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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운찬 Feb 23. 2020

나는 더 이상 돈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불과 1년 전, 1000억 원을 모으는 것이 내 삶의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허무맹랑하지만 그것을 진실로 믿고 따랐다면 지금 더더욱 허무맹랑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겨우 1000억 원이 내 삶의 목표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생각인가?


2020년에 들어서면서 나는 올해 목표를 '돈에만 집중하기'로 잡았다. 처음에는 돈을 번다는 목표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계속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내가 변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어 돈 위에 군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돈을 추구하는 삶은 내 마음속에 와 닿지가 않았다. 아무리 행동으로 옮기고 결과가 나와도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 연인, 건강, 시간, 자유, 등등.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가치들을 얻기 위해서 돈을 버는데 더욱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면 할수록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돈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 어느 사이엔가 자기목적화되어 출구 없는 욕망의 악순환이 생겨난다.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p11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이유가 '경제적 자유'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갖고 싶은 대로 가질 수 있는,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자유 말이다. 하지만 자기목적화의 순환고리에 의해, 최초의 목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만이 남게된다.

<돈에 대한 강박을 확인해보려면>
1. 자신이 목표한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강박을 의심해보라.
2.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났는데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 강박을 의심해보라.


나 또한 경제적 자유를 갈망해왔다.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성인이 되자마자 모든 걸 내 힘으로 해결해야 했고, 궁핍했던 생활은 나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돈을 좇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 과거의 비루함을 보상받고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는 내게 와 닿지가 않았다. 자유를 얻었을 때 내가 뭘 할지,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외에는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은 지금도 조금만 노력하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고 크게 욕심이 나지도 않았다. 그래서일까 경제적 자유라는 애매모호한 목표는 내게 별다른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최근에 정말 좋은 책들을 읽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는 삶의 목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즉 돈을 벌어야 할 목적이 결여되어있었던 것이다. 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중에 수단이다. 그러니 돈을 올해의 목표라던가, 삶의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도 모른채 올해의 목표를 돈으로 삼았던 것이다.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자면 지금 나는 돈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단어만 외우고 있다면 멈추어라!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소통을 위해서다. 단어를 수만 개, 수십만 개를 외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소통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데 소통에는 관심이 없고 단어만 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자기 삶에 목적이 비어있다면 그 내면은 공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소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삶에 목적이 사라지고 돈이 그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돈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돈을 벌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돈을 버는 것은 우리가 숨을 쉬듯이 아주 필수적이고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매일매일을 내 목적에 부합되는 중요한 일들로 채워도 모자란데, 수단인 돈 온 신경을 집중한다는 것은 하루 종일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온전히 집중한다면 돈을 버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이며, '아주 쉬운 일'이 된다. 사람이 숨 쉬는 것을 매순간마다 신경쓰지 않듯, 돈 매순간마다 신경쓸 필요가 다. 삶의 목적에 집중하고 수단은 철저히 수단으로서 이용하자. 목적에 다가가는 하루가 결국 당신이 원하는 하루가 되고 그런 하루가 모여 원하는 삶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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