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평가에 의존적인 현실에 대한 고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하는 건 '선택'이라는 것이 그만큼 자유롭게 느껴지다가도 너무 많은 선택지들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헤맬 때마다 차라리 누가 정해줬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건 우리보다 먼저 그 경험을 한 인생선배들의 조언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선배이고,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자면 그냥 먼저 그걸 해본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20대 초반의 나는 친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보며, 여행 루트부터 교통, 숙소, 맛집, 관광지를 결정했다. 내가 정말 그곳에 가보고 싶은지와는 별개로 남들이 다 가는 대로 가면 어느 정도 잘 다녀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해외여행이 그렇듯, 우리는 유명한 나라와 도시 위주의 루트를 선택했고 숙소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많은 후기들을 다 읽어보고 결정했다.
그렇게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은 예기치 못하게 바뀌거나 원하는 대로 바뀌면서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루트를 수정했고, 찾아놓은 맛집이 아니라 길을 걷다 발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으며, 들어본 적도 없는 골목을 걸으며 우연한 만남과 발견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정말 좋았던 곳이 내겐 별 감흥을 주지 못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최악이었던 곳이 내겐 가장 낭만적인 곳으로 느껴질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타인의 추천과 비추천을 맹신하면 안 되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
우리 모두는 다 다르고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누군가의 추천과 비추천 때문에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런 깨달음은 점점 더 다양한 곳을 여행할수록 더 강한 믿음이 되었다. 물론 누군가의 추천 덕분에 아주 좋았던 경험도 있고, 누군가의 비추천으로 아주 별로인 경험을 피해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추천받았던 장소가 썩 좋지 않았던 경험도, 강한 비추천을 받았던 곳이 나에겐 너무 좋았던 경험도 쌓이다 보니 타인의 추천과 비추천은 참고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는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주위의 지인들이 내가 여행했던 곳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말을 아끼게 되었다. 물론 때때로 좋았던 곳과 안 좋았던 곳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얘기를 덧붙이곤 한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