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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Jul 21. 2023

아스파탐을 얼마까지 먹을까

를 따지기 전에 왜 먹어야 하는지 부터 고민해야

이번엔 또 뭐?

먹는 걸로 빈정상하게 하는 걸로 유명한 WHO가 이번엔 합성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분류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B군(Group 2B)이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는 물질이 속하는 그룹이다.  암을 유발할 수 있다하면 웬지 손도 대면 안되는 위험한 물질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냥 숨만쉬어도 암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평소 엄청 몸과 마음을 오염되지 않게 관리한다해도 황사에 노출되어 폐암위험이 올라가는 것까지 제어하기는 쉽지않다.  물론 공기만 문제가 아니다. 가족끼리 즐겁게 한우를 구워먹거나, 엄마가 소풍날 싸준 김밥을 먹는 순간 등등 즐거운 순간들까지  발암 1, 2A군들은 은근슬쩍 끼어 들어 있다. 발암이 의심되거나 혹은 대놓고 암을 만드는 물질까지도 주변에 널려있는데 하물며 2B 하나쯤 더 느는게 이제 큰 대수도 아니다. 

 

 여튼 WHO산하 암연구단체인 IARC는 아스파탐이 포함된 제로 소다를 꾸준히 (하루 12캔 이하) 마신 성인에서 간암발생이 증가했다는 연구를 3개나 찾아냈다고 2B라 하니 그런가 보다한다. 난 주로 먹는게 농산물이다 보니 감미료 먹을 일이 없지만 뉴스에 자꾸 나오니 괜히 하루에 얼마까지 먹을 수 있는지 궁금해 졌다.   

기준이 여기저기 다르긴 하지만 아스파탐을  체중 kg 당 40~50mg먹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68키로(150파운드) 성인은 하루 3000mg 먹어도 되고 한캔에 아스파탐이 200mg 든 다이어트 콜라나 소다는 15캔까지 즐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5캔이라는 넉넉한 숫자는 마음에 여유를 준다.  웬지 제로콜라 하루 한 두 캔 정도는 암도 안생기는데 몸도 가벼워진다면 안먹는 것보다 이로울거 같다는 알수 없는 논리에 낚인다.  


사약을 희석 시키면 먹을래?

여기 먹으면 죽는 사약이 한 컵(250cc)있다 치자. 이론상 그 사약에 물에 100배 희석하여 25리터를 만들어  한 컵만 마시면 몸에 크게 영향을 주지않고 그냥 배출될 것이다. 그렇다고 100배 희석한 사약을 매일 마실 것인가? 

'굳이 사약을 왜 희석시켜 먹냐'고 웃을 일이지만 지금 아스파탐에 대한  하루 적정량이 얼만지 따지는게 바로 사약을 얼마나 희석해 먹을거냐를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거 아닌가. 

사약은 꼭 먹어야할 식사나 약이 아니라서 얼마나 희석해야 먹어도 안전한지 계산할 필요가 없다. 아스파탐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위험을 잘게 쪼게가며 먹겠다는데는 아스파탐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이익이 분명히 존재해야한다. 근데 아스파탐에 무슨 약효가 있지?

이전 무당열풍에 대한 이야기에서 당분이 없는 감미료(NSS, 무당 감미료)의 시대가 온 것은 식음료회사의 노력의 덕분이라 평가했다. 설탕에 덕분에 올렸던 대량매출이 질병과 비만의 원흉이라는 비난으로 감소할 위기가 오니 이를  적극적으로 타계하고자 건강한 이미지 씌우기를 한것이 바로 제로 마케팅이라고. 감미료는 단맛에 익숙한 대중의 입맛을 붙들면서도 설탕과 달리 칼로리가 없어 살안찐다고 미화시킬 건강한 이미지를 음료와 과자에 씌워주었다. 중독이니 비만이니 다양한 악플에 시달려온 과자나 음료에게 칼로리가 낮다는 것은 보기 드문 미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아세설팜(에이스K)이나 아스파탐은 합성물질이라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보다 착한 재료를 찾기도 어렵다. 

결국 감미료는 '설탕보다 달고,  설탕보다 건강한...' 처럼 항상 설탕과 비교를 통해 존재가치를 드러내 왔다. 위험을 감수하고 먹을 가치는 바로 설탕보다 우월하다는 점밖에 없다.  그런데 이 존재가치가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스파탐과 설탕의 서열

모두가 최근 WHO의  아스파탐 2B 발표에만 신경을 쓰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WHO가  직전에 발표한 내용이다. 2023년 초 WHO는 아스파탐을 포함한 대체 감미료(NSS)들이 살을 빼거나 당뇨 만성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으니 주의하라는 권고를 했다. [WHO]  이 발표는 감미료가 나온 이후 누적된 여러 연구결과들을 분석한 결과인데 설탕을 감미료로 대체해도 장기적으로 성인, 어린이들의 체지방은 줄지 않았고 당뇨가 줄어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잠재적으로 인공감미료를 장기간 쓸때 성인에서  당뇨,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는 모습까지 확인이 되었다. 아스파탐이 설탕보다 우월한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아스파탐은 음식이 아닌 성분이고 정확히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단맛을 내는데 설탕과 경쟁관계에서 칼로리가 없다는 점에서 살 안찔거라고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관찰한 결과는 우리 생각과 정반대 효과를 보였다. 살도 안빠지고 당뇨도 예방 효과도 불분명해졌는데  아스파탐을 왜써야 하는 걸까. 

여러 정황상 감미료 대신 설탕으로 돌아가는 걸 고민할 타이밍인데 아스파탐과 암과의 의뭉스런 스캔들이 터졌다. 이정도 되면 벌써 답은 나온거 같은데..... 

근데 왜 뉴스기사들은 아스파탐 하루 적정 복용량을 계산하며 안심시키고 있을까.


그래서 아스파탐 음료수, 아스파탐 과자의 운명은?

 이번 아스파탐 파동 덕에 재미있는 비교거리도 생겼다. 막걸이는 달게 하려고 설탕을 넣으면 누룩발효로 알콜 도수가 계속 올라간다. 막걸리에 감미료나 젖산을 넣으면 발효는 중단되고 단맛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막걸리에 아스파탐이 많이 쓰이는 것이다.   

아스파탐 파동에서 제일 먼저 언급된 것이 아스파탐 막걸리였고 사람들은 이제껏 먹은 막걸리 땜에 행여나 건강에 이상이 있을까봐 불안해했다. 

하지만 막걸리는 아스파탐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술(알콜)이라는 점에서 이미 발암 1군이다. (술을 많이 먹으면 암의 발생위험을 높아진다는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마치 아스파탐이 순수한(?) 막걸리를 해치는 것 같지만 암을 유발하는 측면에서는 막걸리의 알콜보다 아스파탐이 상대적으로 더 착한 물질이다. (암이 무서우면 아스파탐 막걸리가 아니라 그냥 막걸리를 안먹는게 답이다.) 


아스파탐 탄산수도 비슷하다. 내가  제로콜라를 안먹는것은 아스파탐이 들어가서 암이 걸릴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탄산음료이기 때문이다. 제로콜라 먹느니 차라리 콜라를 먹고 그마져도 가급적이면 물을 먹는 선택을 하겠다. (서열관계- 물 >> 콜라>제로콜라)


감미료가 설탕보다 나은 것이 없다면  제로 음료수와 제로 과자는 그냥 일반 음료수나 과자, 혹은 그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이런 전철을 밟은 것이 '사카린'(신나당)이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사카린을 먹으면 방광암 위험이 높아진다고 파동이 인적이 있다. 한번 외받은 후에는 암위험이 불분명하다고 밝혀져도 사람들은 일부러 사카린이 들어간 '제로음식'에 열광하지 않는다. (난 강냉이나 찐옥수수에 들어간 사카린을 가끔 즐기지만.) 사카린에 특별한 효능이 없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맛이 설탕보다 깔끔해서 좋다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봤다. 하지만 이들을 빼면 다들 단맛이 필요한데 설탕의 칼로리는 무서워서 아스파탐 대체물을 선택한다.  이런 이유로 '제로 간식', '제로 음료'를 즐기고 있다면 지금부터는 진지하게 일반 설탕 과자, 설탕소다로 돌아가거나 다른 주전부리 종류를 고민해 볼때다.



사족, 덧붙임

아스파탐 파동으로 인해 식음료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뭐 계산기 두들기지 않아도 과자회사 음료수 회사에 스크래치도 안갈거라는 예상은 할 수 있다. 

담배만 해도 그렇다. 아스파탐보다 몇천배는 암을 유발시킨다는게 이미 알려져 있는 담배.  아무리 폐와 후두에 암이 생겨, 진짜 생겨,  1군 발암물질이야 라고 북치고 장구치고 해도 흡연하는 사람은 여전해 존재하고 꼬박꼬박 정기구독해서 KT&G 빌딩에 기둥을 세워주고 있다.  

조용히 잘 팔고 있는 담배회사

인간은 평생 암에 안 걸리는게 사는것 보다  하고싶은거 다하고 즐기면서 사는걸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기기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인이 건강에 어떤 악영향이 있다한들 이미 나 카페인의 노예가 ㄷㄷ..)


하지만 담배회사가 지금의 식음료 회사와 다른 점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쥐죽은 듯이 담배를 판다는 점이다. 결코 타르와 니코틴의 적정 하루 허용량을 계산하여 '안심하고 피세요' 하는 정신승리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건강 이미지인 '제로' 포장지가 벗겨지면 이들 과자, 소다수는 결국 가공식품이고 흔히 말하는 정크푸드이다. 정크푸드에 있지도 않은 밝은 이미지를 씌워서 홍보해 매출을 올리는 행위는 결국은 사라질  것이다. 담배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광고를 하지 않아도 과자회사, 음료회사, 담배회사는 인간의 도파민을 충족시키는 상품을 팔아 대대손손 번영할 것이다.  이런 회사들을 위해  아스파탐의 하루 허용량을 계산하며 안심마케팅에 일조하는 것은 어쩐지 내 눈에 빅 오지랖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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