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8 혁명 이래 오랫동안 '민주진보편'이라 여겨졌던 '반문화적 위반(아무렇게나 막살면서 세상은 똥이야 똥 우끼끼 오줌발싸~! 이러는 걸 막연하게 낭만화하는 태도)'이 트럼피즘 이후 온라인 대안우파들의 주된 주력무기(ex : 일베, 디씨, etc..)로 활용되는 걸 지켜보는 민주진보의 심정.
"이.. 이 현상을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재정의 내려야 하지?"
좌절하고 절망하고 그렇게 뚝배기에 금 가는 모습이 글쓴이 자신(앤절라 네이글. 진보 페미니스트)의 고통스럽고 심란한 고뇌를 통해 적나라하게 잘 드러나는데 그게 참 재미있긴 하다.
자신들이 키우던 개한테 물린 기분.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리고 자랑도 아니지만
본인은 원래 독서량이 일천하여 문해력이 좋지도 않고 글을 읽는 능력이 빈약해 책을 잃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럼에도 이 책은 읽으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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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가는 남초커뮤 문화풍토에 대해 악랄하고 천박하다고 질타하면서 아주 약간의 자아성찰 비판, 그러니까 우리네 민주진보의 그간 행보가 이러한 온라인 대안우파폭주에 단초를 제공한 면이 있진 않은지 고민을 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약간의 양념처럼 첨가하는데, 그 비율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간단하게
온라인 남초커뮤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비판하면서
그러한 대안우파적 폭주에 단초를 제공한 민주진보적 실책들은 너무 적게 비판한다.
문제는, 이 글을 번역한 이(이 분도 아마 내 페친이었던 거 같은데..)의 서평. 번역자는 책 말미의 서평을 통해 책의 저자가 '민주진보의 실책'을 과하게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온라인 남초 대안우파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줄까 우려된다며 책의 논조에 불편감을 드러내는데..
.. 이 정도 자아비판도 용인할 수 없다는 건, 그냥 민주진보의 행보에 대해서는 세상이 아무런 비판도 하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책에서도 나왔듯, 뚜렷한 지도체제를 갖추지도 못한 온라인 남초커뮤인들이 '민주진보에게 그 어떤 실책도 없었음에도..' 그렇게 자발적으로 폭주한 것이라면, 그냥 민중이 쓰레기였던 게 된다. 그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인가? 민주진보 '엘리트'가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민중이 약 빤 것처럼 이유 없이 스스로 폭주하고 스스로 염병하는 버러지 같은 존재라는 가정을 '민주진보'는 옹호하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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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하튼 그럼에도 책의 주된 문제의식. 68 혁명을 거치며 진보의 정서적 디폴트값으로 자리매김한 '껄렁껄렁 건들건들 깡패건달 멋져요 반문화적 위반'에 대한 막연한 낭만화와 동경은 정말 진짜 엄청난 실책이었으며 이제는 통렬하게 반성하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다.(당연히 옮긴이도 동의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