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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28. 2024

유튜브에서 본 어느 골 때리는 인간벽돌 SF소설 이야기

All Tomorrows

1. 스타피플

근미래 인류는 화성으로 진출해 개척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화성 이주민과 지구인간의 관계가 틀어져 지구 vs 화성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고 수십억 단위의 인간이 골로 가는 비극을 겪는다. 이러다 다 죽겠다 싶어 급하게 휴전을 한 인간들은 기존 현생인류가 위대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전적으로 구리다고 느꼈고 결국 유전자변형을 통해 '스타피플'이라는 더욱 우월한 후손인류를 창조한 뒤 자발적으로 도태되어 소멸하게 된다.


유전적으로 더욱 우월한 후손인류 스타피플들은 그 우월함을 기반으로 우주를 개척해 나아가 결국 전 은하계를 뒤덮게 된다.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중..




2. '쿠' 전쟁
당시 은하계에는 '쿠'라고 하는, 거대 잠자리처럼 생긴 젤나가 종족이 머물고 있었다. 지독한 애코파시스트였던 이들은 '인간'이라고 하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기생충 바이러스들이 전 은하계를 오염시키며 자연환경을 우주적 단위로 파괴하고 다니는 꼬라지를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고 결국 인간을 향한 처절한 전쟁을 일으켰다.


스타크래프트의 젤나가가 문명은 뛰어났지만 군사력은 별 볼 일 없어 즈그가 만든 피조물한테 털리고 다녔던 것과 달리 이 '쿠'는 군사력마저 킹왕짱이어서 인류는 결국 이들의 발아래 무릎을 꿇게 된다.





3. 강제퇴화

'쿠'들은 은하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신들에게 항거한 이 괘씸한 인간들에게 퇴화라는 형벌을 내리게 된다. 쿠가 가진 우월한 생물학 기술을 동원해 살아남은 모든 인간들을 멍게, 해삼, 말미잘 등 열등한 짐승들로 퇴화-변형시켜 전 은하계에 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퇴화된 인간 멍게, 인간 해삼, 인간 말미잘들은 정복자 쿠의 가축으로 사육된다. 애완동물, 노동력 제공, 혹은 고기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저항했던 군사행성의 인간들은 특별히 처참한 형벌을 받았는데, 끔찍하게도 쿠는 이들을 '살아있는 벽돌'로 만들어 버렸다. 팔, 다리, 움직일 수 있는 그 어떠한 기관도 없이 그저 눈만 깜빡거리는 거대한 생체 벽돌들로 만들어 만리장성마냥 쌓아버린 것이다.

이 불쌍한 벽돌들은 가장 가혹한 비참함 속에서 그 상태로 수천만 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일개 짐승, 혹은 그 이하로 퇴화된 인간들을 데리고 4천만 년 동안 담당일진놀이를 즐기던 '쿠'는 그 짓거리도 슬슬 지루해질 때 즈음 은하계 넘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때부터 소설의 시간단위는 기본이 백만 년이다.(그래서 두 세력은 잠시 전쟁을 벌이게 된다 하면 그 '잠시'가 백만 년이다.)





4. 진화

쿠로부터 방기 된 인간 멍게 인간 말미잘들 대부분은 멸종하게 됐지만 일부는 자생에 성공했다. 이렇게 자생한 일부 말미잘들은 은하계 도처에서 각자도생 하며 나름의 진화를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천문학적 단위의 시간이 흐른 뒤 은하계엔 '지성'과 '문명'이 다시 출현했다.


힘겹게 문명을 일군 인간 멍게 해삼들은 우주로 진출하며 서로의 존재를, 그리고 그들의 조상 스타피플과 그 비참한 말로에 대해 깨닫게 된다. 억겁의 시간만에 다시 조우한 이들은 연합을 맺었으며 그렇게 수억 년 만에 다시 은하 인류(?) 제국을 재건해 간다.





5. 나치의 등장과 은하계 2차 세계대전

하지만 모든 인류아종들이 이러한 '연합'에 동의했던 건 아니었다.

쿠에 의해 모든 인간들이 멍게 해삼급으로 퇴화되었을 특별히 운이 좋았던 어떤 이들은 그저 유인원(오스트랄로피테쿠스?)급 까지만 퇴화하는 축복(?)을 누렸는데, 당연히 이들의 지성복구와 문명재건 속도는 다른 아종들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다른 인류 아종들에 대해 우월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사람 가죽을 뒤집어쓴 뭔 해삼 말미잘들 따위가 '감히' '같은 인류'를 입에 담으며 함께하자고 운운해 오더라?


"'형제자매'여, '같은 인류'끼리 연합하여 잘해 봅시다."

혀엉제에? 자아매애? 우리가 어떻게 살색 멍게 살색 해삼들이랑 같은 '형제' '자매'임? 지금 장난함?


결국 이 우월감은 다른 아종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오직 독일민족만이 우월하며 진정한 아리아인의 후손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국가사회주의 사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우주 나치들은 하찮은 멍게 해삼 말미잘들 따위가 더 이상 '인간'을 참칭 할 수 없도록 전 은하계를 상대로 은하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된다.


물론 이때가 되면 '나치들'도 더 이상 인간의 외견을 하고 있지 않았다. 하찮은 유기체 육신을 버리고 우월한 기계 속으로 의식을 이전한 것인데 적어도 이는 '자발적인' 과정이었지 누구처럼 하찮고 혐오스런 '강제퇴행'의 멍에는 아니었다.





6. 홀로코스트

결국 이 나치들은 은하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 '나치'가 아닌 다른 아종들에게 이는 과거 '쿠' 압제를 능가하는 재앙이었다. 최소한 쿠는 인간들을 변형시키긴 했지만 변형된 상태로 굴욕적인 삶을 이어갈 수는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우주나치들은 그마저도 사치라고 느꼈는지 대부분의 '역겨운' 해삼 말미잘들을 아우슈비츠의 가스실로 보내버렸다. 대부분의 인간 말미잘들은 그렇게 치클론 B로 전신샤워를 하며 소멸했고, 극히 일부만이 다시 가축으로 개조되어 기계 나치들의 장난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7. 스타피플의 후예

쿠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던 스타피플. 하지만 이들 전부가 퇴화-소멸되었던 건 아니었는데, 극히 일부의 스타피플들이 쿠의 시선을 피해 우주선을 타고 달아나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후로도 계속 우주공간을 유랑하며 살아갔는데, 이로 인해 이들의 육신은 우주의 무중력에 걸맞게 진화된다. 가느다란 팔다리에 오직 머리통만 거대한 사념체로 말이다.
이들은 쿠에 의한 강제퇴화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남겨진 어떤 인류아종들보다 높은 지성과 문명 수준을 가질 수 있었다. 이들은 우주를 떠돌며 쿠에 의해 개조당한 다른 형제자매들이 각자의 진화를 거치며 문명을 재건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살았다.


은하계 기계나치 제3제국과 이 인간 젤나가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는데 전체주의 파시스트들이 으레 그러하듯, 나치들은 결국 이 우주 젤나가 미쿸-쏘오련 제국에게 까지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8. 인류 해방과 은하제국 재건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죽어가던 이들에게 이 '확전'은 분명 축복이었을 것이다. 이 주제넘고 건방진 나치들이 결국 6만 대의 셔먼전차와 7만 대의 T-34 물결 속에 빠져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우주나치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스타피플들은 유전공학 기술을 동원해 얼마 남지 않은 인간 멍게, 인간 해삼들의 개체수를 다시 늘려 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신적 존재로 군림하며 이 어린양들을 보살피게 된다.


전쟁에서 패배한 독일인들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래도 그들이 가진 V2로켓, 제트엔진, 티거전차, 의학기술 등등이 향후 통합 은하제국에서도 꽤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기계육체보다 열등한 유기체 육신으로 다시 되돌린다는 조건으로 생존을 보장해 주었다. 물론 아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니고 향후 세상에서 전범민족이라고 개같이 까이긴 한다. 워낙에 저질러 놓은 병패가 크니까.




9. 엔딩

무수한 우여곡절 끝에 인류 아종들은 다시금 하나의 은하제국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 세 번째 은하제국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꿈에서도 잊지 못할 불구대천의 원쑤, '쿠'가 발견된다. 그리고 이 불쌍한 쿠들은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발전한, 킹왕짱 인류제국에게 복날 개 맞듯이 두들겨 맞고 정복당한다.


쿠에 대한 수억 년 묶은 원한마저 해갈하고 그야말로 신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던 인류의 어느 날, 한 고고학자에 의해 꿈에도 그리던 과거의 고향 '지구'가 발견된다. 물론 그들이 기억하던 그 때로부터 너무나 달라져있었지만 그래도 고향은 고향. 이 버려져있던 행성에 다시금 인류의 발이 닿았으니, 이는 마지막 인류가 지구를 떠난 시점으로부터 5억 7천만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 마지막 귀환 대목에서 살짝 짠~하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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