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밝히지 않은 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고, 진실이 밝혀지는 게 싫어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거짓말로 넘어갈까. 사실을 말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가 그 분위기에서 사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지, 주위를 살피다 그냥 웃음으로 넘기고 본다.
거짓말에 크고 작음이 있을까. 남을 속이는 일이, 어떻게 보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까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변명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어딨어"하고 어이없어할지 모른다. '너를 좋아해' '돈이 있어' '전화를 했어' 등의 질문에 눈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도 '다 사정이 있는 거야'라고 편 들어주자는 게 아니다. 밝히지 못하는 심정, 고민하지만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거짓말은 아니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은 오래 되었다. 지금도 나를 순간 거짓말쟁이나 다른 말을 해서 대답을 회피한 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아이를 왜 한 명만 낳았어요? 임신이 잘 안됐나요?"
질문의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한 유형의 물음이 외동을 키우는 내게 주어질 때가 있다. 그때부터 가슴은 찌릿해지고 눈동자의 초점은 허공 어디쯤을 헤맨다. 그냥 웃어야 할까. 궁금해하는 상대방에게 어찌 대답해야 할까 고민이다.
"임신은 네 번 했었는데 두 번은 유산이 되었고 출산은 두 번 했어요. 우리 부부가 지금은 한 명을 키운다면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음... 하늘의 별?"
상대방이 이런 대답을 듣는 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두어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고 그런 일들이 별로 달갑지 않아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만다.
"그냥 어쩌다 보니 외동을 키우고 있더라고요"
그런 시시한 대답이 어딨냐며 상대방이 웃으면 나도 웃어 버린다.
첫째는 딸이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낳았고 아파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녔다. 몇 달 동안 3번의 수술을 했다. 잘 버텨주지 못했고 아팠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아니 생생하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를 닮아 눈이 크고 눈동자가 까맣고, 남편을 닮아 팔다리가 길었다. 백일을 소아 중환자 집중치료실에서 맞이 했다. 조심스레 아침에 간호사한테 연락을 했다. 언니가 사준 모자를 씌우고 남편이 사 온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간호사가 허락을 하고 우리를 맞이 했다. 우리 셋의 첫 가족사진을 찍어 준 수간호사가 말했다.
"엄마 아빠의 예쁜 모습을 반반씩 닮아서 아이가 커서 아주 예쁘겠어요"
지금 곁에 있다면 예쁜 대학생이 되었을 딸이다. 태어나 일 년도 살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태어나 한 달도 집에 있지 못했고,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내 아이였다.
아직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아이를 말해본 적이 없다. 생일이 다가오거나 떠난 날이 다가올 때는 잠을 이룰 수 없다. 가슴에 묻은 아이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지금까지 글쓰기 주위를 맴돌았던 건 아이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딸을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꺼내고 싶었다. 부끄럽고 슬프고 안타깝지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이젠 아프지 않냐고, 혹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냐고 물어볼까.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뭐 좋은 일이기에 글로 썼냐고 누군가 손가락질한다면, 남편과 아들이 혹시 반대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멀쩡하게 살았냐고 뻔뻔하다고 한다면 어떻게야 하나. 타인의 시선이 나를 혼자 울게 했다. 웃다가, 먹다가, 자다가 슬프고 죄책감이 들었다. 우울했다. 일부러 밝은 척하고 힘든 일은 없었던 양 포장하고 다녔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써서 건네고 싶은 말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다. 혼자 쓰는 일기장 말고. 고작 일 년을 살았지만 어떻게 버텼는지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사 같았는지. 우리를 울게도 했지만 행복한 시간이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기억력이 더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더 잊혀지기 전에 말이다. 털어놓으면, 밝힌다고 해서 뭐가 변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젠 더 많이 생각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울고 웃어야지. 세상 시선 의식하지 않고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고, 지금도 그립다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