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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oong Apr 01. 2023

시작하며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격동과 삼청동, 명륜동 근방에서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이야기는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으며, 시기상으로는 서울재동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 시절과 서울중앙중학교/고등학교 시절, 성균관대학교 초반기까지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 올림픽이 있었던 88년부터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까지다.

  이때에 있었던 재미있고 의미 있던 일들 위주로 소년물 풍으로 담아 썼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원래 나이를 한참 더 먹고 환갑 정도에 글을 쓸까 했었다. 환갑 정도면, 어떻게 글을 쓸 물리적 여유가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여유가 생긴 뒤, 나는 바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쓰라고 권하고 부추겼던 것도 일정 부분 이유가 되었다.  

  작업실도 잡고 자료도 찾고, 시작한 이후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4~5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여기 이 나의 북촌 이야기를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담아 썼다. 이것을 쓰기 위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일은 일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었다. 따라서 글을 쓰다 앓아 눕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꼭 나라고 특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글을 쓰다가 탈모에 치질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목차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브런치에도 사전 제출했지만 40여 챕터로 예상되는데,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88년도 가을 조회>와 <중앙청> 같은 챕터가 있고, 제2부에서는 <삼청공원 가재 잡이>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바로 싫어져” 등이 있으며, 3부에서는 “니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마”와 <대일학원 그녀> 같은 챕터, 마지막 4부에서는 <인왕산과 김현정>과 <쫙딱빡과 청혼> 같은 챕터가 있다.

   챕터당 분량은, 책으로 쳤을 때 15쪽~20쪽 분량이며 매달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다. 실제 더 자주일 수도 있겠지만, 무리한 약속은 재촉과 자기 채찍 일 수 있으니 이렇게 해두겠다.

  중간에 간단한 글들을 - 일종의 만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나의 엉뚱한 이야기>라고 해서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다.

  약간 벗어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용에는 대전 유성과 무주에서 있었던 이야기, 노량진에서 있었던 이야기, 해외 독일 드레스덴과 지리산에 있었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이야기들은 큰 틀 안에서 조화롭게 녹아 있다.

  

  나는 이 글들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 또 많이 웃었다. 또한 조금 부담스럽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용기를 가지고 돌파하기도 했다. 그것이 여러 유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 미학적 차원에서든 다른 차원에서든 - 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경복궁의 돌담 기와와 삼청동 날명이 길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비원, 창덕궁 후원과 인왕산과 북악산이 떠오른다.

  세월은 흐르고 건물은 바뀌지만 산과 그 숲은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들이 이 이야기의 화양구곡이자 생 빅투아르, 모뉴먼트 밸리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시인은 단 한 번의 시만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믿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 '단 한 번의 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효용이랄까 독자의 유익이랄까.

  먼저, 글을 읽으면 망막이 깨끗하게 박피된 것 같은 느낌, 눈을 새로 씻은 듯한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최고급의 독서경험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망막의 여운에 독자 스스로도 상당히 놀라게 될 것이다. 주변 어린이와 청년들이 어딘지 다르게 보일는지도 또 모르겠다.

  또 내가 저질렀던 실수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고, 혹자는 작품에서 여러 실용적 영감을 받곤 하는데, 독자의 능력에 따라 이것에서 그런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모르긴 몰라도, 이걸 읽고 있는 모습을 누가 훔쳐본다면, 당신의 위신이 올라갈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이 예술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당신도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을 사다리로 연인 관계가 형성될지도 모르겠다(와우). 또 헤어진 연인이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갈구할지도 모르겠다(이건 아닌가).

  이런 일련의 실용성들은 재미 삼아 또 농담 삼아 써본 것이지만, 글을 퇴고하고 다듬으면서 생각해 보니, 꼭 이것이 과연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추억과 옛 기억과 고향을 뒤돌아 볼 때면, 누구나 이런 탄식을 내뱉게 된다.

  ‘많은 것들이 결국에는 사라져 버린다’ 고 말이다.

  그것은 비록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은 나이 어린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나도 꽤나 어려서부터 그런 점을 느껴왔었으니 말이다.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기도 했다. 나와 우리 세계를 쓴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아가 그것을 통해 구현해야 할 커다란 아름다움에 대해 일종의 미학적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은 죽을 것이고 글은 남을 것이다. 옆에서 엿보았고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썼고, 그만한 나름의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썼다. 거창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개인적으로 솔직함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나는 완전히 솔직할 수는 없었다. 너무 파괴적일 수 있고, 진짜로 현실과의 합선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피하고 돌아간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유머러스한 메타 에세이 느낌으로 비교적 솔직하게 쓰고자 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기본적인 내용은 말하자면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한 사실일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 것이냐, 하겠지만, 아무튼 에세이라기보다는 메타 에세이,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이라 해도 무방한 에세이 즈음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염치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 내용 중 내게 유리한 것은 사실로, 불리한 것은 소설로 봐주길 바란다. 만약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말이다.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통과하여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다른 세계를 통해 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그 하나의 세계가 있다.

  이 이야기는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고, 뭔가 말하고자 하던 사람의 이야기며, 하나의 인간, 한 영혼의 이야기다.

  자, 이제 독자 여러분들을 모시고 입장을 해야겠다.

  이것이 나의 세계, 나의 북촌 이야기다.


- wipoong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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