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활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문 Jul 24. 2019

토론 수업

  토론은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할 수 있고 승부를 겨룬다는 생각에 재미있어하는 수업이다. 토론은 보통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토론은 ‘내 입장과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기 위하여’ 배우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 보면서 더 깊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론 절차나 방법은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지만, 교사가 간략하게 재구성하여 가르칠 수도 있다. 나는 ‘주제 및 입장 결정-자료 준비-발언 준비-토론(2:2 혹은 3:3 토론)-글쓰기’ 순으로 진행했다. 


⓵ 주제 및 입장 결정

  주제는 아이들 생활 속에서 찾는 것이 좋다.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이 토론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토론이 활발해진다.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주제를 스스로 찾아보거나, 교사가 몇 가지 제시하면 아이들이 선택할 수도 있다.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은 꼭 필요한가?’, ‘교복은 반드시 입어야 하는가?’, ‘우리 사는 동네를 더 개발하여하는가?’, ‘학원을 반드시 다녀야 하는가?’, ‘시험을 꼭 봐야 하는가?’와 같은 주제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여학생 화장을 허용해야 하는가?’와 ‘학생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라는 주제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몇 년 전 맡았던 학급에는 토론 활동에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 반에서 토론이 가장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주제는 바로 ‘남북통일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가?’였다.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분위기가 무거웠고 아이들이 지루해했다. 자신들의 삶에 크게 와 닿지 못했던 것이다. 그만큼 주제가 중요하다. 

   결정한 주제에 대하여 입장을 정한다. 이때 아이에 따라서는 자신의 실제 의견과는 다른 입장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 토론 주제에 대하여 모든 아이들이 찬성한다면 누군가는 반대편 입장에 서야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은 충분한 시간을 주어 모둠별로 의견을 나누어 정하도록 하고, 여의치 않으면 추첨으로 결정한다. 여기서 자신의 입장과 다른 쪽으로 정해져서 불만을 갖거나 서운해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태도’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이야기해준다. 


⓶ 자료 준비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자료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어렵다. 

  자료를 준비해오라고 하면 대부분 인터넷에서 찾아온다. 아이들은 검색 사이트의 질문과 답변 기능을 주로 활용하는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오는 경우가 많다. 신문 자료 같은 좀 더 전문성 있는 자료를 찾아 읽고 요약해서 준비해 오면 좋지만, 이 부분은 아이들 발달 단계상 지도를 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이용하더라도 자신이 이해된 내용을  중심으로 출처를 꼭 기록해서 정리해 오도록 한다.

  앞에서 언급한 교복, 화장처럼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주제는 책을 활용해서 입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아이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설문 조사’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티커를 이용해서 조사하는 것이다. 

  내가 주로 추천하는 또 다른 자료 준비 방법은 ‘가족과의 대화’이다. 학부모에게 전체 문자를 보내서 토론 주제를 알려 주고 가족들이 함께 아이의 토론 주제와 관련해서 대화 나눠 줄 것을 부탁한다.       

  자료를 준비할 때는 상대방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근거에 대한 반론 자료나 그에 대한 답변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⓷ 발언 준비

  각자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토론 전에 발언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둠 친구들끼리 발언 순서를 정하고 서로의 자료를 확인하며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의견을 나눈다. 이때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료를 준비해오지 못한 학생은 같은 모둠 친구들이 도와줄 수 있도록 한다. 친구가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네가 준비를 잘해 와서 친구들을 도우며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격려해준다. 분위기가 잘 형성되면 아이들끼리 ‘너는 여기서 이걸 이야기해’라고 말하며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과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에 대한 지도도 잊지 않는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를 확인하고 앞으로 이런 비슷한 과제가 또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눈다. 자료 준비를 집에서 해오기 어려울 경우 학교에서 교사와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⓸ 토론하기

  자료 준비와 발언 준비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토론을 시작한다. 토론은 2:2 토론과 3:3 토론으로 진행했다.     


• 2:2 토론

  2:2 토론은 모둠 안에서 진행한다.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책상 네 개를 붙이고 서로 마주 보며 토론하는 것이다. 인원이 맞지 않으면 1:2로 진행할 수 있다. (2:3으로 할 경우가 모둠원이 5명으로 너무 많아진다. 모둠 인원은 4명이 서로 집중하기에 적당하다.)

  토론 순서는 ‘1차 반대편 발언-찬성 편 발언-질의응답-2차 반대편 발언-찬성 편 발언-질의응답’ 순으로 한다. 발언 시간은 2분씩, 질의응답 시간은 5분 정도로 준다. 교사는 전체적으로 시간을 안내해주면서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둠을 돕는다. 발언을 할 때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근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예상 근거에 대한 반론까지 제시하도록 지도한다.

  모둠 안에서 2:2 토론이 끝나면 전체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의사와 반대인 입장에서 2:2 토론에 참여한 학생도 전체 공유 시간에는 본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 3:3 토론

  3:3 토론은 대표 토론이다. 반 아이들의 발표 능력, 학습 능력을 고려하여 3명씩 묵어서 토론 모둠을 만든다. 모둠은 교사가 만들어 주거나, 아이들과 협의하여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모둠을 만들 때는 먼저 ‘토론 준비를 열심히 하고, 토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은 사람’을 추천받는다. 필요한 모둠 수만큼의 아이들을 추천받아서 각 모둠에 한 명씩 배치하고 남은 자리는 무작위로 채운다. 인원수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토론을 한 번 더 하고 싶은 사람들의 희망을 받아서 모둠을 만든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칠판을 등지고 책상을 3개씩 V자 모양으로 해서 토론 대형을 만든다. 아이들은 발언 순서대로 앉는다. 교사는 가운데 앉아서 진행을 하는데 아이들의 발언을 종합해주고, 시간과 순서를 관리하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진행자를 아이들 중에서 선정할 수도 있다. 이때는 진행자 대본을 만들어 준다.

  토론은 ‘1차 반대편 의견-찬성 편 의견-질의응답-2차 반대편 의견-찬성 편 의견-질의응답(참관자 포함)-3차 반대편 마무리 의견-찬성 편 마무리 의견’ 순으로 진행한다.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은 참관자가 되어 토론자들을 평가하고, 토론 내용에 대한 질문과 소감을 정리하며, 질의응답 시간에 토론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다.(평가 리스트는 참여 태도, 근거의 적절성, 협력 자세, 질문에 대한 답변 등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다.)

  3차 마무리 발언까지 끝나면 찬성, 반대편 모두 수고 많았다는 말과 함께 토론을 마무리한다. 전에는 참관자 평가 결과와 교사 의견을 종합하여 승패를 나누기도 했다. 요즘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토론을 할 때 나와 다른 의견을 잘 듣는 태도와 토론을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승부 내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작품 수업-어떻게 수업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