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의 유혹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좁게는 평소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의 타입과 양을 뜻하고 넓게는 특정한 식사 패턴 혹은 식이형태를 의미한다. 물론 우리가 다이어트를 말할때 거의 99.9%는 '살을 빼기 위한 식사법'의 의미로 쓴다. 그래서 다이어트와 살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2차세계대전 이후 산업의 발달과 식품가공업이 발달되면서 싸고 고밀도칼로리 음식들이 대량 공급되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은 확 줄어들면서 비만인구의 비중은 증가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수 없는 도넛, 칩, 케익, 파이, 비스킷, 냉동피자, 쿠키, 크래커, 마가린, 스프레드 등의 대량가공식들이 문제라는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모두 맛있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값싼 식물성 기름 혹은 이들은 굳힌(수소화)기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시작한 저지방 다이어트는 이런 맛있는 먹거리 위협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자는 시도이다.
값싼 트랜스지방은 가공식품의 맛과 매출을 동시에 올리는 치트키였다. 하지만 지방이 죄악시 되는 상황이 도래하자 식품회사는 재빨리 손절했다. 하지만 지방 적게 들어가 맛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였다. 맛이 없으면 아무리 건강한 이미지라도 안팔린다. 지방의 떠난 맛의 빈자리를 채우고 적정 가격에 딱 부합하는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식품회사는 나쁜지방, 트랜스지방을 낮춘 것은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그 자리에 첨가당(added sugar)을 듬뿍듬뿍 담았다는 말은 감추었다. 사람들은 저지방 다이어트로 지방이라는 빌런을 없앤다에 집중했지 설탕이라는 새로운 빌런이 등장했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이런 꼼수는 금세 드러나 결국 고당(high sugar)도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식품회사는 다음 수를 고민해야 했다. 지방을 빼는것은 설탕으로 돌려막았는데 설탕을 빼면 무엇으로 돌려막을 것인가. 저지방 열풍 덕에 단맛에 더 의지하게된 현대인은 이제 달지 않으면 '맛없다'고 느낀다. 결국 설탕을 제거하려면 달지만 칼로리는 없는 마법같은 재료를 넣어야 했다.
건강한 음식이 라이트 푸드에서 제로 푸드로 이름이 달라졌고 이번엔 정말 진짜라고 강조하는데 왜 난 늑대소년이 연상되는 걸까.
감미료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을때 나역시 체중과 전쟁 중이었고 제로콜라만 마셨다. 뭔가 석연치 않아도 칼로리가 0인데 맛은 콜라 그대로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그당시 여러번 다이어트를 시도했는데입이 터질때는 옆에 제로 콜라가 있었다. 터진입을 막으러 제로콜라를 마시면 마실때만 허기가 달래지는 듯 하다가 바로 다음에 더한 식욕의 폭풍이 몰아쳤다. 때로는 밥 잘먹고도 후식으로 제로콜라를 마시면 후식 욕구가 솟구치기도 했다. 입이 터져서 제로콜라를 마시는지 제로콜라를 마셔서 입이 터지는지 구분도 안될지경
내 개인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럴 거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내 경험이 나만 유별난건 아닌것 같다.
2013년 의학논문에서는 실험대상자에게 콜라, 제로콜라 그리고 물을 마시게 하고 단맛, 짠맛, 감칠맛에 대한 식탐을 측정했는데 다이어트콜라를 마시면, 단음식이 더 땡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Physiol Behav. 2012 Sep 10;107(2):560-7.]
2010년 리뷰저널에서는 인공감미료와 식탐, 음식섭취 그리고 체중변화를 조사했는데 감미료를 섭취하면 배고픔과 식탐이 커지는 것을 관찰했다. [Neuroscience 2010. Yale J Biol Med. 2010 Jun;83(2):101-8.] 이들이 대규모 연구들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감미료가 단맛이라고 뇌를 속이지만 실제 칼로리가 부족한것을 몸이 알아채고 진짜 열량이 있는 음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감미료자체에 칼로리가 없어도
최종적으로 칼로리를 가진 음식을 더 먹게만든다면
감미료를 먹는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우리몸은 에너지를 내는 (칼로리가 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 반대로 달고 고소하다는 건 역으로 칼로리가 있어야 마땅하다. 세상에 마법의 단맛같은건 존재하지 않고 뇌를 가짜단맛으로 속이면 결국 귀신같이 알아채서 그만큼 응징(?)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겠다.
요즘 옛날 과자도 '당을 줄인'버전이 유행한다.
완전 채식버전이 있는 고구마형 과자는 내가 입터질때나 치트데이에 먹던 친숙한 과자다. 요즘 마트에서 눈에 띄는 '당을 줄인' 버전을 살펴보자.
이들이 설탕대신 넣은 것은 제로콜라에도 있는 아세설팜칼륨(일명 에이스 K)이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이 제로화되는게 반갑지만은 않다. 고구마과자가 설탕대신 아세설팜쓴다고 건강식품되는게 아니니 말이다. 열량이 100그람에 470칼로리라는데 얼마나 적은건지 긴가민가하다.
갑자기 원래 고구마형과자와는 얼마나 다를까 궁금해졌다.
폭풍검색해서 일반 재래 고구마 형 과자를 찾았다.
그런데 뒷면영양정보를 보니 150그람에 705kcal 이다. 비교를 위해 100그람으로 환산했더니 놀랍게도 470kcal 동일한 값이 나왔다. 뭐지?
에이스케이로 설탕을 줄였데도 왜 아직 100그람당 470칼로리일까..
그건 고구마형 과자의 칼로리 결정자 TOP 2 는 밀가루와 옥배유 (혹은 팜유)이기 때문이다. 설탕이 좀 들어가든 덜들어가든 고구마형 과자의 본색이 GMO밀가로와 식용류의 콜라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무당열풍은 여전히 뜨겁고 '당이 줄어' 살이 덜찔거라 정신승리하는 소비자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