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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Aug 25. 2023

배부르게 후쿠오카 여행하기

구하면 길은 열린다

네명 친구의 단톡방에서 우연히 해외여행 얘기가 나왔다가 진짜 일본을 가게 되었다. 제주도 만큼 가깝지만 엄연히 외국이고 환률도 낮아질대로 낮아진 일본은 가장 만만한 곳.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설래면서도 속으로 걱정이 슬슬되었다. 완전채식이 된후 일반식성인과 순수관광은 처음이라 아무 준비도 안하고 갔다가는 굶주린 여행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채식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들이 잘 가는 식당이나 마트 정보 구하는건 막막하고 자신이 없었다.  우리나라 채식식당 정보도 항상 한두발 늦어 심지어 일반인 친구에게 귀동냥을 하는데 일본에 아는 지인도 없고 일본어도 그냥 히라가나 읽는 초심자레벨이다.


친구와의 추억도 쌓고 동시에 내 몸에 칼로리도 쌓는 여행을 위해서 문자지식부터 검색앱까지 총동원해 플랜을 짜야했다. 가기전까지 확실한것 없이 가슴이 쫄깃거렸지만 결국은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왔다. 뒤돌아보니 마이너 식성을 가진 내가 일반인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하는데 도움 받은 것들이 몇가지 떠올랐다.

그건 바로  1. 백화점 지하식품관 2. 검색앱  3. 번역기 이다.

하나씩 덕담을 풀어보자


1. 백화점 지하식품관은 먹거리 천국

백화점은 달라도 지하 일층이 식품매장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일본 모두의 국룰이다.

후쿠오카는 공항에서 시내중심가인 하카타까지는 딱 두정거장인데 하카타역은 우리나라 고속터미널역과 흡사하게 버스터미널, 백화점 그리고 지하상가가 연결되 있었다.  여행첫날 허기지고 배고픈 나에게 한큐백화점 지하식품관이 은혜롭게 손짓했다.

지하식품매장에 무수한 가게들은 결정장애를 일으키지만 어짜피 내게 만만한건 과일야채뿐.  일본도 우리나라 백화점과 동일하게 한모퉁이에  신선과일 야채 코너가 있었다.  바로 직진해서 사과자두 당근 그리고 양배추채를 집어 계산했다.


그리고 배터리 바닥나 숙소로 돌아가려는 찰라 하카타역사에서 완전채식 도시락을 파는 귀한 매장도 발견했다.

방전 직전에 발견한 에바 다이닝 (마크로비오틱 델리)

저녁이라 매대가 듬성듬성했는데 타코라이스(채식)가 눈에 띄어 저녁 메뉴로 당첨.


네이버에 후쿠오카 먹거리를 치면 탑3로 하카타 라면, 모츠 나베, 멘타이코(명란)이 검색되는데 같이온 친구들은 그 중 넘버원을 먹으러 이치란 라멘집으로 향했다. 여행의 재미를 위해서 같이 라면집을 따라갈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내 에너지는 너무 바닥이었다.  내일 여행에도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빨리 내 몸에 맞는 연료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

당근, 자두, 양배추채 그리고  타코라이스도시락을 펼쳐 호텔 석식을 차렸다.

사진속 당근과 자두가 마트 야채코너에서 흔히 보는 비주얼로 보인다면 그건 바로 일상의 메마른 감성(;;;)탓이다. 안통하는 언어로 온갓 역경을 뚫고 획득한 야채 과일 그리고 도시락을 지친 외국 여행자 감성으로 바라보면 매우 풍요로운 이국적 한상이다. (ㅠㅜ)

물론 호텔옆 세븐일레븐에서 윗뚜컹이 뻥열려 '핫'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도 사서 반주로 곁들였다.

비주얼때문인지 '오사사' 마츠다부장님이 식전주로 마시는 나마비루감성이 느껴진다.  여행자 버전으로 즐기는 야채, 과일, 현미밥과 캔맥주는 사랑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영수증을 보며 개당 가격따지는 것은 삭막한 감성.

여행지 영수증을 모아두면 나중에 당시 기억을 소환할때 도움이 된다

원화로 계산해보니 (100엔= 910원)  당근 하나에 한 600원  자두(플럼) 한개는 1500원 사과는 개당 무려3000원......

 야채먹을려고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비싼 먹부림을 하는게 그리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 과일과 야채는 여행3일 동안 적당히 나눠 먹었으니 끼니당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2. 검색하면 다 나온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산책겸 일찍 오호리 공원을 갔다. 여행지에서 뭐라도 입에 넣을때 뒷면에 영양표시를 백번 뒤집어 보는 것은 매우 피곤한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에너지 충전엔 카페인만한게 없다. 더군다나  커피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도 확실한 채식이고 스타벅스 주문시스템은 전세계 공통이니 간편 끝판왕.

구글 맵에 오호리 공원을 뒤적거리니 역시나 나오는 스타벅스.  

홋토 코히 구다사이

외국나와서도 스벅의 강력한 따아를 톨사이즈 한컵 들이키니 배터리 한칸이 바로 올라간다.

참고로 일본에서 '핫 컵퓌' 보다는 '홋토 코히' 라고 주문하면  렉이 덜걸린다.


내가 도움을 받은 또하나의 검색앱은 해피 카우다.

우연히 발견한 HappyCow는 전세계적으로 채식식당, 카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검색창에 여행지를 입력하면 방문자 리뷰를 포함한 채식먹거리 리스트가 주르륵 올라온다. 메뉴 옵션과 음식사진그리고 별점정보는 식당을 고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운좋게 해피카우에 후쿠오카 채식식당리스트가  있었다.   

 

후쿠오카 탑10 채식식당

하카타역에서 찾은  에바다이닝 팝업 스토어도 해피카우에 첫번째로 소개되어있었다.  첫날 먹은 도시락이 맛있길래 친구들을 꼬셔서 정식다이닝 식당도 찾아갔다.

리바레인(Riverain)몰에 위치한 에바 다이닝 방문기념 샷




3. 동시번역이라는 최신문물

해외식당에서 가장 답답한 것이 외국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사진감으로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렌즈라는 신문물이 있다면 일본어가 그다지 두렵지 않다.

구글렌즈의 사진기를 켜고 일본어 메뉴판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한국어로 바뀐 이미지가 보인다.

그덕에 진짜 굴이 아닌 굴의 맛을 재현한 굴튀김이 들어있는  정식세트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미션은 온천 '료칸'에서 배 채우기였다. 료칸숙소는 예약할때 고급정식저녁코스와 아침정찬비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들 정식은 기본이 쇠고기 구이와 생선구이로 이루어져 있고 당연히 기내식처럼 채식을 미리 선택하는 옵션같은 건 없다.


살짝 모험이지만 일단 그냥 숙소예약을 먼저하고 나중에 정중하게 식사변경을 부탁하기로 했다. 채식이 안된다고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부탁이 거절당할 경우를 대비해 과일야채를 싸들고 갔다.


다만 숙소에서 살짝 '압박감'을 느끼도록 매우 간곡한 문구를 작성해 간청해보기로 했다. 이 작업 마무리는 구글 번역기가 했다.  

漬物(쯔케모노)는 일본식 야채절임

그리고 완성된 간청문 번역본을 숙소대표메일에 보냈다. (숙소를 예약한 친구가 보냈는데 료칸에서 답장이 안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번 더 보냈다고한다.)

그결과는 놀랍게도 짜잔

완전채식 가이세키를 준비해준 료칸 "바이엔"

식사테이블을 보자마자 완전 헤벌쭉 무장해제되었다.

야채하나하나 정성껏 준비되었고 양도 배부르게 나온 생야채+쯔케모노 플레이트


결론적으로 이번 일본여행에서 먹거리는 편의점표 냉동야채(브로콜리, 에다마메), 편의점 채식과자와 팝콘, 백화점표 생야채과일,  채식가이세키, 완전 채식식당 메뉴 등이었다

  원물부터 정식 그리고 정크푸드까지 두루두루 잘 먹은셈이다.  


 친구들의 식성을 존중하므로 억지로 채식식당에 끌고 가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이자카야를 갈때 따라가면  맥주 만시키고 식당에 양해를 구해 가져간 사과와 바나나를 먹기도 했다.

같이 즐기기 어려울거 같은 여행 구성일 수 있지만 진심으로 구하면  길이 열린다는 걸 확인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덧....

현재 한국에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은 3000원에서 4500원에 팔린다.  내가 일본 패미리마트에서 개당 230엔 현재 환율로 2030원에 샀다. 그래서인지  일본여행기념품으로 엄청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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