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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Apr 07. 2023

진짜 팔레오 다이어트

동경과 실제의 차이

팔레오 다이어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두툼한 스테이크 한 덩이를 중심으로 그 옆에 야채를 빙 둘러친 먹음직스런 한 접시일 것이다. 물론 누구도 구석기시대를 체험한적이 없지만 역사시간에 배운 구석기시대의 상황을 연상하면 사냥한 고기와 주변에 널린 풀을 뜯어 먹고 살았다는 결론이 이상하지 않다. 그 구성을 오마주하여 플레이팅한 것이 바로 팔레오 메뉴다. 웬지 음식 봐도 아프리카 초원을 끊임없이 뛰어다녔을 구석기 조상님들의 이미지가 후광처럼 펼쳐진다.


아주 오랜기간 동일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은 진실처럼 각인된다. 아무도 우유를 먹은 사람들의 골밀도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수십년간 뼈 건강엔 우유라는 선전을 들은 결과 우유만 마시면 뼈가 강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하게 구석기시대의 사냥 이미지에 친숙한 현대인들은 그들이 매일이 고기 한덩이씩 먹을거라는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의심병쟁이(필자포함)들은 구석기인들이 진짜 그렇게 먹었는지 의구심을 가진다. 이런 의심을 하것은 팔레오다이어트의 가치가 구석기밥상의 진위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석기인들이 우리보다는 건강했다는 것 그리고 진짜 구석기인들이 지금의 '팔레오'스타일로 먹었는지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만약 구석기 인들이 지금의 '팔레오'와 아주 다르게 먹었거나... 구석기인들이 생각외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밝혀진다면 누가 팔레오다이어트를 철저히 지키겠는가. (물론 팔레오라는 이름부터 바뀌어야겠지만)

진짜 팔레오인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뭘먹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선 팩트체크부터 한다. 아이유다이어트를 하기전 아이유가 진짜 아침에 사과와 점심에 고구마 저녁에 저지방 우유만 먹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퀴즈에서 아이유가 일부 인정함)

 오늘의 이야기는 팔레오다이어트의 팩트첵크인 많은 현대인의 워너비가된 구석기인들의 먹거리와 생활 그리고 건강에 대한 뒷조사이다.



팔레오 밥상 시뮬레이션

구석기 시대(Paleolithic period)는 2백6십만년전에 시작해서 기원전 만년 무렵까지 이어진 시대를 말한다.구석기시대에는 현대인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sapiens)와 더불어 호모 하빌리스(habilis), 호모 이렉투스(erectus), 네안데르탈인  등 조금씩 유전자가 다른 고대 조상들이 혼재했다.

이들이 뭘 먹었는지는 타이머신이 개발되어 다시 구석기시대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시대 기후, 환경 그리고 동시대의 동식물 구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과거 먹거리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물론 가끔 구석기인들 미이라나 유해를 발견하기라도하면 이빨에 끼인 음식물, 배안에 소화물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기원년 만년 이후에야 농경이 시작되었고 구석기시대는 주로 수렵과 채집으로 야채, 견과, 과일 생선, 고기들을 구했다. 그리고 돌(석기)을 기구로 사용하고 불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농사를 시작하기 이전이고 가축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장소나 계절에 따라 먹거리 종류는 달랐다. 따라서 구석기 표준 식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략적으로 즐겨먹었던 식품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식량으로 이용된 식물성 식재료는 뿌리채소(tubers), 씨앗과 견과류, 야생보리, 콩류 그리고 식용꽃들이 있다. 감자는 익혀먹고 야생의 보리, 콩 등은 돌을 이용해 가루를 내고 익혀먹었을 것이다.

동물식재료는 그냥 뜯어오면되는 식물성재료에 비해 구하는데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냉장고에 고기를 저장시켜두는 현대인과 달리 먹고싶다면 열심히 움직여서 사냥해야했다. 당시 구석기인의 체구, 달리기 능력, 사냥도구를 감안하면 다빈도 사냥감들은 아마도 사슴, 토끼와 같은 중소 동물(game) 혹은 조류(꿩, 메추리)였을 것이다. 가끔 협동을 통해 덩치가 큰 포유류를 사냥하기도 했겠지만  소를 기르지 않아서 우유, 치즈, 요거트는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었다.  

해변근처에 살았던 구석기 인들은 해산물도 먹었다. 수렵채집이 가능한 조개나 갑각류, 작은 생선 위주로 당연히 심해어인 참치, 고래는 먹기는 커녕 구경도 하지 못했다.  

현대인들은 인상을 찌푸리는 곤충도 과거인간에게 친숙한 식량자원 중 하나였다. 정확히 어떤 곤충을 먹었다고 꼽을 수 없지만 지금 아마존 원시부족이 애벌레를 간식으로 여기는 것처럼 식량이 부족해지면 주위에 쉽게 눈에 띄는 곤충이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혔을 것이다. 물론 현대인이 친근한 대표적인 곤충의 부산물인 꿀은 고대인들 역시 사랑했을 것이다. 벌통을 들고 튀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하지만 온 부족이 꿀을 맛볼수 있다면 벌침 수십방 정도는 견딜만한 가치가 있을것이다.  


 그들에 대한 오해

 팔레오 다이어트라고 내미는 접시를 보면 공간적으로는 고기반 야채반, 무게로 치면 고기가 75%이상 차지한다. 구석기 시대상을 보면 스테이크가 메인인 팔레오 식단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열심히 사냥하면 어쩌다 힘센 버팔로를 잡는데 성공하고 야생 케일이 지천에 널린 풀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 버팔로 안심구이에 케일 샐러드가 바로 구석기 저녁상이 되겠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 이를 구석기 표준식단이라고 결론내기는 섣부르다. 어쩌다 가끔 50만원 짜리 한우 오마카세를 맛본다고 그것이 자신의 표준식단이라고 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뭘 먹을 수도 있었냐'가 아니라 '뭘 가장 많이 먹어냐' 이다. 보편적으로, 많은 빈도로 먹은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음식이 대표성을 지닌 식단이 될 수 있다.


재미나게도 연구결과에서 구석기인들 전체 식단에서  고기의 비중은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Paleolithic Diet] 볼륨으로 보나 무게로 보나 식사의 메인은 사냥이 아닌 채집으로 얻은 식물성 식재료라는 말이다. 이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론일지 모른다. 고기를 사냥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 지금이야 고기가 샘솟는 축사가 있지만 과거에는 힘이 세고 발빠른 인간이 혼신의 힘을 다해 추적하고 애쓰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와도 싸워야 고기를 손에 쥐었다. 이런 성공적인 사냥이 매일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물들도 살려고 열심해 도망다니면 아무것도 못얻는 날도 있을 것이고 겨울이 되어 사냥감 구경도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사냥의 결과물은 약하고 어리고 나이든 부족원들과 같이 나누었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할때 구석기인들의 사냥 후 고기파티는 우리 조상들이 마을잔치에 소잡는 것과 비슷한 풍경 아니었을까.

 이런점에서 대표적인 팔레오식단인 300~400그람짜리 스테이크 접시를 구석기인들의 표준식단이 되기 어렵다. 3%의 고기 할당량을 스테이크 한 접시로 클리어하면 나머지 한달 동안 97%의 풀만 먹고 지내게 되는데 그러면 스테이크는 과연 주식인가 간식인가. 매끼니 고기를 먹는게 팔레오 다이어트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나니 매우 모던한 현대인의 다이어트였던 것이다.


추가로 3%의 고기에는 동료의 살점도 포함되었을지 모른다. 독일의 한 대학에서 벨기에에서 발견한 4만년전(구석기시대) 네안데르탈인 유물에 사람치아 흔적이 남은 뼈조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유물을 연구한 결과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절단하고 골수를 빼내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프랑스와 스페인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 사이에는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이 의심된다고 한다. [Tübingen 대학 연구발표]      



현실자각타임

비록 우리 머리속에는 만화고기가 구석기식단의 표준식이라 인식되지만 실제는 달랐다.

 진정 구석기인들을 오마주하여 식단을 짠다면 접시에 고기는 한점, 깍두기 만하게 올라가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풀밭(개량되기전 야생의 뿌리채소 잎채소, 과일)이어야 한다. 거기에 고명으로  일부 애벌레, 씨앗 그리고 꿀을 좀 흩뿌릴 수 있다. 가끔 별식으로 이웃의 허벅지살점이 올라오게 될지도 모른다.


삭막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애초에 왜 구석기인을 흠모했던가 하는 현타가 올 것이다.

 팔레오인들이 무슨 매력이 있길래 그들을 따라하는가. 그들이 오래살았나?

구석기인이 태어날때 기대되는 평균수명은 살던 지역, 환경, 생활습관 건강상태에 따라 다 다르지만 대략 33세라고 본다. [Am J Public Health. 2018 January; 108(1)] 물론 당시는 항생제가 없어서 대부분 감염병으로 죽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냥하다 죽고, 서로싸우다 죽고, 배고픈 동료에게 먹혀죽고 비문명사회이기 때문에 생기는 사고사로 죽었다. 그들의 어떤 점을 우리는 부러워 한걸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심뇌혈관질환은 늙어서야 생긴다. 그런데 늙어 죽는 구석기인은 너무 귀해서 나이든 그들의 혈관이 어땠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분명 현대인의 식단은 수만년동안 환경을 통해 적응한 유전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성분으로 만성병과 체형변화를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과거의 먹거리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의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과거먹거리를 재현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풍요를 재료로 해서 그 당시의 부족(scarcity)을 흉내내니 단지 겉멋이 되어 버렸다.


굳이 구석기인의 삶에게 지금 현대인의 난제를 해결할 비법을 찾는다면 그것은 먹거리(다이어트) 부분이 아니라  식량이 부족해 '못먹는 기간(금식)'과 생존을 위한 격렬한 '노동'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금식과 힘든 육체적 움직임이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나?


이미 알지만 힘드니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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