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삶이란...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우리들을 꼭 찾아주세요
사랑해요 엄마....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2019)는 실종된 아들에 대한 제보를 받고 찾아가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6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는 엄마 역에 이영애가 출연해 애절한 엄마의 심정을 구구절절이 표현하고 있다. 이영애는 2005년 '친절한 금자 씨' 이후 14년 만에 영화로 복귀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
드라마, 스릴러, 범죄
개봉일 / 2019. 11. 27.
러닝타임 / 108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 김승우
출연진 /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원근 외
아들의 실종 6년째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부모 삶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는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잘 그려내고 있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녀가 실종된다면 아마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담았다는 생각이다.
6년 전 아들 김윤수를 잃어버린 정연(이영애)과 명국(박해준)은 전국을 헤매며 아들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정연은 간호사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명국은 아들에 대한 제보를 따라 그 행적을 쫓는다.
윤수 또래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견디며 일부러 외면하는 정연, 아들과 함께 도란도란 식사하는 추억에 잠겨 시름을 앓고, 명국은 아들에 대하 제보를 쫓으며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생계를 유지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모든 삶의 초점은 아들을 찾는 데 집중하는 정연과 명국의 모습은 자녀를 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도 공허함을 채워줄 수 없는 부부의 삶.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는 정연과 명국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거짓 제보에 상처받는 사람들
부모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못난 사회의 이면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를 관람하면서 자녀를 잃은 부모의 간절함을 이용해 그들의 삶을 두 번 짓밟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무겁게 짓누른다. 자녀를 찾기 위해 전 재산과 시간을 건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만 찾을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런 상황을 적절한 예시로 보여주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명국은 윤수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찐빵을 팔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윤수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 남자아이의 사진이 담긴 메시지는 명국의 심장을 떨게 하고 곧장 그곳으로 달려간다. 이어지는 '곧 고속도로 휴게소가 닫을 것 같다'라는 독촉 메시지에 명국은 더욱 서두르게 되고... 결국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죽어가는 명국은 오로지 어디선가 홀로 남겨졌을 아들 윤수 생각뿐이다.
이 사건은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이후 초등생들의 '장난 전화'였다고 밝혀진다. '아저씨가 거기까지 갈 줄은 몰랐다'는 아이들의 말.. 그 아이들의 장난 전화에 애꿎은 한 생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어버린 것을 보여주는데 실제 이런 사례가 얼마나 많을까? 허위 제보, 허위정보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암적인 것들이다.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대못을 박는 이런 악의적인 장난 제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엄중한 법적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형수의 돈을 갈취한 시동생
한편 정연은 일시에 남편까지 잃어버린 채 큰 실연을 겪는다. 아들을 찾지도 못한 채 아들을 찾아 헤매다 죽은 남편의 상까지 치러야 했던 정연. 그러나 남편이 유산으로 남긴 보험금을 노리는 시동생 내외의 응큼함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시동생 명득(허동원)은 윤수에 대한 제보를 빌미로 정연으로부터 5천만 원을 갈취한다. 자신의 형의 목숨 값을 그렇게 사기 치며 받아 간 것.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의 가장 취약점은 '자녀'다. 자녀를 찾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부모들은 이성이 필요한 순간마저도 모든 것을 걸어버린다. 정연이 그랬다.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와 윤수에 대한 정보만 믿고 5천만 원을 그 자리에서 전달해 준다. 내 삶보다 아들이 살아있다는 기쁨과 그것이 진짜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달된 5천만 원은 시동생 명득의 손으로 들어갔고. 정연은 윤수가 살아 있을지 모르는 쪽지에 적힌 주소로 향한다.
자녀를 잃은 부모에게 가장 큰 목적은 돈도 명예도 남편도 아니다. 오직 하나 바로 '잃어버린 자녀' 뿐이다. 정연이 이성을 잃고 쉽게 5천만 원을 건넨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모의 연약해진 마음을 이용하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는 시동생 명득을 통해 확실히 보여준다.
사라진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실종아동의 현주소를 찾아..
아이들은 왜 실종될까? 사라진 아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우리는 수많은 의문점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을 버린 부모도 있겠지만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평생 지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춥지는 않지, 먹을 것은 잘 먹고 있는지 근심과 걱정 때문에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실종된 아이들이 간혹 발견되는 장소는 극한 직업에나 나올 법한 열악한 환경이 많기 때문. 이런 생각 하나만 해도 부모들은 자신의 처지가 자녀보다 편안해서는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고 만다.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에서도 실종 아동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정연이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전라도 무산 쪽 내부도에 있는 만선낚시터였다. 내부도 관할 경찰인 김형진은 만선낚시터에서 잡일을 하는 민수가 실종아동 전단지 속 아동과 너무 닮아 연락을 취한 것이다.
만선 낚시터에서 잡일을 하는 민수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필요에 따라 홍경장의 사냥터에도 불려 가는 등 또래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는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또한 더럽고 냄새나는 컨테이너에 살며 제대로 된 영양보충이 어려운 상태였고 심한 구타를 당해 한쪽 귀가 먹은 상태였다. 같이 일하는 노동자 중 넙치는 민수를 성추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물에 빠뜨리는 등 자신의 욕구를 채웠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내부도에 갇힌 아이들은 도망조차 생각지 못했다. 민수보다 어린 지호는 저녁이 되면 골방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신세.
어쩌면 실종된 아동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디선가 죽도록 노동에 시달리거나 장기 적출되거나 하는 험한 실상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윤수의 소식에 마음이 다급해진 정연은 만선낚시터로 향하지만 홍경장(유재명)의 사냥터에 따라간 민수를 만날 수는 없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히어로!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는 경찰이 내부도 사정을 돌보면서 이권에 끼어들어 한마디로 '정경유착' 된 곳의 실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홍반장은 만선낚시터의 뒤를 봐주는 대신 돈을 받는 파렴치한으로 민수를 찾으러 온 정연을 경계한다.
사실 아동납치 또는 실종아동을 신고하지 않고 노동에 투입하는 자체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만선낚시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연이 그냥 돌아가 주길 바랄 뿐이다. 게다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과자들로 사회에서 버림받고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오갈 데 없는 낙오자들뿐이었다. 모든 것이 은폐된 곳. 그곳에 만약 내 아이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연은 직감으로 알아챘다. 그곳에 내 아이가 있다.
화상자국, 귀 뒤의 흉터, 그리고 두 갈래로 난 새끼발톱..
정연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만선낚시터를 몰래 훔쳐보면서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도망을 시도한 두 아이(민수와 지호)를 찾는 낚시터 사람들 뒤를 쫓는 과정에서 민수를 발견한다.
아마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죽도록 매를 맞거나 노동을 하는 곳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았다면 어떨까... 가슴은 요동치고 어떻게든 아이를 데리고 떠나고 싶을지 모른다.
그. 러. 나.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일던 날 밤, 방파제 끝까지 몰렸던 민수는 그만 파도에 쓸려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과연. 그 아이는 내 아이였을까...?
정연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었다.
그렇기에 내 아들을 그렇게 몰아간 낚시터 인간들에게 한없는 울분이 올라왔다. 그녀는 남편도 잃고, 아들도 잃은, 전부를 잃어버린 갈 곳 없는 여인이었기에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아마 누구라도 정연의 상황이 된다면 가차 없는 복수를 하고 싶을 것이다.
모두의 응징. 그것은 스스로 자멸이었다.
정연은 한밤중 홍경장의 방을 습격하지만 결국 잡히게 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넙치의 죽음, 홍경장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가까스로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정연은 자신의 품에 안기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지호를 외면하지 않았다. 지호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 외에는 어떤 해결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지호가 정연의 생명의 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결말에서 지호를 아들로 입적한 듯한 정연이 어느 보육원으로 향하면서 끝을 맺는다. 2년 전 죽은 아이, 민수는 갈라진 새끼발톱이 없는 아이였다. 그저 윤수와 많이 닮은 또래의 아이였다.
그러나 정연은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호의 엄마가 되었고, 비록 다른 아이였지만 민수의 엄마이기도 했다. 또한 지금 달려가는 그 길의 끝에서 만나게 될 진짜 아들 윤수의 엄마이기도 했다.
지호는 운전하는 정연에게 민수가 꿈에 나타나 한 말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이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실종 아동들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모두 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두의 엄마이고 모두의 아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자신들을 꼭 찾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듯 들린다.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우리들을 꼭 찾아주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