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의와 한계
적을 증오함에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100% 다 부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극단주의를 또 다른 극단주의로 받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나치의 이공학적 성취들은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부당한 착취의 혜택 속에서 나온 것들이기에, 우리는 나치의 과학기술(무기, 제트엔진, 의술, etc..)들을 모두 부정하고 배척해야만 한다는 식의 막무가내인 것이다.
페미피씨들의 난동을 이유로 '우리'는 종종 신좌파를 적으로 여기곤 하는데, 그러한 신좌파들이라 해서 긍정할 만한 업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며 당연히 그것들을 모두 배척하려 들어서도 안된다.(보통 그러한 배척의 끝에 4 사분면 전통 보수주의자들이 존재하긴 한다..)
이를테면 인간에게 정신문화관념, 소위 '정서'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주장했던 건 신좌파 최고의 업적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 대목은 신좌파가 유물론이라는 미명 하에 오직 물리물질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으로만 인간과 사회를 분석하고 이해하려 했던 '구좌파'와 명백하게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신좌파들은 그 이전 구좌파들이 이해하지 못했고 또 기피했던 '정신문화관념'이라는 영역까지 인간의 인식과 지평을 크게 넓혔으며, 이를 기반하여 종래의 '약자'라는 개념 역시 유물론적 입장만으로 규정하기엔 꽤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신좌파들은 세상에 어떤 절대적인 선, 정답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나와 다른 상대방과의) 끝없는 투쟁과 폭력을 불러온다는 점을 제법 진중하게 지적했다. 이들은 상대주의적 관점 하에,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선(善)들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의 세상을 추구했고, 이것만이 우리 인류가 궁극의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 과정에서 동양의 불가, 도가 철학들이 서구 사회에 대거 반입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신좌파들은 이 장대한 철학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이 사상들은 히피들의 수박 겉핥기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좌파식 상대주의는 종래의 자유주의적 관점과도 접목되어 오늘날 서구 정치시장 속에서 '리버럴'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첫 번째는 자신들이 주장했던 것들을 그들 스스로 거의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문제는..
.. 애초에 지키려는 의지조차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반복했듯 그들은 이 시대의 적이라 할 만하며, 더 진일보된 인류문명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척결되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주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