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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Nov 16. 2023

시리얼의 정체

심심할땐 식품회사 괴롭히기(bullying)

완전채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땐 먹거리 레파토리가 적어서 갑자기 허기질때 과자도움을 많이 받았다. 채식과자찾기가 거의 보물찾기처럼 쉽지 않지만 가끔 심봤다를 외치는데 그게 바로 초코첵스였다.


스스로 초코우유를 뿜어낼 듯한 비주얼임에도 영양정보에 주의성분이 대두와 밀 밖에 없다. 그때는 이건 뭐 완전채식이라고 봐야한다며 혼자 비건인증을 했지만 지금 보니 배고파서 그냥 우긴거다.


재료에 동물성이 없어도 비건이라 표지에 쓰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른 동물성 재료를 쓰는 제품과 생산라인을 공유해서 혼입의 가능성이다. 조청유과 생산라인옆에 새우깡 라인이 있어 이래저래 새우깡 새우가 옆으로 올라타는? 뭐 그정도 가능성은 현실적 아량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시리얼에서는 그런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영양강화 목적으로 넣은 비타인 D (토코페롤)의 원재료가 동물성이니 그냥 비건이 아니다.  

여튼 당시 채식 입문자이며 가공식품의 노예였던 나에게  첵스초코는 든든한 채식간식이었다.


오곡으로 만든 아침밥?

참고로 첵스초코의 유형은 '시리얼'이다. 즉 본질은 아침에 밥으로 먹으라고 만든것이다. 아무리 봐도 과자같이 생기고 맛도 과자맛이 나는데 아침밥이라고 그냥 우기는게 무안했는지 앞면에  "오곡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분명 간식으로 사긴했지만 오곡이라니 웬지 오곡밥이 떠오르고 식이섬유가 장을 즐겁게 해주는 느낌도 준다.

  

추가로 다섯 가지 곡물로 영양많고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며 구체적 확신을  심어줄 문구도 잊지 않았다.  어떤 과자보다도 더 과자맛이 나서 아이들에게 사주기 주저하던 어머니 아버지 들도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고 '안성맞춤'"이라는  문구에 바로 지갑을 열리게  된다.

수많은 리뷰의 공통점은 '아침밥으로 먹는다'와 '아이들이 좋아한다'  두가지


첵스초코를 먹는게 나쁘다고 할수는 없지만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에게 차려줄 영양간식, 아침밥이 되어있는 상황이 참으로 불편하다.  

비록 예전에 나도 첵스초코로 초코과자의 짜릿한 즐거움과 오곡의 위로까지 얻었지만 지금은 첵스초코의 정체를 잔인하게 분석하려고 한다.


이제 자기가 안 먹는다고 남들 먹는 즐거움을 짓밟는다는 욕 먹을 각오도 하고 말이다.   



정체를 어떻게 밝히나

사실 특별한건 없다. 뒷면의 영양정보와 원재료란에 웬만한 정보가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된지 20년도 더 넘었는데 아직까지 영양강화 아침밥, 건강한 아이들 간식으로 팔리는 것을 보면 아직 정체를 잘 숨기고 있는 것다.  

그 비결은 교묘한 영양정보와 원재료명을 표시방식이다.  

 이제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원재료명에 정말 많은  재료들이 가득 적혀있다.  옥수수가루, 밀, 멀티그레인믹스에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어 뭔가 핵심 성분 혹은 주성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눈속임이다.  

그냥 많이 들어간 재료가 먼저 나오고 적은 비율이 나중에 적히는 순서이다.

따라서 오곡첵스초코의 1등 재료는 옥수수가루이고 2등이 설탕 3등이  밀가루 되겠다.  '멀티그레인 믹스'가 말그대로 오곡가루인듯한데 별거없다 귀리가루, 보리가루, 설탕, 밀기울을 섞은 것이다. 2등 재료가 설탕인데 멀티그레인 믹스에 설탕이 또 있다. 그 다음, 코코아 분말.. 쌀가루.. 그리고 또 기타 설탕...  

 

5곡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5곡중 두개는 그냥  옥수수와 밀가루 였다.  원래 과자는 옥수수 아님 밀로 만드는데 말이다. 나머지 3곡인 귀리, 보리, 쌀은  설탕 보다도 밀가루 보다도  적게 들어갔고 숫자 5를 채우려고 구색만 맞춘 수준이다.   


흰설탕을 정확히 얼마나 넣었나

설탕의 정확한 량을 확인하려해도 영양정보에 없다.  우리가 목숨거는 탄단지가 그람으로 적혀있고  하루 기준치의 %로 환산해 탄단지가 골고루 잘 배합된 균형잡힌 느낌을 주고있다.

설탕은 다들 알다시피 탄수화물이다. 그럼 탄수화물 칸에서 답을 찾아야겠는데 설탕량이 안보이고 탄수화물 아래에 '당류'만 보인다.

당류를 보고 '이거 다 설탕이지'라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럽다. 재료에는 고유의 자연당도 들어 있어서 사과100g 들어있는 당류 11g은 누가봐도  100% 자연당이다.

그럼 첵스초코 100g에 포함된 30g의 당류 중 어디까지가 자연당이고 어디까지가 설탕인가.


자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성분은 옥수수가루, 밀가루, 쌀가루, 귀리가루 보리가루  말고는 없다.

그런데 옥수수가루와 밀가루에 당분이 얼마 들었는지 아는가?  정답은....


밀가루 옥수수가루의 영양정보

정답은 "거의 없다"이다. 밀가루 옥수수가루의 탄수화물은 거의 전분이라 자연당함류량은 0아니면 1% 미만이다. 귀리와 보리도 별반 다를것이 없다.  결국 첵스초코에 써있는 당류량은 전부 첨가한 흰설탕이었다.

첵스초코 100g 만드는데 설탕이 30g 부은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으니 모두가  과자라고 인정하는 조청유과와 비교해보자.

 와 과자인 조청유과도  96g  봉에 설탕이 23그람 밖에(?) 안 들어갔다. (조청유과도 자연당을 가진 성분이 없기 때문에 당류량과 설탕량 동일) 오곡첵스초코는 100g인데 설탕이 30g이다.

이정도 면 누가 과자이고 누가 밥인지 구분이 안간다

왜 조청유과는 많이 먹으면 안되는 과자이고 첵스초코는 아침에 당당하게 상위에 오르나.  아님 조청유과에 보리가루 조금 섞으면 오곡첵스초코처럼 아침밥이 될수 있나?


입에서 과자맛이 나면  그게 과자라고 믿어야하는데 겉표지에 아침밥이라고 우겨대니 다들 자신 입이 틀렸다고 부정하는 상황이다.



더한 놈이 나타났다

첵스초코의 동생 첵스초코 문앤스타

극강의 맛으로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신흥 인기몰이 중인 핫한 시리얼.

첵스초코 문앤스타의 설탕량은?

30그람에 3그람더받아서  33그람 되시겠다.

과자세계에서도 100그람당 설탕 33그람 수준은 흔하지 않다.

어렵게 찾은 과자세계의 설탕강자들은 아래와 같다.

촉촉한 초코칩 100g에 설탕 26g,  오레오 100g에 설탕 36g

그나마 문앤스타가 오레오보다는 3그람 적어 체면은 세웠고 촉촉한 초코칩은 은근 설탕이 적게 들어가서 건강과자로 보인다.


현재 의학적으로  성인 여자가 하루 동안 먹어도 무방하다는 설탕 적당량은 25그람, 남자는 36그람이며, 2세에서 18세까지 소아청소년은 25그람이다.

 

심장학회가 권장하는 설탕 하루 허용량 (좌-성인남녀, 우-소아청소년)

이 권장량 기준으로치면 첵스초코의 설탕 30g은 1일 기준치 100%를 넘어야 하는데  30%일까. 아직 우리나라는 전체당류에 대한 기준만 100g으로 정하고 첨가당(설탕)에 대한 세부기준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첵스초코 100g을 먹어도 당류가 권장량 30%밖에 안된다고 안심하게 만들지만 실제는 이미 어린아이나 성인여성의 건강 권장량 25g을 한방에 날리는 양이다.


영양간식, 아침밥이 아니라 그냥 과자다

  과자는 설탕을 넣고 싶은 만큼 넣어 만들어도,  그걸 먹겠다고 선택한 사람이 감당할 몫이라 평가하거나 행동을 간섭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판단을 못하는 어린이들이 금새 낚이는 설탕과자를 만들어,  아침밥이라 부르고, 아이들에 필수영양을 공급한다는 광고 문구로 부모를 무장해제시키는 마케팅 행태는 매우 부도덕하다.  




  아직도 리뷰에는 아이들을 위해 사준 스스로를 칭찬하는 내용이 올라온다. 이제 어른들은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과자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는 스스로도 절제하는 과자를 밥상위에 올려 후하게 급식시키고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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