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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 May 14. 2023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그 낯섦이 주는 자유를 찾아서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나는 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낯설고 심지어 언어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곳에 나 혼자 있는 상상을 하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설렘과 동시에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들면서 편안함을 느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천천히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학창 시절의 입시 경쟁과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는지, 운이 좋아서였는지, 감사하게도 20대 내내 자주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가끔은 그냥 여행으로, 가끔은 한 나라에 1년 정도씩 길게 머물러 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혼자 떠난 곳에서 우연히 좋은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고, 함께 떠난 곳에서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며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사이가 더 돈독해지기도 했다.


여행 중에 우리는 평소와는 다른 상황들을 직면하게 되고, 그 각각의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날의 내 기분과 컨디션, 주변 상황들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그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더더욱 혼자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혼자 가볍게 짐을 싸서 훌쩍 떠나보는 걸 추천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는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 수많은 여행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했지만 그 모습들 중 어떤 모습의 나를 진정한 나라고 받아들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조금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또 떠날 거냐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그렇다'이다. 비행기를 타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노쇠해지는 인생의 노년기가 오기 전까지 나는 계속 떠날 것이다. 가끔 누군가가 이제는 삼십 대가 되었으니 정착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정착에서 오는 안정감보다 모험을 떠나는 편이 더 좋다. 나이 때문에 나의 성향과 상관없는 선택을 하게 되면 스스로 얼마나 불행 해질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수십 개의 나라들을 여행하며 내가 깨달은 한 가지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몇 살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소유해야 하는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한국에서만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리게 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사실을 스스로에게 되뇌곤 한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려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타인이 원하는 나의 삶이 아닌 나 스스로가 원하는 나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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