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명 친구의 단톡방에서 우연히 해외여행 얘기가 나왔다가 진짜 일본을 가게 되었다. 제주도 만큼 가깝지만 엄연히 외국이고 환률도 낮아질대로 낮아진 일본은 가장 만만한 곳.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설래면서도 속으로 걱정이 슬슬되었다. 완전채식이 된후 일반식성인과순수관광은 처음이라 아무 준비도 안하고 갔다가는 굶주린 여행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채식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들이 잘 가는 식당이나 마트 정보 구하는건 막막하고 자신이 없었다. 우리나라 채식식당 정보도 항상 한두발 늦어 심지어 일반인 친구에게 귀동냥을 하는데 일본에 아는 지인도 없고 일본어도 그냥 히라가나 읽는 초심자레벨이다.
친구와의 추억도 쌓고 동시에 내몸에 칼로리도 쌓는 여행을 위해서 문자지식부터 검색앱까지 총동원해 플랜을 짜야했다. 가기전까지 확실한것 없이 가슴이 쫄깃거렸지만 결국은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왔다. 뒤돌아보니 마이너 식성을 가진 내가 일반인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하는데 도움 받은 것들이 몇가지 떠올랐다.
그건 바로 1. 백화점 지하식품관 2. 검색앱 3. 번역기 이다.
하나씩 덕담을 풀어보자
1. 백화점 지하식품관은 먹거리 천국
백화점은 달라도 지하 일층이 식품매장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일본 모두의 국룰이다.
후쿠오카는 공항에서 시내중심가인 하카타까지는 딱 두정거장인데 하카타역은 우리나라 고속터미널역과 흡사하게 버스터미널, 백화점 그리고 지하상가가 연결되 있었다. 여행첫날 허기지고 배고픈 나에게 한큐백화점 지하식품관이 은혜롭게 손짓했다.
지하식품매장에 무수한 가게들은결정장애를 일으키지만 어짜피 내게 만만한건 과일야채뿐. 일본도 우리나라 백화점과 동일하게 한모퉁이에 신선과일 야채 코너가 있었다. 바로 직진해서 사과자두 당근 그리고 양배추채를 집어 계산했다.
그리고 배터리 바닥나 숙소로 돌아가려는 찰라 하카타역사에서 완전채식 도시락을 파는 귀한 매장도 발견했다.
방전 직전에 발견한 에바 다이닝 (마크로비오틱 델리)
저녁이라 매대가 듬성듬성했는데 타코라이스(채식)가 눈에 띄어 저녁 메뉴로 당첨.
네이버에 후쿠오카 먹거리를 치면 탑3로 하카타 라면, 모츠 나베, 멘타이코(명란)이 검색되는데 같이온 친구들은 그 중 넘버원을 먹으러 이치란 라멘집으로 향했다. 여행의 재미를 위해서 같이 라면집을 따라갈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내 에너지는 너무 바닥이었다. 내일 여행에도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빨리 내 몸에 맞는 연료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
당근, 자두, 양배추채 그리고 타코라이스도시락을 펼쳐 호텔 석식을 차렸다.
사진속 당근과 자두가 마트 야채코너에서 흔히 보는 비주얼로 보인다면 그건 바로 일상의 메마른 감성(;;;)탓이다. 안통하는 언어로 온갓 역경을 뚫고 획득한 야채 과일 그리고 도시락을 지친 외국 여행자 감성으로 바라보면 매우 풍요로운 이국적 한상이다. (ㅠㅜ)
물론 호텔옆 세븐일레븐에서 윗뚜컹이 뻥열려 '핫'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도 사서 반주로 곁들였다.
비주얼때문인지 '오사사' 마츠다부장님이 식전주로 마시는 나마비루감성이 느껴진다. 여행자 버전으로 즐기는 야채, 과일, 현미밥과 캔맥주는 사랑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영수증을 보며 개당 가격을 따지는 것은 삭막한 감성.
여행지 영수증을 모아두면 나중에 당시 기억을 소환할때 도움이 된다
원화로 계산해보니 (100엔= 910원) 당근 하나에 한 600원 자두(플럼) 한개는 1500원 사과는 개당 무려3000원......
싼 야채먹을려고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비싼 먹부림을 하는게 그리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 과일과 야채는 여행3일 동안 적당히 나눠 먹었으니 끼니당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2. 검색하면 다 나온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산책겸 일찍 오호리 공원을 갔다. 여행지에서 뭐라도 입에 넣을때 뒷면에 영양표시를 백번 뒤집어 보는 것은 매우 피곤한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에너지 충전엔 카페인만한게 없다. 더군다나 커피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도 확실한 채식이고 스타벅스 주문시스템은 전세계 공통이니 간편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