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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1. 2024

또다시 불타오르는 시리아

다시 강산은 피로 물들어간다.

*근 2년 만에 시리아 이야기(필자가 본격적으로 국제부쟁 덕질을 시작한 계기가 시리아내전이었음을 오랜 페친들은 알 것이다. 시리아에서 쌓은 국제분쟁 내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단해서 여러 가지를 예측했었다.) 


정녕 중동에 평화는 없는가?

처절했던 이스라엘-헤즈볼라의 교전이 끝나자마자! 진짜 딱 거기 끝나자마자! 약속하고 바통이라도 넘겨받은 듯이 시리아 북부가 다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1.

장장 14년이 넘는 내전기간 동안 서방세계는 반군을, 러시아-이란 반미 연합(?)은 독재자 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했는데(아사드 정권은 북한과도 친하다. 현 집권자 바샤르 아사드부터가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받은 독재자이다.) 가면 갈수록 반군에게서 이슬람주의의 향취를 느낀 서방세계는 서서히 반군을 손절 치게 되었다. 반군 최후의 후원자였던 튀르키예 이슬람주의 독재자 에르도안마저 러시아에 저자세로 나서면서(같이 반미주의 연대??) 기존의 반군은 세력이 크게 축소, 결국 알레포마저 상실하고 북서부 두메산골 일대로 내몰리게 되었으며, 이렇게 아사드 정부군이 우세를 점한 채로 수년간 아슬아슬한 휴전(???) 정국이 유지되던 터였다.


그런데 최근에 몇 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 예상보다 질긴 저항에 마주한 러시아가 온 국력을 우크라이나 전선 쪽으로 쏟아붑는 바람에 더 이상 시리아 아사드정권을 지원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네타냐후놈이 일으킨 레바논-헤즈볼라 전쟁. 이 전쟁으로 이란의 후원을 받으며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시아파의 이권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헤즈볼라는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대한 타격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버렸는데, 중요한 건 이 헤즈볼라가 시리아에서 아사드정권을 도왔던 또 하나의 막강한 축이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사드정권을 수호하던 '외세'가 전부 개발살 내지 극도로 위축되어 더 이상의 'Help'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시리아 반군은 헤즈볼라의 몰락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지되자마자 단 1초의 여유도 주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을 개시할 수가 없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어디까지 두들겨 패는지 유심히 지켜보다 이스라엘의 폭력이 중지되는 보자마자 헤즈볼라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치고 내려갔던 것이다. 


한 마디로, 노. 렸. 다.
(난세에서 적의 슬픔은 나의 기쁨)




2.

필자가 유심히, 또 걱정스레 지켜봤던 부분이...

지금 난리통이 터진 알레포 일대에는 쿠르드계 반군 SDF의 멀티기지가 하나 있다.(도시 탈리파트) 이 멀티는 북동부 광활하게 펼쳐진 쿠르드 반군의 본진 구역과 이격 되어 떨어져 있는, 일종의 '육지의 섬' 같은 상태였는데(왜 이런 지정학 구도가 발생했는지까지 설명하려면 지난 14년의 전황을 첨부터 다시 읊어야 하니 여기선 패스~) 쿠르드반군은 정부군과 사바사바 해서 본진과 멀티를 이어주는 정부군 치하 고속도로를 이용해 두 지역 간의 소통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반군의 갑작스러운 반격으로 이 도로 일대가 (쿠르드반군과 사이가 나쁜) 이슬람 + 친튀르키예 반군 쪽으로 넘어갈 상황에 놓이자 쿠르드 반군도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탈리파트 기지에서 기어 나와 아사드 정부군이 철군한 도로 일대 지역을 급하게 점령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이게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던 이슬람 + 친튀르키예계 반군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 반군이 장악하려 한 도로 일대는 지금 반격에 열을 올리는 이슬람 + 친튀르키예계 반군들에게도 중요한 요충지였고, 자신들이 먹으러 공을 들여왔는데 갑툭튀 해서 먼저 주워 먹으려 한 이 쿠르드 놈들이 너무 괘씸한 거지ㅇㅇ


그래서, 아사드가 철수하고 무주공산이 된 북서부 일대 
이슬람 + 친튀르키예 반군들과 쿠르드계 반군들의 미묘한 긴장관계에 신경을 집중하고 지켜보던 중인데..

얼마 전부터, 아마 하루 전? 즘부터, 결국 이슬람 + 친튀르키예 반군들이 쿠르드 반군들까지(탈리파트 고립지) 거칠게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둘 간의 접전이 지속될 경우, 고립지에서 버티던 쿠르드 반군은 한창 기세를 올리는 이슬람 + 친튀르키예 반군들을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자신들을 지원하던 서방세계에 SOS를 칠 것이고, 그럼 서방세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리고 쿠르드계 반군은 탈리파트 고립지를 구원하기 위해 북동부의 전력을 움직여 이슬람 + 친튀르키예 반군들에 대한 거대한 전쟁에 임할 것인가?




3.

또 하나는, 다소 음모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근래 우크라이나가 핵개발(?) 엄포를 놓고, 미쿸 정부가 우크라 정부에게 에이테킴스 사용을 허가한 것과 연동하여 지금 시리아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까지가 전부 미쿸의 큰 그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금의 모든 전황 속에서 가장 똥줄이 타는 건 다름 아닌 크렘린일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테킴스 싸 갈기면서 핵개발 엄포 놓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장장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애지중지 공들여왔던 시리아 아사드정권이 한 방에 털려나가게 생긴 것이다! 러시아가 그간 시리아에 쏟아 부운 열정들을 생각해 보면, 이거 싹 털려 나갈 경우 가뜩이나 건강 안 좋다는 홍차맨은 크렘린에서 뒷목 잡고 쓰러져 졸도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ㅇㅇ


어쩌면 이러한 정국의 변화들이, 우크라전에서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는 크렘린을 협상장으로 끄집어내기 위한 미쿸의 큰 그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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