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활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문 Jul 24. 2019

2017 교실 일기

• 2017년 3월 13일

  새로 만난 아이들도 다시 만난 아이들도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관계에 관하여 역할극을 만들어 보고 서로 이것만은 지키자고 두 가지씩 이야기하면서 학급 규칙을 정하였다. '경청, 바른말, 실내에서 조용히 하기, 존중하기, 배려하기, 폭력 사용하지 않기, 험담하지 않기, 놀리지 않기'등의 규칙을 정하고 각자 한 가지씩 선택하여 포스터를 그렸다.

  국어 시간에 시 공부를 하면서 나쁜 시의 예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상을 받기 위하여 거짓으로 꾸며낸 시를 읽어 주었다. 진실의 중요성을 외치고 각자의 경험을 살려 시를 썼다. 다음 시간에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써볼 생각이다. 국어 진단 평가 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썼는데 일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 중 기뻤던 순간을 '우리 학교 입학'이라고 적었다. 아이들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이야. 1년 후에 이 아이들을 졸업시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핑 돈다.

  재작년 예술 제때 연극을 공연했던 나의 제자들답게 사회시간에 전란의 피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연극으로 표현하며 절정의 연기력을 뽐냈다. 올해부터는 공부한 내용을 이미지화해서 기억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하는데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나왔다.

  잘 배우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보며 복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다. 두 시간에 걸쳐 왕피구, 큰 공 피구, 무적 피구, 남녀 피구 등을 하며 드러난 문제점을 열심히 회의했다. 진단 평가를 보고 나서 수업을 좀 일찍 끝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였는데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많이 등장하여 즐거웠다.

  그렇게 정신없는 첫 주가 흘렀다. 올해에는 교장선생님을 흉내 내서 학급 이야기를 평 서체로 써보려고 한다. 벌써부터 다른 학년의 다양한 글과 사진들이 눈에 보인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써야겠다.     


• 2017년 3월 19일

  온작품 수업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슬픈 나막신'을 읽기 시작했다. 읽기 전에 권정생 선생님의 삶에 관하여 잠깐 이야기 나누고 첫 편을 읽었다. 첫 편부터 아이들 간의 삼각관계(로 추정되는 내용), 친일파(로 예상되는 인물), 주인공의 가슴 아픈 과거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여러 아이들의 눈이 번쩍번쩍거렸다. 등장인물이 되어 인터뷰 활동을 하고 글의 내용에서 궁금한 점과 준비된 질문을 바탕으로 함께 대화하며 수업했다. 한 아이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에 한시까지 읽다 잤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난 선생님이니까 예비 청소년이라도 일찍 자야 한다고 잔소리했다. 그림 한쪽 없는 책을 생각보다 잘 읽어내서 다행이다.

  수학 첫 단원은 도형 '각기둥과 각뿔'이다. 구체물을 직접 만져 보고 실생활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고 직접 그려보면서 공부했다. 5학년 수학 연산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시간이 다되어 '이제 그만하고 쉬자'라고 이야기해도 3~4명의 아이들만 운동장으로 날아갔을 뿐 대부분 아이들이 문제를 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애들이 아직 학기 초라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3일 월요일에는 일본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학교 대표로 우리 반이 공개수업을 했다. 조선 시대에 들어온 새로운 문물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먼저 교과서는 덮고 여러 장의 사진을 보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였다. 아이들이 차분하게 적극적으로 잘 참여해주었고, 수업 후에는 참관한 일본 사람으로부터 '아이들이 서로 매우 친해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일주일 동안 몇몇 녀석들 정말 열심히 싸웠다. 6학년답게 싸움도 무게감 있고 힘이 넘친다.(물론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다.) 사춘기, 혹은 그 언저리 시기라서 그런지 대부분 감정 문제, 심리적인 문제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들이 자신들 선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해준 다는 거다. 이야기하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보단 낫지만, 거의 매일 몇 건씩 계속되는 갈등의 현장에서 결국은 나도 아이들을 혼내고 야단쳤다.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상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르고 조절하는 법을 배워 나가기 바란다.     


• 2017년 4월 16일

  언제 시작되었는지 조차 몰랐던 봄인데 벌써 낮에는 더위가 느껴진다. 

  수학 2단원 분수의 나눗셈 첫 시간. 분수 나눗셈은 ‘나누는 수를 역수로 바꾸어 곱한다.’만 알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이 나오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미리 공부를 하고 온 아이들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처음 설명. 대부분의 아이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영혼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분위기다. 안 되겠다. 더 쉽게, 더 천천히, 더 자세하게 두 번째 설명. 다행히도 처음보다는 더 많은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다음 시간 세 번째 설명. 이젠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물론 아직 완전히 다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첫 시간에 비하면 여러 아이들이 이해해냈다. ‘우리가 분수 나누기를 일상생활에서 언제 사용하느냐?’며 날카롭게 묻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배워야 하는 나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사고력, 인내심(?),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이 공부를 하는 것이다!’라고 대응해 줬다. 

  온작품 슬픈 나막신 시간.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한국인을 무시하고 한국 아이를 때린 일본인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린 한국인 등장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이야기하기. 일본 사람이 먼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주먹을 휘두른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는 대다수 아이들의 의견이 나왔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우리 반 큰 형님이 위엄 있게 한 말씀하셨다.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건 잘한 일이지만, 폭력을 휘두르고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 잘못한 행동이다.’ 순간 나를 비롯한 아이들 모두 숙연해졌다. 

  3주에 걸친 농구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미술 시간에는 자신의 감정을 종이접기, 자르기, 그리기, 클레이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음악 시간에는 열심히 리코더를 불고 서로의 추천 노래를 감상했다. 회의시간에는 여전히 ‘내가 잘했다, 네가 잘못했다, 난 억울하다, 아니다 내가 더 억울하다, 그래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 2017년 5월 19일

  요즘 온작품 수업 '슬픈 나막신' 시간에는 교과서 내용과 연계하여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배경을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어머니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을 위해 전쟁에 나서는 조선 청년의 마음, 3, 4학년 어린 나이에 일본 땅에서 조선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 등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 생각과 대화, 답변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때 책에서 읽은 부분을 근거로 말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책이기 때문에 인물 사전 만들기 활동도 시작하였는데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책의 이전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사전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수학  소수의 나눗셈을 마무리 지었다. 본래 계획되어 있는 교육과정보다 훨씬 천천히 수업했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복이 필수인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되는 연산이 지겨울 수 있겠지만 양을 조절해가며 열심히 연습시켰다. 그리고 수업 시간 분위기는 훨씬 차분해지고 있다.

  미술 시간에 관찰하여 표현하기를 공부하면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관찰한 대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하기'가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교실에서 참고 작품을 감상한 후 운동장, 후문, 도서관등으로 흩어져서 원하는 모습을 보고 그렸다. 색칠은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했다. 여러 편의 멋진 작품이 나왔다. 

  국악 전문 선생님과 한 달에 2~3번 국악 수업을 하고 있다. '둥당기타령'을 배우면서 담임인 나는 선생님의 멋진 선창에 감탄하며 열심히 따라 불렀다. 국악 자체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따라 불러 보길 바란다.

  국어 면담하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도록 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했냐, 장난을 왜 진지하게 치냐, 발 사이즈와 키가 몇이냐, 점심시간에 뭐하냐, 왜 선생님이 되었냐, 여자애들이 좋냐 남자애들이 좋냐, 작년 6학년이 좋냐 올해 6학년들이 좋냐, 학급 야영 안 하냐, 노후는 어떻게 보낼 거냐, 자녀는 어느 학교를 보낼 거냐, 다음에는 어떤 개그를 선보일 거냐, 자녀가 좋냐, 배우자가 좋냐, 그리고 왜 그렇게 멋지냐..........'라는 질문까지 온갖 질문이 쏟아졌고 난 성심 성의껏 답변했다. 나온 질문들을 사실을 묻는 질문, 느낌이나 생각을 묻는 질문, 미래에 관한 질문으로 분류했다. 면담의 특성과 면담할 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하고 가족 중 한 명을 정해서 면담하기로 했다. 예시 질문을 알려 주고 대상을 정해서 질문을 만들었다. 가족이어도 면담할 때 주의할 점은 지켜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였다. 아이들이 어떤 답변을 들고 올지 궁금하다.      


• 2017년 6월 11일

  5월 말에 아이들과 전철을 갈아타며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다. 작년 6학년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형무소를 둘러보았다. 일제 강점기와 독립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전시관, 옥사, 사형장, 격변장(운동하는 곳)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작년에 아이들과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열심히 관람하는 여러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는데, 올해 두 번째 다녀오다 보니 작년과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서대문 형무소 같은 곳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시 형무소에서 고통을 겪었던 독립운동가 들의 모습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에 아직 어린아이들에게는 잔인한 내용에 관한 기억과 일제에 대한 적개심만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앞으로 체험학습 장소를 결정하면서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사회시간에는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를 배우고 있다. 최근엔 을사 늑약과 헤이그 특사를 공부했다. 내가 10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연극 같은 활동을 하려 했지만. 여러 아이들이 질문하고, 발표하고, 또 이야기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30분 정도 걸렸다. 사회시간에는 공부한 내용을 공책에 정리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날 배운 주제를 바탕으로 글, 그림, 단어 등을 활용하여 정리하고 있는데 처음보다는 많은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 수학 시간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비와 비율은 올해도 많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비와 비율을 접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시범 보이고, 문제를 풀고, 해결방법을 나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은 이번 시간에 또 공부하면서 배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이들이 질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념을 이해시키고, 문제를 반복하여 풀게 하면서 익숙해지게 만드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많은 아이들이 곧 잘 해내고 있다.     

  미술 시간에 운동장에 그림 그리기를 해봤다. 그림 모둠을 편성하고, 도안을 짜고, 운동장에 막대기로 스케치를 하고, 물을 부으면 서 활동했다. 두 모둠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협력이 잘 이루어졌다. 완성하고 다 함께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었는데 위쪽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음악 시간. 국악 선생님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멋지다. 듣다 보면 빠져들고, 끝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국악을 전공하신 분의 노래를 바로 코앞에서 듣는 경험은 흔치 않으니 열심히 해보자'라고 잔소리를 했다. 게임도 곁들여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의 노랫소리도 많이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학급회의 시간에 나눈 대화들.


여 : 남자들이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남 :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여자들은 웃고 있다. 싫어하는 것 같지가 않다.

여 : 여자들은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안 그런 경우가 많다.

남 : 그럼 자신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밝혀 달라.

담임 :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모른다!


• 2017년 9월 3일

  2학기 개학. 개학 첫 주. 날씨는 흐리고 비는 계속 내리고. 가뜩이나 개학에다가 밖에도 나가지를 못하니 아이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 덩달아 나도 정신이 없었다. 

  개학 둘째 주. 화창해진 날씨와 함께 아이들도 정신을 차렸다. 지난주 그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업 시간에 차분하게 집중해서 공부했다. 그래. 이대로만 살자.

  5학년 2학기부터 배우기 시작한 역사는 6학년 1학기 때 마무리하고 6학년 2학기 사회는 정치, 세계 지리 등을 공부한다. 정치 첫 시간. '정치'라는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롭게 말해보자고 했다. 대통령, 국회의원, 헌법, 박 XX, 최 XX, 문 XX, 재판, 법등 온갖 묵직한 이야기가 다 나왔다. 그리고 펼쳐본 교과서. 학급회의 사진이 나온다. '정치를 공부하는데 초등학교 회의 사진이 왜 나오냐'라는 한 학생의 예리한 질문. 기다렸다는 듯 나의 대답. '정치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우리의 문제를 한번 이야기해보자!' 아뿔싸. 이건 매주 금요일 우리 반 회의 때마다 한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애들 살면서 겪는 오만가지 불만사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너무 비난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라는 모 학생의 발언을 계기로 분위기가 좀 잠잠해졌다. 

  연극을 하면서 헌법을 살펴보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예산 조정, 법 만들기 활동을 하였다. 

'길거리 흡연 금지법, 초등학교 매점 설치(!) 법, 초등학생 호신용 무기 지급 법'등 멋진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한 모둠에서는 아예 흡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법을 제정하였는데, '그럼 담배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어쩌느냐, 그 사람들의 재취업을 보장해주자, 그러면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비교해서 불공정하지 않냐, 법을 실행하기까지 1년 유예기간을 두자' 등등 수준 높은 대화들이 많이 나왔다. 흐뭇하고 즐거웠다.  

  1학기 수학의 주요 개념을 복습하고 쌓기 나무를 쌓으며 수학을 배웠고 2학기를 시작한 기념으로 교내 한 바퀴 돌고 시 읽고, 시를 쓰면서 국어를 배웠다. 음악시간에는 이제 컸다고 자꾸 립싱크만 하려는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이 한데 뒤섞여 노래를 불렀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물감으로 차분하게(몇 명 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고, 회의 시간에는 1학기 때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6학년 우리의 여름을 마무리하고 있다.     


• 2017년 9월 17일

  현장 체험 학습으로 법원과 국회를 다녀왔다. 분명 20인승 버스를 신청했는데 45인승 버스가 와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그냥 탔다. 

  법원에서는 먼저 법정을 둘러보고 실제 재판을 관람하였다. 아이들은 재판을 열심히 봤지만 개인적으로는 검사와 변호사의 등장 없이 판결 위주의 짧은 재판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윽고 이어진 판사와의 대화 시간. 아이들은 미리 준비해 간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판결을 내리기 힘들었던 재판은 무엇인가요?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출퇴근 시간은 몇 시인가요?'등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고, 그때마다 판사님은 '참 좋은 질문인데요.'라며 성심 성의껏 자세하게 답변해 주셨다. 

  국회로 이동해서는 헌정기념관에서 우리나라 국회의 역사를 둘러보고 실제 의정체험을 하였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욕설 중독자 병원 치료법'이라는 안건을 상정하고 짧은 토론을 거치더니 법안을 부결시켜버렸다. 의자에 버튼이 달려 있어서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었다. 

  체육시간에는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남녀 훈훈하게 팀을 이루어 치는 모습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었으나 이내 들려오는 갈등 소식에 또다시 마음이 울적해졌다.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시합을 하는 동안 나는 한 명씩 불러서 함께 쳤다. 두 명의 예비 중학생은 엄청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나에게 사정없는 스매싱을 날려서 나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다. 

  수학 시간에는 6단원 여러 가지 문제를 먼저 공부하고 있다. 흥미로운 수학 활동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며 1학기 내용을 복습하는 중이다. 이번 시간에는 스토쿠 퍼즐 활동을 하였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며 집중해서 참여했다. 활동을 일찍 끝낸 일부 아이들이 나에게 더 많은 문제를 요구해왔으나 나는 '네가 문제를 직접 만들어라'며 돌려보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학급회의 시간. 

  체험학습에서 우리가 잘한 일은? - 골고루 사이좋게 잘 어울려 다녔다. 법정에서 조용했다. 체험학습에서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일은? - 국회와 법원 실외에서 장난을 수시로 너무 많이 쳤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바라는 점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는 다른 것을 하자.

  -잘 치는 아이들이 너무 세게 친다.

-  담임선생님 부탁 : 잘 치는 아이들은 나랑 같이 아이들 치는 것을 도와주고 알려주자.     


• 2017년 11월 19일

  사회 시간에 세계 지리를 공부하면서 각자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지식시장 형태로 수업을 하였다. 중국, 일본, 러시아 문화에 대하여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서로 알려주고 들으며 함께 배웠다. 지식시장 수업은 늘 활기가 넘치고 아이들도 적극적 이서 보고 있으면 흐뭇하고 즐겁다.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를 배우는 수학 시간. 기본 문제를 풀고 나서 우리 주변 원기둥 모양 물건의 실제 겉넓이와 부피를 구했다. 본래 나는 수업 시간에 원과 관련된 측정은 원주율을 3으로 해서 계산하게 한다. 측정시간이지 연산 시간(그것도 소수의 곱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체의 겉넓이와 부피를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은 자를 활용하여 물체 밑면의 지름, 물체의 높이를 측정하였다. 그리고 계산기를 사용하고 원주율을 3.14로 해서 계산했다. 마지막으로 끝판왕인 두루마리 휴지까지 앞에 두고 열심히 고민하고 식 세우며 공부했다.

  매주 학급회의 시간이면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발생했던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여러 아이들이 열심히 손을 들고 이야기한다. 대화를 하면서 문제가 조금씩 풀리는 경우도 있고 당장은 해결되지 않지만 그 과정을 통해 풀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다모임에선 처음으로 문제를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기쁜 마음에 아이들에게 정말 이야기할 것이 없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많은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너도 나도 번쩍번쩍 손을 들어서 마음이 울적해졌다.

  반가운 선배님들이 교실에 왔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즉석에서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였다. 중학교 생활과 공부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다양한 질문이 나왔고 선배들은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훈훈한 시간이었다. 얘들아 고맙다.

  그리고 시작된 계절 학교 합창 수업. 우리 반에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노래 부르는 것을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특히나 고학년이라 그 차이가 심한 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내가 노래를 못하고 노래가 잘 안되더라도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로 도움을 받으며 좋은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합창 선생님이 정말 훌륭하게 지도해주고 계신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덕분에 아이들이 예상보다 훨씬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래들이 어려워 조금 걱정되지만 '우리'반을 믿는다.     


• 2017년 12월 10일

  세 달에 걸쳐 어린 왕자를 다 읽었다. 자신이 온 별로 돌아가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어린 왕자에 대해 '어린 왕자는 죽지 않았다, 작가는 비슷한 슬픔을 지닌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등의 이야기를 를 나눴다. 

  또한 아이들은 어린 왕자는  '의젓함, 순수함, 희망참, 끈질김, 몽환적(?), 용기, 믿음, 상상력 및 호기심 풍부,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어린 왕자에게 편지 한 통 쓰면서 마무리를 했고, 이제 인형극에 도전한다.

  사회 세계 지리 시간에 조별 발표 수업을 진행하였다. 준비부터 발표까지 4블록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던 꽤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모둠이 여행사가 되어서 대륙과 나라를 정하고, 그 나라의 자연환경, 문화, 관장 자원 등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수업이다.

  팸플릿과 컴퓨터 자료를 만들면서 열심히 활동했다. 5개 모둠 중 4개 모둠은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1개 모둠이 갈등이 좀 있었지만 끈질긴 조율과, 상담, 달래기, 엄한 지도를 통해 결국 발표는 할 수 있었다. 

  또한 지리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역사 소년은 발표를 마치면서 자신이 나온 이상 역사는 꼭 다루어야 한다며 갑자기 분필을 잡고 칠판에 필기를 하며 조사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모든 모둠이 발표를 끝내고 아이들 각자 소감을 적었다. '걱정했는데 발표가 잘 되어서 기분 좋았다, 협력이 잘되었다, 한 번 더 하고 싶다'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여럿 보였다.

  수학 시간에 정비례와 반비례에 대하여 배우기 시작하였다. 교과서에는 용어 설명이 부족하다. 우리 반 수업 시간 풍경.     


선생님 : 정비례는 이러이러한 뜻입니다.

학생들 :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오오~

선생님 : 반비례는 이러이러하다는 뜻이지요.

학생들 : (한층 더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오오 올~

선생님 : 미지수 x와 y의 유래는 독일의 수학자 데카르트라는 사람이....

학생들 : (환호성을 지르며)이야아 아~!!

선생님 :........     

그래, 이제 졸업이 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6 교실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