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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Mar 06. 2023

무당열풍

제로슈거의 유혹

다이어트도 유행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좁게는 평소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의 타입과 양을 뜻하고 넓게는 특정한 식사 패턴 혹은 식이형태를 의미한다. 물론 우리가 다이어트를 말할때 거의 99.9%는 '살을 빼기 위한 식사법'의 의미로 쓴다. 그래서 다이어트와 살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2차세계대전 이후 산업의 발달과 식품가공업이 발달되면서 싸고 고밀도칼로리 음식들이 대량 공급되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은 확 줄어들면서 비만인구의 비중은 증가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수 없는 도넛, 칩, 케익, 파이, 비스킷, 냉동피자, 쿠키, 크래커, 마가린, 스프레드 등의 대량가공식들이 문제라는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모두 맛있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값싼 식물성 기름 혹은 이들은 굳힌(수소화)기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시작한 저지방 다이어트는 이런 맛있는 먹거리 위협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자는 시도이다.

트렌스지방과 친구들

특히 그시기에 트랜스지방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심장병을 유발하는 빌런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쏫아지며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사먹던 소비자들이 맛있지만 나를 살찌게 하는 재료가 무엇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이 시기 다이어트 타깃은 지방이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식품회사를 적으로 만들 수 없어 지방과 트랜스지방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고 그것이 식품회사가 다시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게 된다.   


저지방 마케팅

값싼 트랜스지방은 가공식품의 맛과 매출을 동시에 올리는 치트키였다. 하지만 지방이 죄악시 되는 상황이 도래하자 식품회사는 재빨리 손절했다. 하지만 지방 적게 들어가 맛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였다. 맛이 없으면 아무리 건강한 이미지라도 안팔린다. 지방의 떠난 맛의 빈자리를 채우고 적정 가격에 딱 부합하는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그렇게 지방을 설탕으로 채운 식품라인에 '라이트'라고 이름 붙인 저지방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모든 음식들, 심지어 원래 지방함량이 높지 않았던은 시리얼까지도 라이트버전으로 재탄생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저 더 달아진 가공식품일뿐인데도 이름을 라이트로 개명하니 잘 팔렸고 소비자는 라이트버전을 고르는 것 만으로도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식품회사는 나쁜지방, 트랜스지방을 낮춘 것은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그 자리에 첨가당(added sugar)을 듬뿍듬뿍 담았다는 말은 감추었다. 사람들은 저지방 다이어트로 지방이라는 빌런을 없앤다에 집중했지 설탕이라는 새로운 빌런이 등장했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이런 꼼수는 금세 드러나 결국 고당(high sugar)도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식품회사는 다음 수를 고민해야 했다. 지방을 빼는것은 설탕으로 돌려막았는데 설탕을 빼면 무엇으로 돌려막을 것인가. 저지방 열풍 덕에 단맛에 더 의지하게된 현대인은 이제 달지 않으면 '맛없다'고 느낀다. 결국 설탕을 제거하려면 달지만 칼로리는 없는 마법같은 재료를 넣어야 했다.   


이제 대세는 무당(no sugar)

감미료 혹은 대체당이 바로 칼로리는 없고 단맛이 나는 신박한 아이템이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도 사카린이라는 감미료를 쓰긴했다. 하지만 이는 설탕이 귀하고 비싸서 꿩 대신 닭으로 쓴것이지 지금의 스테비아처럼 건강한 단맛의 이미지는 없었다. 

설탕만큼 달지만 당뇨가 있어도 먹을 수 있다고 의학 전문가들이 추천하기도 한 감미료는 설탕이 천시받는 상황을 틈타 마침내 다이어트의 핵심 자리를 꿰찼다.   


이름은 감미료 다이어트가 아니라 무당다이어트. 무당열풍은 제로콜라가 콜라의 판매량을 뛰어넘을때 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이제는 대놓고 케잌 쿠키 심지어 아이스크림에 까지 설탕을 대신해서 단맛을 책임진다. 모든 과자, 가공식품은 '제로 버전'으로 변신 중에 있다. 

설탕이 없으니 안심하고 먹으면 되나?


과자와 음료에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슈가프리, 무당 열풍은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 어딘지 모를 이 친숙한 광고 메시지는 다름아닌 저지방 라이트 마케팅에서도 썼던 방식이다. 그때는 지방만 없으면 건강해질거라고 했는데 그 지방이 이제 설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건강한 음식이 라이트 푸드에서 제로 푸드로 이름이 달라졌고 이번엔 정말 진짜라고 강조하는데 왜 난 늑대소년이 연상되는 걸까.   


감미료가 안전한가

감미료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을때 나역시 체중과 전쟁 중이었고 제로콜라만 마셨다. 뭔가 석연치 않아도 칼로리가 0인데 맛은 콜라 그대로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그당시 여러번 다이어트를 시도했는데입이 터질때는 옆에 제로 콜라가 있었다. 터진입을 막으러 제로콜라를 마시면 마실때만 허기가 달래지는 듯 하다가 바로 다음에 더한 식욕의 폭풍이 몰아쳤다. 때로는 밥 잘먹고도 후식으로 제로콜라를 마시면 후식 욕구가 솟구치기도 했다. 입이 터져서 제로콜라를 마시는지 제로콜라를 마셔서 입이 터지는지 구분도 안될지경  

내 개인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럴 거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내 경험이 나만 유별난건 아닌것 같다.  

2013년 의학논문에서는 실험대상자에게 콜라, 제로콜라 그리고 물을 마시게 하고 단맛, 짠맛, 감칠맛에 대한 식탐을 측정했는데 다이어트콜라를 마시면, 단음식이 더 땡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Physiol Behav. 2012 Sep 10;107(2):560-7.]

2010년 리뷰저널에서는 인공감미료와  식탐, 음식섭취 그리고 체중변화를 조사했는데 감미료를 섭취하면 배고픔과 식탐이 커지는 것을 관찰했다.   [Neuroscience 2010. Yale J Biol Med. 2010 Jun;83(2):101-8.] 이들이 대규모 연구들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감미료가 단맛이라고 뇌를 속이지만 실제 칼로리가 부족한것을 몸이 알아채고 진짜 열량이 있는 음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감미료자체에 칼로리가 없어도
최종적으로 칼로리를 가진 음식을 더 먹게만든다면
감미료를 먹는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그밖에 더 나쁜 점은 없을까? 

인공감미료가 암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썰'이 있긴 하지만 사카린이 방광암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정도만 있지 아직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다. 아스파탐(제로콜라의 감미료)이 일부 감정조절이 안되거나 정동장애가 있는 이들에서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편도통이 있는 사람에서 두통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괜히 제로콜라먹는데 옆에서 기분어떠냐고 물어보면 나도 머리가 지끈 거리고 우울해 질거 같긴 하다.) 

 물론 이런 소규모 연구 결과를 부풀려서 제로콜라먹으면 우울해지거나 편두통이 온다고 결론 낼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에서 1993년에서 2011년까지 6만명이상 관찰했을때 오랜기간 감미료를 먹을때 당뇨 생길 위험이 2배 더 높았다는 보고에서 우리가 이때 것 감미료를 너무 좋게만 평가한건 아닌가 반성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이 무당열풍에서 교훈은?

 열풍이 불땐 등지고 반대로 나가야 한다는것. 달달한게 먹고 싶다면 솔직하게 진짜 단맛을 가진 과일을 배부르게 먹거나 아니면 설탕이 들어간 오리지널 과자를 적당히 먹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몸은 에너지를 내는 (칼로리가 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 반대로 달고 고소하다는 건 역으로 칼로리가 있어야 마땅하다.  세상에 마법의 단맛같은건 존재하지 않고 뇌를 가짜단맛으로 속이면 결국 귀신같이 알아채서 그만큼 응징(?)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겠다.   

  


덧, 당을 줄인 과자의 정체

요즘 옛날 과자도 '당을 줄인'버전이 유행한다.

심지어 고구마 과자에도 아세설팜이...

완전 채식버전이 있는 고구마형 과자는 내가 입터질때나 치트데이에 먹던 친숙한 과자다. 요즘 마트에서 눈에 띄는 '당을 줄인' 버전을 살펴보자. 


아세설팜과 스테비아


 이들이 설탕대신 넣은 것은 제로콜라에도 있는 아세설팜칼륨(일명 에이스 K)이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이 제로화되는게 반갑지만은 않다.  고구마과자가 설탕대신 아세설팜쓴다고 건강식품되는게 아니니 말이다. 열량이 100그람에 470칼로리라는데 얼마나 적은건지 긴가민가하다.


갑자기 원래 고구마형과자와는 얼마나 다를까 궁금해졌다. 


폭풍검색해서  일반 재래 고구마 형 과자를 찾았다. 

그런데 뒷면영양정보를 보니 150그람에 705kcal 이다. 비교를 위해 100그람으로 환산했더니 놀랍게도 470kcal 동일한 값이 나왔다. 뭐지? 

에이스케이로 설탕을 줄였데도 왜 아직 100그람당 470칼로리일까..

그건 고구마형 과자의 칼로리 결정자 TOP 2 는 밀가루와 옥배유 (혹은 팜유)이기 때문이다. 설탕이 좀 들어가든 덜들어가든 고구마형 과자의 본색이 GMO밀가로와 식용류의 콜라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무당열풍은 여전히 뜨겁고 '당이 줄어' 살이 덜찔거라 정신승리하는 소비자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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