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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Jan 03. 2021

계획적인 삶은 정말 어려워.

계획의 설레임

회사에 입사한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세우는지 세우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몇 사람은 계획을 세우며, 그 과정이 즐겁고 설렌다고 답했다.


그들은 여행이 있어서 나와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즉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계획보다 무계획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여행의 또 다른 행복을 몰랐던 셈이다.


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여행에는 변수가 많고, 나는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선택장애가 있다. 극도로 ‘호’인 경우가 없어서 ‘불호’하지 않으면 아무렴 다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나에게는 아마 선택과 여행 계획이 같은 무엇이었나보다.




나는 즉흥적인 시작에서 오는 쾌감이나, 임기응변으로 사건을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에 대해서는 꽤나 알고 있는 편이다. 그 반대로 계획을 세우는 설레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선택장애 넘치는 삶에서 계획을 세운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정해야 하는 게 한두개가 아니고, 나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몇 달을 소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계획을 세우는 설레임에 대해 알고 싶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느껴지는 설레임과 계획을 잘 해냈을 때의 만족감에 대해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내 가장 가까이에는 계획적인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빠다. 그는 지난 수십년을 계획 속에서 살았으며, 나 역시 그 아름다운 계획 속에서 태어났다. 그는 평생 일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10년 뒤 그는 그의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 내가 직장인이 되면서, 나는 비로소 그의 계획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됐다.


물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모든 것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계획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른 길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고민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가끔은 술을 부르지만 그래도 그는 결국 해낸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어쨌든 새해가 밝았고 새해의 묘미는 한해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목표에 대해 쓰고 있는 지금도 뿌듯함 정도는 느끼고 있으니, 계획의 설레임에 대해서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획 같은 걸 세우고 싶지 않아질 때마다 나는 거실에 나가 아빠의 노트북을 쳐다볼 셈이다. 이제는 다 지워져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ㅂ이었을, ㅅ이었을, ㄹ이었을, ㅏ이었을 키보드를 보면서 그의 계획을 드려다 봐야지.


또 한살이 먹었고, '그 동안은 느껴보지 못한 계획의 설레임에 대해 배우는 한 해가 되길.' 일단 대충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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