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운찬 Feb 07. 2021

연애하고 싶다면 기승전 만나라

소개팅 어플? 궁금한데 한 번 해볼까?

-- 상대방과 매칭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눠보세요! --

A : 안녕하세요?

B : 안녕하세요

A : 어디 사세요?

B : 저는 00 이요

A : 아 너무 머네

-- 상대방이 퇴장하였습니다. --

B : ...


현대의 연애 방식은 과거와 다르게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거리가 안 맞으면 10초 만에 인연이 끝나버리고, 카톡 맞춤법이 틀리거나, 음악 취향이 맞지 않아도 탈락 위기에 놓인다.


과거 세대의 경우, 상대를 만날 때 이렇게 까지 깐깐하게 굴지 않았다. 첫인상이 별로여도 자신에게 계속 다가오는 상대와 결국 사랑에 빠진다거나, 심지어는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매를 통해 결혼을 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성을 만나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동네, 같은 직장, 친구의 소개 등으로 인연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지금은 굳이 같은 동네, 같은 직장에서 인연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마트폰만 열어도 더 매력적인 이성들이 차고 넘치니까! 그 기회와 가능성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만나려는 사람보다 더 멋진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나와 가치관이 꼭 맞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취미도 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이런 생각들은 우리가 어느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올려둔 프로필을 무미건조하게 넘기며 주말 반나절을 낭비하게 만든다.


오늘날 사랑을 찾는 사람은 놀랍도록 로맨틱한 파트너라던가, 이상적인 경우라면 소울메이트를 찾고자 합니다. (중략) 문제는, 이 모든 새로운 가능성과 더불어, 바로 그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 심각하리만치 큰 스트레스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모던 로맨스] p51

어느 문을 열어야 내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이런 연애 행태 속에서 어떻게 해야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연애를 시작 할 수 있는 걸까? 책 [모던 로맨스]의 저자 아지스 안사리는 연애에 대한 다양한 연구 데이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놓는다. 그의 결론은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온라인에서 본 사람들을 직접 만나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니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과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그냥 만나보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은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다. 보통은 안 좋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낯선 사람을 메시지 몇 개만 나누고 만나는 것이니 상대의 말투, 버릇, 사고방식 등이 자신의 마음에 들 확률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첫 만남에 서로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것은 운이 좋은 것이다!) 


글 초반에 묘사했듯이 요즘 사람들은 '비효율'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면 매섭게 뒤돌아 선다. 맞지 않는 상대와 한 테이블을 두고 식사를 하는 그 시간에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게 더 낫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관계라는 것은 애초에 그리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첫 만남만으로는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첫 모습이 진짜일 확률도 낮다. (긴장해서 서로의 매력을 다 못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서로 어느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만난 거라면, 두 번, 세 번은 더 만남을 가져보라고 아지스 안사리는 권한다. 그것이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만 주고받는 것보다, 또는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루한 데이트를 한 후 곧장 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섭니다. (중략) 너무 빨리 다음 카드를 뽑아 들지 마세요. 상대방과 함께함으로써 정말 재미있고 의미가 생기는 그런 데이트를 만들어 봐야죠. (중략) 지금까지 수천 번도 넘게 떠들어 온 호구 조사나 시시한 잡담을 주고받는 게 아니고요.
[모던 로맨스] p412


요즘 같은 수많은 가능성과 선택지 앞에서 혼란스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물며 넷플릭스만 켜도 '너무 볼게 많아서 볼 게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는가? 만약 연애를 하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고심하지 말고 일단 누군가를 만나자. 설령 그 만남이 하품을 자아낼 만큼 지루한 만남이라 할지라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를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자. 그렇게 하면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상대의 특별한 모습이 보이고 더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렇게 커지는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력을 이용하여 90%의 무의식을 다룰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