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생 10명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글쓰기 마라톤을 시작한다. 10명은 모두 재능도, 노력하는 시간도 똑같다. 이겨내고자 하는 멘탈도 좋고, 글쓰기도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낙오자가 발생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 1명씩 사라진다.
이들은 왜 실종되는 걸까?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 해답을 '책임감'에서 찾았다.
가난한 작가는 글쓰기를 지속할 힘이 없고, 부자 작가는 글쓰기를 지속할 힘이 있다.
가난한 작가는 당장 먹고살 돈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부자 작가는 몇 년에 한 번 신작을 내고도 잘 먹고 잘 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돈'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이다.
이것이 작가들이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글쓰기 마라톤에서 낙오된 이들은 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계속한 이들은 '돈'이 있어서 낙오될 일이 없던 거였다.
따라서 앞으로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글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벌면서 자투리 시간에 글쓰기를 해야 한다.
당장 돈이 없어어 내 몸하나 간수하지 못하면서,
가족에게 빌붙어 난 내 꿈을 펼칠 테니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는 건?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작가로서 발돋움을 하는데 엄청난 제약을 가져온다.
이유는 작가가 되려는 '나 자신'을 내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희생을 하게 만드니, 여기서부터 마인드가 글러 먹어 결국 필패(必敗)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나를 보호하는 존재가 있으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면서 간절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나도 이런 식이었다.
24년도에 군대 전역을 하고, 그해 겨울 가족에게 작가가 되겠노라 선전포고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족에게는 2년 안에 작가가 될 테니 기다려 달려고 말했다.
노력만 한다면 2년이면 작가로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따스한 곳에서 밥을 축내다 보니 간절함이 퇴색되었다.
간절함이 사라지자, 글쓰기에 매진하던 걸 게을리하던 때도 있었다.
약속한 2년이 다 되어가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무조건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이 나를 더 기다려 줘야 한다.』
배려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딱 이런 마인드였다.
27살에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내년에는 일 해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엄청나게 실망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아론이는 무조건 작가가 될 재능이 있으니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어머니가 말하기로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속이 썩어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당시 아버지는 생활비 전부 홀로 감당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불효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나를 지지해 줘서 정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내가 가족들을 희생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일이 내가 작가로서 성장을 늦추게 한 결정적인 원인 중 첫 번째이다.
나는 집안이 먹고 살만 하면, 당연히 일하지 않고 글쓰기에 매진하는 게 훨씬 좋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거였다.
따라서 작가가 되고 싶고, 작가로서 돈을 벌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내 꿈은 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면 넌 꿈을 이룰 자격도 없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글쓰기 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슬플 수도 있다.
그런데 이치를 깨달으면, 슬플게 아니라 칭찬을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자.
당신은 필자보다, 다른 작가들보다, 더 빨리 '책임'을 배운 것이다.
그런데 이걸 말해주는 이가 없어, 지금까지 책임을 배웠다는 걸 몰랐던 것뿐이다.
또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일부터 하거나,
부모님이 알바라도 하라고 등을 떠밀어 알아채지 못한 것뿐이다.
그래서 가족에게 지원을 받는 작가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보다 뒤처져 있음에 실망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 알아야 할 게 있다.
사실 글쓰기 마라톤은 '결승점'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선 사람이 먼저 한 바퀴를 돌고 당신을 다시 따라잡아도 초초해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당신이 책임감을 아는 순간, 한 바퀴가 뒤쳐지든, 두 바퀴가 뒤쳐지든, 결국에는 이겨 있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일하면서 글쓰기를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