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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16. 2021

디저트가 있는 시간

케이크와 함께 하는 그리운 시간

케이크와 함께 하는 그리운 시간 

 -쓰디 쓴 인생도 한 조각의 케이크, 마지막에 미소 짓게 만드는 건 우리야.-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에 나오는 대사이다.


 코로나19로 갇혀 사는 우리들에게 달콤한 케이크 하나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쳐버린 기분이다. 익숙하거나 낯선 곳에서 사람과 자연을 찾고 만나던 때가 아득하다. 

누구나 축하하고 싶고 축하받고 싶은 감동의 순간을 꿈꾼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회갑연, 입학식, 졸업식, 수상식 같이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은 날이 있다. 밋밋한 일상에 대나무의 마디처럼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은 행복하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관계를 맺는 상징적 행위로, 기념일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케이크이다. 언제부터 생일날에 케이크와 선물을 마련하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을까? 소원을 빌고 촛불을 후우 불어 끄는 일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케이크(영어: Cake)는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 상태로 만든 다음, 거품 낸 계란을 섞고,  소량의 밀가루를 넣어서 만든 반죽을 틀에 부어 구운 디저트이다. 빵에 생크림 등의 재료를 발라 케이크 표면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아이싱 과정과 여러 모양의 장식물로 꾸미는 데코레이션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가 된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떡 케이크, 슈가크래프트 케이크 등 밀가루가 아닌 다른 재료를 사용한 새로운 개념의 케이크가 등장하였다. 전통 케이크에 데코레이션은 눈을 즐겁게 하고 독특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기쁨이 배가 된다.

주식으로 먹는 음식은 맛이 강하면 질리기 쉽기 때문에 주식은 밍밍하게, 간식으로 먹는 디저트는 단맛을 많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케이크에 밀가루는 겨우 10퍼센트 정도라 달고 칼로리가 높다. 그래도 달콤한 유혹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다. 아돌프 히틀러도 케이크를 매우 좋아한 나머지 충치에 몹시 시달렸다고 한다. 치료가 무서워 안 아픈 척 하고 치과의사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악명 높은 히틀러보다 무서운 사람이 치과의사라니 아이러니하다. 

케이크의 기원을 말할 때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과는 거리가 멀다. 기원 전 2000년경에 이스트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던 이집트인들의 그림에 반죽을 치대거나 화덕에 넣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빵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그리스에 와서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에게 둥근 달 모양의 꿀 케이크와 빵을 구워 공물로 바쳤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고대 로마에서도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축하했다지만 현대적 개념의 케이크는 19C부터라고 하겠다.

한국에는 구한말 선교사에 의해 처음 케이크와 빵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당시는 오븐을 대신해 숯불 위에 시루를 엎고 그 위에 빵 반죽을 올려 구웠다니 격세지감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설탕 등의 재료들을 값싸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화 되어갔다. 한때 명절날 선물로 설탕을 받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중세 독일에서는 킨더 페스테(Kinderfeste)라는 행사를 열어 어린이의 생일을 축하했다고 한다. 생일을 맞은 아침에 어린아이에게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선물로 주었고, 이 촛불은 저녁 식사 때 온 가족이 케이크를 먹을 때까지 계속 켜 놓았다.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초의 개수를 아이의 나이보다 하나가 더 많이 올려놓은 것이 다른 점이다. 이제 생일 케이크는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돌, 회갑 같은 날에 떡으로 축하연을 베풀었다. 백설기·수수팥떡·인절미·송편을 준비하는데, 생일날에 수수팥떡을 먹는 건 고역이었다. 부정(不淨)을 막는 주술적인 뜻이 있어서 그런지 어머니는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권에서는 케이크의 기원이라 할 만한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 케이크나 빵의 개념이 소개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이나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다. 분식장려정책으로 급속한 빵류의 소비가 늘어나 제과 회사들이 생겨났다. 동양제과에서 1970년대 생산된 초코파이가 지금은 글로벌 상품이 되어 유명세를 얻고 있다. 

12월은 아이들 생일이 많은 달이다. 손자 손녀의 생일에 크리스마스까지 있으니 밖으로 못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하려고 한다. 다섯 살짜리 손녀는 유난히 케이크에 불을 켜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기가지니를 불러 생일 축하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른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해야겠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멋진 드레스를 입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손자에게는 해리포터의 핑크색 케이크를 준비할까? 촛불을 후우 불어 끄는 손자손녀에게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달콤한 케이크를 비만의 적으로 여길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축하의 날, 단맛을 지나치게 거부할 필요는 없으리라. 케이크로 잠시 행복해진 있다면 마음껏 즐기는 것이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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