 또한 브랜드가 어린고객과 애착관계를 잘 형성하면 일생동안 충성하는 고객을 얻을 수 있다.  이점을 잘 이용해 성공한 사례가 바로 네슬레이다. 네슬레가 일본에 처음으로 커피를 들여왔을때 차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절치부심 끝에 네슬레는  프랑스 정신분석가 Clotaire Rapaille를 고용해 일본시장에 대해 분석했는데 그는 일본어린이를 대상으로하는 감성 마케팅에서 애착관계를 쌓으라고 권했다.  권고대로 네슬레는 일본어린이들에게 커피사탕을 판매하였고 달달한 맛으로 커피와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한 어린이들이 성장한 10년 후부터 본격적 커피를 판 네스카페는 성공할 수 밖에 없었다.    


비만약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린이 이야기냐 싶지만 다이어트약도 이런 고전 마케팅성공법을 모르는것 같지는 않다. 올해 미국소아과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소아비만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소아에서 비만을 관리하는 여러가지 내용이 담겨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름아닌 12세 이상 비만한 소아의 치료로 약물사용을 권하도록 한 것이었다.

미소아과학회 주요행동지침(KAS)12 - 살빼는 약물치료과 위절제술 대상, 12세 이상

살빼는 약 중 가장 화제가 되는 GLP1 RA 약제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전문가의 권고사항에 포함되는 것은 어느 한 회사가 기획한 결과라고 보기에 규모가 너무 크기때문에 업계 모두의 노력이 통했다(?)고  봐야겠다.

 아이들이 비만을 탈출하는데 꼭필요하다고 학회전문가가 권하는데 어떤 부모가 외면할 수 있을까? 공식적으로 위고비의 약효는 12세 이상이면 당당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소아에서 비만율이 획기적으로 떨어질일만 남은 건가.


시리얼 회사가 아이들 시장을 뚫을땐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열량과 영양분을 꽉채운 아침식사라는 점으로 어필했고 부모들은 그 말을 믿고 아이들이 원하는 콘프로스트, 아몬드 후레이크를 카트에 실어주었다. 그 시리얼이 30%가 설탕이고 아이들의 모닝 과자로 어른에게는 인간사료가 될거라는걸 초기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다이어트 약도 오로지 비만한 아이들을 정상체중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라는데만 포커스를 맞춘다. 약 덕분에 밝고 건강한 미래만 보장될거 같지만  난 석연치 않다.  다이어트 약으로 배고픔을 조절해도 다른 요소가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약은 끝을 알수 없는 평생 동반자가 된다는 뜻인데. 위고비가 평생 같이 할 가치가 있는건지...


최종목표는 정기구독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것이 바로 정기구독자를 만드는 것이다. 정기 구독은 잡지에만 있는 건지 알았는데 유튜브가 구독하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 MS오피스까지도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시스템을 구독제로 바꾸었다. 뭐니 뭐니해도 매달 월세들어오는 건물주가 최고라더니 이젠 모든 실물과 가상 서비스가 월납, 연납제를 시도하고 있다. 소득의 5%미만에서 남들 치킨먹는 값을 여기 쓴다는 생각으로  쿨하게 지불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구글과 MS, ChatGPT가 등에 빨대를 꼿은 충성고객(aka 노예)이 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위고비는 비만을 완치하는 약이 라기보다는 대증치료제이다. 감기약처럼 주사를 맞으면 배고픔이 사라지지만 안맞으면 허기는 다시 돌아 온다. 가공식품을 눈앞에 계속 두고 위고비라는 방패를 계속 쓰겠다면 위고비를 평생 구독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일주일에 한번 투여하는 프리필 펜(Prefilled Pen) 한달분의 가격은 미화로 대략 1200~1500불이다. 우리돈으로 한 150만원 정도 하는 월정액을 내고 받는 서비스인데 언제 구독을 멈춰야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비만은 국가가 책임져야하니 보험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하겠지만 보험이 되는것은 개인지갑에서 국가지갑으로 바뀌는 차이일뿐 노보노사의 충성고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틀렸을 수 도 있고 다른 질병과 비만을 차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당당함은 인간이 자유의지로 행동할때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온갖 마케팅기법에 노출되어 고액의 월정액을 따박따박 내며 몸을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자유의지의 결과인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이 든다.


(ps 다이어트 약으로 건강해지신 분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없습니다.)

 



참조 글들


작가의 이전글 진짜 팔레오 다이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