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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05. 2024

원더랜드

가까운 미래 구현될지 모를 AI 기술 그리고 판타지



뭐랄까....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이 판타지를 만났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판타지이기에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용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현될 수 없는 허구라는 점에서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느낌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보여주려는 욕심이 앞선 영화 원더랜드.


그로 인해 삶과 죽음이라는 중요한 메시지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펼쳐졌더라면 모든 이야기가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찬란하게 아름답게 다가왔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더랜드(2024)

WONDERLAND

드라마, SF, 로맨스, 판타지

개봉일 / 2024. 06. 05.

러닝타임 / 113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 가능

감독 / 김태용

출연진 / 탕웨이, 배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외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


김태용 감독은 영화 만추(2011)를 통해 탕웨이와 인연을 맺고 2014년 결혼했다. 탕웨이는 만추 영화에서 감옥에서 생활한 지 7년 만에 어머니의 상을 치르기 위해 3일간의 특별 휴가를 나오면서 만나게 된 훈(현빈)과 강렬하고 짧은 사랑을 나누는 애나 역을 맡았다. 그리고 만추 이후 9년 만의 상업 영화인 영화 원더랜드에서는 '죽음'을 맞은 싱글맘 바이리가 되어 가상세계에 살면서 딸과 통화를 한다는 내용이다. 







가상의 세계 원더랜드

서비스 개념



 원더랜드는 AI 기술과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기억, 성품을 기반으로 한 가상 인간을 만들어 원더랜드 공간에 살게 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화상통화를 통해 만날 수 있도록 한다. 


분명한 것은 사람은 죽었지만 가상인간은 그 사람의 기억,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 가령 바이리(탕웨이)는 고고학자가 되어 발굴 현장에서 일하면서 딸과 수시로 영상통화를 한다. 바이리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며 가상의 세계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결말에서 원더랜드에 살고 있는 용식(최무성)이 실제 인물인 현수 엄마(김성령)를 알아보는 장면에서 용식의 기억이 그대로 가상인간에게 투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더랜드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 생활공간을 제공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억은 물론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가학습에 의해 변해갈 수 있고, 특정한 아이템을 제공하기도 하고 매달 정기적인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가상의 세계에 보고 싶은 사람의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영상통화를 하는 것. 그리고 이 아바타는 원더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 예로 송정란 할머니의 손자 최진구는 가상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자동차(아이템)를 사달라는 등 가난한 할머니의 등골을 빼먹는 무뢰한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가상인간이 화를 내기도 하고 물욕에 빠지는 모습은 AI라기보다 살아있는 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기막힌 상상이다. 아바타가 살아가는 또 다른 가상의 공간이라니. 게다가 AI 딥러닝 기술로 인해 가상인간이 스스로 발전해 가며 변해갈 수 있다는 설정은 마치 또 다른 영혼이 태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AI 기술이 만든 가상인간이 아닌 실제 영혼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두가 고객 당사자의 기억과 성품을 기반으로 한 가상인간일 뿐이다.]




가상인간 바이리 

딸에게는 어떤 존재가 될까?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바이리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겨질 딸 바이지아를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다. 고고학자의 꿈을 이루며 가상의 세계에서 살면서 매일 딸과 통화를 하고 딸 바이지아는 낯설지만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대화를 좋아하며 밤늦도록 통화를 한다. 한편 이를 지켜보는 화란은 죽은 딸 바이리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엄마'라는 말을 꺼내는 것과 손녀가 점점 화상통화에 빠져드는 것을 우려한다.





영화 원더랜드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류사에서 당연한 귀결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고인은 잊혀지고 그들의 이름과 업적만 남았다. 보고 싶어 볼 수 없어 그저 눈물만 흘리거나 꿈에서 간혹 만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랬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원더랜드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어떨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심지어 살아있는 듯 대화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아닐까.. 그러나 한편으로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저해받을 수 있다는 고민도 든다. 바이지아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상통화에 매달리는 모습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허무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화란은 이런 문제를 피부로 직감한 때문에 서비스 종료를 신청했을 것이다. 


누군가 너무도 사랑했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원더랜드 같은 서비스는 필요하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서비스를 받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상인간 태주 VS 깨어난 태주

실제와 가상에서 혼란스러운 정인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채 병상에 누워있는 태주,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그리워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정인은 매일 가상인간 태주와 시간을 보낸다. 모닝콜부터 먹는 약까지 자상하게 챙겨주는 태주와의 통화. 그러나 만질 수도 함께 먹을 수도 없는 가상인간일 뿐이다. 


그러다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태주와 일상으로 돌아온 정인. 그러나 깨어난 태주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태주에게 마음이 가는 정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기서 정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 깨어난 태주가 예전과 같았다면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 코마 상태에 빠졌던 태주는 몸도 마음도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멍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 게다가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던 정인의 입장에서는 태주의 손길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 사람의 마음은 영혼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정인은 깨어난 태주와 가상인간 태주 사이에서 복잡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예전의 태주 모습을 그대로 가진 가상인간에게 마음이 더욱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사람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묶어놓는 것은 어쩌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손님을 맞는다면?



정말 재미있는 상상이 아닌가! 죽은 이가 자신의 장례식에 버젓이 서서 지인들을 맞는 장면이라니.. 아마 모두가 놀라고 나자빠질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원더랜드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앞둔 용식(최무성)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해 자신은 하와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설정을 한다. 이후 장례식장에 서서 손님들 하나하나에게 인사까지 하는데... 



만약 이런 서비스라 실제 구현된다면 장례식장은 눈물바다보다 오랜 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전 부모님과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고~

남친까지 소개해한다면?



원더랜드 관리자인 해리는 자신의 부모님을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만나고 있다. 수시로 전화해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부모님은 해리가 한 번 리셋 한 가상인물이었다.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다정다감한 두 사람은 해리의 실제 부모님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해리는 이런 낯선 부모님을 그저 담담하게 대하면서 살아생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특히 부모님을 속여 현수를 남친이라고 소개하는 자리에서 함께 큰 화면을 두고 와인을 마시고 건배하고 음식을 먹는 모습은 한 공간 한 시간에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을 그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일방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웃고 대화하고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설정이 매우 신선하다.]



코끝 찡한 감동의 스토리가 두리뭉실 부드러운 곡선이 되다!


영화 원더랜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가상인간일지라도 자신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아무리 가상인간이라도 감정을 이길 수 없어 자살을 시도한다는 설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인이 가상인간 태주와 실제 인간 태주를 화상통화하도록 해주었을 때 가상인간은 절망에 빠졌고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져 자살을 시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한 바이리가 공항에서 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발굴현장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맞는다. 그리고 모래 폭풍을 지나 다시 원래의 바이리로 돌아와 자신의 딸을 찾는 과정은 매우 소름 돋을 정도로 감동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바람에 감동이 10/1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은 정말 아쉬움을 남긴다.


만약 드라마 또는 시리즈로 이야기를 풀어냈더라면.. 어땠을까... 


가상과 실제인간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은 모두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더욱 확실히 만나지 않았을까... 아름답고 슬프지만 두리뭉실한 곡선 같은 영화 원더랜드, 결말까지 꼭 관람하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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